-
나리들은 술집에 가시면 주로 폭탄주를 드신다고 들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다 곁에는 육방 찰방에 목탁 서넛에 춘향 모녀까지 증인삼아 앉히고 폭탄주를 돌린다고 들었다 충분히 이해하고 남을 말이다 하시는 일 마음대로 안되고 속이 오죽 폭폭하시면 자폭을 기도할까 경배하고 싶다 그리고 기다린다 부디 한 소식 슬프건 기쁘건 또는 우습건 불구의 시대를 향한 야유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재밌는 작품이다. 나리들로 불려지는 높은 분들의 술 문화를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비웃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원한 한 소식을 듣고 싶어 하고 있다. 의무만 강요 당하고 권리를 찾지 못하는 민초들의 삶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하고, 시원하게 해줄 희망의 한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
시
등록일 2015.12.07
게재일 2015-12-08
댓글 0
-
밤새 앓는 저 몽돌 움튼 자리는 민박집에 흐드러지던 큰 왕벚꽃나무 내 삶도 그러려나 목젖이 쓰리어 지난 봄 풀어진 꽃잎 쓸어 대창에 엮어 바닷가 햇볕 속에 널었던 것인데 어느새 그 꽃들 저렇게 말라 날 밝도록 오징어떼마냥 퍼덕이고 있다 마흔토록 삭지 않는 내 가슴 몽돌도 내년 봄쯤 저렇게 출렁일 텐가 파도 속에 하얗게 파묻혔다가도 못 잊는 이야기되어 다시 필 텐가 민박집에 흐드러지게 피어났던 왕벚꽃이 시들고 말라버린 흔적을 보고 시인은 세월을 느끼고 있다. 잘브락잘브락 물결에 밀리는 몽돌도 세월을 견디며 조금씩 몸을 줄이고 있을 것이고 마흔이 넘도록 가슴에 담아온 그리움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허망하게 혹은 뒤돌아보지 않고 쏜살 같이 가버
시
등록일 2015.12.06
게재일 2015-12-07
댓글 0
-
보랏빛 저녁 안개 속 비가 내린다 내 어머니 낮은 어깨 위 날 기다려 골목 끝 처마 밑 날 기다려 하염없이 비 바라보시던 내 어린 날 젊은 어머니 어깨 위 석류화 붉게 핀 공동변소 골목 끝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날 부르시던 소리 석류화 환한 저녁 유년시절 가난이 닥지닥지 붙은 골목길 끝에 나와 나를 기다리시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심정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석류꽃 환한 저녁이었을 것이다. 이제 어른이 되어 아득한 기억의 저편에 생생하게 놓여있는 골목끝에서 나를 기다리던 젊은 어머니의 환영과 다정다감하게 나를 불러주시던 그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된 것이다. 석류꽃 환하게 핀 저녁에 시인은 절절하게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시
등록일 2015.12.03
게재일 2015-12-04
댓글 0
-
눈(雪)은 기다림을 잊어버린 이에게 기다림을 깨닫게 해주었다 생애의 굳은 상처 위로 눈물샘을 흔들며 내려앉는 소복(素服)의 손님 이승을 그리워하는 하얀 그림자 그 보얀 속살을 밟으니 뽀드득 아, 살아있다는 소스침 내린 눈의 신선함을 바라보는 시인의 설레임을 엿볼 수 있다. 사십이라는 나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의 중반을 향한 무게와 힘겨움이 내포되어 있으리라. 굳은 상처로 얼룩진 세월을 걸어왔듯이 이제는 저 순백의 눈길을 또 다른 희망과 결의로 건너가겠다는 다짐이 가만히 묻어나는 시다.
