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서면 삼막골 계곡 멀리 미륵산(해발 900m) 산맥이 보인다.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울릉도 서면 삼막골 계곡 멀리 미륵산(해발 900m) 산맥이 보인다.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울릉도. 제대로 된 눈을 보고 느끼려면 울릉도에서도 설산 등반이 최고다.  특히 울릉도는 3월까지 설반 등반이 가능, 등반객들을 유혹한다. 산악인들은 울릉도 설경은 프랑스 알프스 못지 않다고들 입을 모으고 있다. 스릴 만끽 등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울릉군산악연맹 울릉산악구조대(대장 장민규)는 3월 초 울릉도 최고봉 성인봉(해발 987m)을 중심으로 이뤄진 산맥에 쌓인 눈 상태 확인 및 조난자구조 루트 점검 등 설산 훈련을 겸한 산행을 했다.  장순칠 대원의 후기를 통해 울릉도 설산 산행을 정리했다. 

설산을 등반하는 울릉산악구조대원들.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설산을 등반하는 울릉산악구조대원들.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지난 4일 장민규 대장, 한광열 전 대장, 김은경 대원과 함께 하는 울릉설산 산행에 참가했다. 우리들은 등반에 필요한 하네스, 헬멧, 피켈 그리고 자일 등을 챙겨 나리분지로 향했다. 

 등반은 북면 나리분지를 출발, 서면 학포리 삼막골을 거쳐 말잔등(해발 987m)에 오른 후 울릉읍 저동리 장재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설산 산행에 참가한 (왼쪽부터) 한광열 전 울릉산악구조대장, 김은경, 장순칠 대원, 장민규 울릉산악구조대장.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설산 산행에 참가한 (왼쪽부터) 한광열 전 울릉산악구조대장, 김은경, 장순칠 대원, 장민규 울릉산악구조대장.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삼막골을 택한 것은 며칠 전부터 눈이 많이 내린 가운데 비도 동반 가세, 눈 표면이 얼어붙어 크러스트(눈의 겉면이 단단하게 얼어붙은 상태. 우리말로는  ‘굳은 눈’이라 한다)가 형성돼 등반하기 좋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겨울 등반은 이 같은 여건이 아니면 눈에 발목이 빠져 등반하기 매우 어렵다. 우리들은 삼막골 초입부터 각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일을 연결해 묶는 방법인 안자일렌으로 등반을 시작했다. 

울릉 설산 계곡을 등반하는 울릉산악구조대. /울릉산악구조대제공
울릉 설산 계곡을 등반하는 울릉산악구조대. /울릉산악구조대제공

 산삼을 캐던 심마니들이 움막을 짓고 있던 곳이라 해서 이름이 붙여진 ’삼막골‘은 계곡이 예상외로 깊었다.  원래는 이렇게 골이 깊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산사태가 계속 일어나 깊은 골짜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응회암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이곳 절벽은 무척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골을 타고 흐르던 물이 영하의 날씨 속에 얼면서 생긴 빙벽도 절묘했다. 그 사이 사이를 뚫고 천연수를 담아내는 아름다운 얼음폭포도 가히 장관이었다.

울릉도 말잔등 주변에 눈이 쌓여 있다.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울릉도 말잔등 주변에 눈이 쌓여 있다.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이국적인 풍경을 보고 있자니 울릉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여행 온 느낌이 든다. 골짜기 사이로 저 멀리 눈 덮인 다른 봉우리들이 보인다. 아직 정상부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다. 

 바위와 나무 등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등산로를 확보(밧줄을 함께 묶고 등반하는 사람이 추락했을 때 추락을 막기 위한 자일 조작 기술)하고 차례로 계속 등반을 했다. 

설산 계곡 등반.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설산 계곡 등반.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정상부로 다가 갈수록 경사는 더 가팔라졌다. 그러나 그만큼 풍경은 더욱 아름다웠다. 낮 기온이 오르면서 얼었던 눈이 녹기 시작해 무릎 위까지 다리가 푹푹 빠지기 시작했다.  적잖은 품을 팔고서야 드디어 말잔등에 도착했다. 코니스(산의 능선이나 벼랑의 끝으로부터 계곡 쪽으로 처마모양을 이룬 적설)의 아름다운 눈결이 대원들을 반겼다. 

 코니스는 얼음 처마라고 불리는 눈 더미로 땅인 줄 알고 디뎠다가 추락할 수 있어 우리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울릉 설산의 기운을 만끽했다. 공기도 더없이 청량했다. 겨울하늘도 맑고 청아했다.  그 풍경 하나하나를 놓치기가 아까워 우린 한동안을 머물다 하산길에 올랐다. 말잔등 능선을 따라 장재길을 통해 다시 나리분지로 돌아오는 그 길은 내려오면서 다시 보아도 장관이었다. 

울릉도에서 계곡 가