시
등록일 2015.12.02
게재일 2015-12-03
댓글 0
-
모든 쓰러지는 생은 최초의 불을 지필 때의 반대 방향으 로 진행한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껴안을 때만 그렇게 최대한 가까이 있을 때만 소멸의 손 맞잡고 불씨로 가거나 연기로 가거나 혹은 추운 생들을 덥히러 가거나 하 겠다 장작불이 타오르는 동안 뜨겁게 잡았던 자신과의 악수를 놓고 돌아서 가는 한 사내의 걸음 앞에 떨 어지는 초겨울, 오후의 햇살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몸을 놓지 않는 장작불 앞에서 쉽게 사라지는 것들이 오랫동안 타오를 것들의 아래를 받치고 있음을 본다 장작불이 뜨겁게 타오른 것을 보고 시인은 최선을 다해 시 창작 작업에 몰두 할 것과 그의 생을 그렇게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음을 본다. 불을 통해 이 세상과 뜨겁게 소통하며 열정적으로 시를 쓰겠다
시
등록일 2015.12.01
게재일 2015-12-02
댓글 0
-
오늘은 그 작은 동굴의 끝을 향해도리 없이 터벅터벅 걸어가야만 했을 외할머니와 그 굽은 등에 대해 생각하는흐린 날입니다 대숲이 빛나는 오후에외할머니의 디딜방아 밟는 소리동굴에 숨어 듣기가 좋았으나 정작매혹적이었던 것은 동굴이 내는바람소리였습니다 그 소리를 따라 동굴로 들어가다 보면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멀어져문득 등 굽은 디딜방아 소리가 그리워지지만내가 흘려 놓은 그녀들의 밀전병은어느 검은 새가 들고 갔을까요얼굴에 와 닿는 이 어두운 바람의 냄새 생에 대한 예의는 동굴을 천천히 거닐며어딘가에 있을 바람의 출구를 찾는 일 그러므로오늘은 동굴 속의 산책을 생각하기에적당히 쓸쓸하게 바람 부는 날입니다 외할머니의 디딜방아 소리가 굽은 등의 모습과 함께 가만히 들려오는 동굴 속에서 시인의 귀는 동굴이 내는 바람소리라
시
등록일 2015.11.30
게재일 2015-12-01
댓글 0
-
하느님, 나보다 먼저 가신 하느님 오늘 해질녘 다시 한번 눈 떴다 눈 감는 하느님 저만치 신발 두짝 가지런히 벗어놓고 어쩌노 멱감은 까치처럼 맨발로 울고 가신 하느님, 그 하느님. `꽃`이라는 시에서 보여주는 존재론 혹은 인식론 같은 이미지와 실존의 문제에 깊이 천착했던 시인 김춘수. 이 시에서는 생의 마지막을 예견하고 가만히 그가 돌아가야 할 신에게 묵상하며 말을 건네는 겸허한 시심을 읽을 수 있다. 이 땅에 목숨을 놓으신 분도 하느님이고 이제 천수를 다하고 그에게 돌아가야 하는 생의 마지막을 침잠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경건한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시
등록일 2015.11.29
게재일 2015-11-30
댓글 0
-
강물에 귀를 적신 자에게만 들리는 그 물소리 거기엔 왜적과 맞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순국한 칠백의사의 함성이 있다 거기엔 갑오년 민중을 위해 항쟁하다 원통히 쓰러진 동학 의병의 절규가 있다 거기엔 나당 외세를 막아내려다 분연히 숨진 계백 오천 용사들이 노호가 있다 논산 강경 외진 들을 보아라 금강은 또한 유독 들꽃을 많이 키우는 강이다 강은 어머니다. 생명의 탯줄이면서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젖줄을 대는 생명의 본부가 아닐 수 없다. 풍습과 역사가 녹아 있고 과거와 현재가 푸르게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시인은 강물에 귀를 적시며 백제의 소리와 개화기 동학의 함성을 듣는다. 그 도도한 흐름에서 민족의 강강한 자존과 준엄한 정신을 느끼고 있다. 외세와 싸우다 장렬히 피를 뿌린 용사들, 탐관오리들과 싸우다 칼날에
시
등록일 2015.11.26
게재일 2015-11-27
댓글 0
-
늘그막의 두 내외가 손을 잡고 걷는다 손이 맞닿은 자리, 실은 어느 한쪽은 뿌리를 잘라낸 다른 한쪽은 뿌리 윗부분을 잘라낸 두 상처가 맞닿은 곳일지도 몰라 혹은 예리한 칼날이 대고 간 자상에 또 어느 칼날에 도리워진 살점이 옮겨와 서로의 눈이 되었을지 몰라 더듬더듬 그 불구의 생을 부축하다보니 예까지 왔을 게다 이제는 이녁의 가지 끝에 꽃이 피면 제 뿌리까지 환해지는 제 발가락이 아플 뿐인데 이녁이 몸살을 앓는, 어디까지가 고욤나무고 어디까지가 수수감나무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접목 대신 살아주는 생이어서 비로소 온전히 일생이 되는 숱한 세월을 함께해 온 노부부의 이야기를 고욤나무와 수수감나무의 접목에 빗대어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은 너무 달랐을지 모를 두 나무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세월
시
등록일 2015.11.25
게재일 2015-11-26
댓글 1
-
나날이 나는 나를 재우나니 그대는 내 잠의 바쁨을 비웃겠지 나날이 나는 나를 또 재우나니 짧은 세 줄의 시에는 무량한 의미가 담겨 있다. 시인은 왜 나날이 나를 재운다고 고백하고 있을까. 엄청난 속도와 발 빠른 계산과 처신이 판을 치는 세태 속에서 잠에 빠져든 모습은 비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인은 무량한 잠을 통해 세속적 현실의 탐욕과 번뇌와 집착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우리의 의식세계를 지배하는 갖가지 망상과 집착에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찾아가는 무량한 잠에 깊이 빠져들고 싶은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5.11.24
게재일 2015-11-25
댓글 0
-
계곡에 입술을 대고 물을 마시는 날 황홀한 마음 어디론가 가고 없을지라도 바위여 너는 착한 이끼를 길러도 좋다 이끼 그 태초의 식물을 이제야 당신에게 경배할 수 있음을 용서해 다오 세상의 처음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바다로 갈지라도 이 자리에서 지키는 초심이여 시인이 지향하는 세계는 무엇일까. 물이 흘러 바다에 이른다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 어떤 형태로든 성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록 그렇게 된다할지라도 더 고귀한 가치는 그 욕망을 따라가지 않고 바위에 붙어서 초심을 지키는 이끼, 태초의 식물 이끼의 존재적 가치나 욕망을 억누르며 꿋꿋이 자기를 지키는 가치라고 시인은 역설하고 있다. 깊이
시
등록일 2015.11.23
게재일 2015-11-24
댓글 0
-
새벽길 리어카 위에 벽돌 한 장 검정 고무줄 억센 힘으로 끌어매놓은 푸른 비닐로 감싼 지친 하루 그래도 금세 떠내려가 버릴 것만 같은 내일 위에 무겁게 무겁게 눌러놓았을 누군가의 손길 가만가만 간직하며 동짓밤 고스란히 새우고 앉아 있는 의젓하구나, 벽돌 저 한 장의 힘! 가만히 감동에 이르게 하는 그림 한 장을 본다. 하루 장사를 끝내고 집에 들면서 주인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검정 고무줄로 동여매고 푸른 비닐로 감싸고는 그 위에 벽돌 한 장을 눌러 놓았다. 밤새 묵묵히 리어카와 물건을 지켜준 벽돌 한 장. 비록 하찮은 벽돌 한 장이라 할지라도 제 있을 자리에서 당당하게 책임을 다하는 그 존재감에 시인은 조용한 찬사를 얹어놓고 있다. 이 세상에는 어둠 속에
시
등록일 2015.11.22
게재일 2015-11-23
댓글 0
-
답답한 사람살이 숨통 턱턱 막힐 때 푸른 바다 몰고 온 낯선 사내 앞세우고 우리는 생선 냄새 비릿한 자갈치에 가야 한다 소금기 절은 바람 고단한 닻 내리고 노을 속 포장마차 바야흐로 붉는 파장(罷場) 목통 큰 남도 사투리 오히려 정겹거니 팍팍한 세상살이 발걸음 더 무거운 날 꼼장어 맵짠 안주에 경계허문 잔을 들고 우리는 사람 냄새 질펀한 자갈치로 가야 한다 자갈치 시장은 그야말로 생선냄새와 함께 사람 사는 냄새 훅 끼치는 삶의 현장이다. 살아가느라 힘겨운 시간들을 잠시 벗어나 남도의 투박한 사투리가 정겹게 파고드는 자갈치 시장에 가서 답답했던 가슴을 틔우자고 말하는 시인에게 깊이 동의한다. 최근 영화화 되면서 주목을 끈 국제시장이 바로 옆에 있어서 더욱 남도의 건강한 삶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자갈치 시
시
등록일 2015.11.19
게재일 2015-11-20
댓글 0
-
누가 저 꽃밖에 피울 줄 모르는 대궁을 누가 저 잎밖에 흔들 줄 모르는 가지를 누가 저 날갯짓밖에 모르는 나비를 누가 저 젖는 것밖에 모르는 우체통을 누가 저 뒤집히는 것밖에 모르는 우산을 누가 저 눈물밖에 쓸 줄 모르는 시인을 젖은 잎에 달라붙은 마당을 떼어내며 거짓말처럼 밝게 갠 하늘을 바라본다 아픔이 이처럼 고요하고 상쾌한 것이었나 거세게 몰아치던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의 생채기를 바라보며 시인은 인생의 보편적 진리 하나를 발견한다. 폭풍우에 꽃들도 나뭇가지들도 나비의 고운 날개죽지도 찢기고 부러지고 상처를 입었다. 우체통도 젖고 우산은 망가지고 시인은 망연히 폭풍우를 바라보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폭풍우가 지나가고 난 뒤의 맑게 갠 하늘에 햇빛 아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와 평화가 흐르고
시
등록일 2015.11.18
게재일 2015-11-19
댓글 0
-
유홍준 씨 말에 의하면, 제3한강교가 놓이기 훨씬 전 박넝쿨이 우거진 신사동 유영표 씨네 통시에서 아침에 일을 보고 일어나면 강 건너 한남동 외무장관 공관이 훤히 건너다보였다 고 한다.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코가 뭉툭하고 얼굴이 두리넓적하여 큰 씨름꾼 같은 유소년은 아침마다 삯배를 타고 그 강을 건너 거기서부터 또 서울 중학교까지를 바지런히 걸어다녔다고 하니…. 그리움이다. 한 때는 사람 사는 냄새가 구수하고 진하게 스며들던 곳이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제일의 환락가로 변한 신사동에 대한 아련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시 전체에 흐르고 있다. 박넝쿨이 번져 가던 강변 언덕이었지만 지금은 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돈과 유흥이 넘쳐나는 곳으로 변한데 대한 아쉬움이, 강을 건너다녔던 삯배 추억에 대한 그리
시
등록일 2015.11.17
게재일 2015-11-18
댓글 0
-
길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 너에게로 가는 길이 나에게 있었다 나에게로 가는 길이 너에게 있었다 지금 가장 멀고 험한 길 걸어 너는 너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나는 나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이승에서의 갈림길은 여기부터 시작이다 이제 이쯤에서 작별하자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것이 길이니 멀어질수록 가까워지는 것이 길이니 함께했던 시간과 추억을 지우며 결별하는 것은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니다. 시인은 상대에 대한 기억들로부터 자신을 조금씩 멀리하며 새로운 삶, 새로운 길을 선택하면서 조금식 차오르는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인연이 아니거나 운명적으로 이쯤에서 헤어져야하는 경우가 우리네 한 생에서도 닥칠 때가 있다
시
등록일 2015.11.16
게재일 2015-11-17
댓글 0
-
아내가 숲길에서 품고 온 단단하나 안으로 걸어 잠그고 둥글 게 웅크린 그래서 단단한 새알 같은 열매 커다란 접시 위에 놓았더니 제법 향을 내어 거실 가구들이 킁킁 댄다 잊혀 질만큼 해가 드나들었던가 말 았던가 바람이 드나들었던가 말았던가 아이의 손끝에서 그만 퍽 바스라졌다 아니 그건 피어났다 수천 개의 날개를 단 머리들이 접시 에 수북 붕붕대었다 그걸 아이는 폭탄이라고 했다 그걸 아내는 꽃이라고 했다 저렇게 수많은 걸 한 몸이라 생각하 다니 꽃잎들을 다시 숲으로 가져가서 흩 어주어야겠다 하나하나의 몸에서 수많은 폭발이 일어나겠지 무수히 많은 길을 내는 생명의 꽃무리 조현명 시인은 태생적으로 착하고 순박하다. 작고 보잘 것 없는 풀꽃 하나에 작고 찌그러진 열매 한 톨에 시인의
시
등록일 2015.11.15
게재일 2015-11-16
댓글 0
-
겨울이 깊어가는 산 중턱에는 어린 참나무들이 애써 누런 이파리들을 붙들고 있다 다른 나무들 낙엽지고 앙상히 맨살로 서 떨고만 있는데 겨울이 다 가도록 서걱이며 비벼대며 앙버티고 있다 어차피 칼바람에 눈보라 몰아치면 하나하나 떨어지고 말 테지만 얼음장 밑에서 물이 흐르고 새잎 돋아나는 눈이 틀 때까지 겨울바람 앞에서 함께 소리소리 치고 있다 겨울산에 당당히 선 어린 참나무를 본다. 지난 가을날 대부분 이파리들이 바람에 날려 갔지만 몇 잎 이파리들을 붙들고 서서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 시련의 순간들이 닥쳐오면 상처입고 아픔에 들겠지만 그래도 이겨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다. 얼음장 밑으로 물 흐르고 새잎 돋아나는 새봄이 돌아오듯이 시인은 어둡고 차가운 현실의 시련에 굴하지 않고 시대의 봄
시
등록일 2015.11.12
게재일 2015-11-13
댓글 0
-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에 서 있다 지나는 바람이 온몸을 할퀴고 가도 굳센 뿌리에 전율이 전해와도 긴 휘파람을 불곤 했다 아이들이 연을 날리다 나의 양팔에 감기도 하고 나의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발로 툭툭 차기도 하지만 바람이 전해준 가슴 따듯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줄 때마다 두 손에 실려온 체온만큼 온몸을 덮히며 전율을 했다 저 산 넘어 소식에 발꿈치를 돋우었지만 잿빛 하늘만큼 일렁이는 바람의 뿌리가 나의 허리를 타고 누워있으라 속삭인다 거칠고 맵찬 겨울바람에 선 나목(木)은 거세게 닥쳐오는 겨울바람 같은 현실적 난관에 맞서서 당당히 극복해 나가겠다는 대결의지를 다지는 시인의 모습이다. 어떤 유혹이나 시련이 닥쳐오더라도 꺾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로 꿋꿋이 살아가겠다는 시인정신이 드센 겨울 바람에
시
등록일 2015.11.11
게재일 2015-11-12
댓글 0
-
순대집 좌판의 소주병들도 제 스스로 술에 취해 쓰러지는 밤 구겨진 종이돈 세는 일만 바쁜 하루였다 쓴다 난전의 보기 흉한 쓰레기조차 주섬주섬 잠자리를 펴들 때 돌아가야 난전의 좌판 같은 집 찬밥이 있고 찬밥처럼 누워 있는 식구들의 방 자정 늦게 구겨진 돈을 펴 글줄깨나 익힌 아들이 잔술에 취해 문득 시라고 부르기도 하는 밤이라 쓴다 가난하여 힘겨웠던 지난 세월, 자식들 공부시키고 가족들 먹여살리려 종일 좌판에서 일하다 귀가해 종일 벌어온 구겨진 종이돈을 펴는 부모님 곁에서 술에 취해 돈도 안되는 시를 쓴다고 낑낑거렸던 시인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고 있다. 어려웠던 지난 시간들이 아주 감동적인 한 그림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고들 하지만 이 땅 어딘들, 지금인들
시
등록일 2015.11.10
게재일 2015-11-1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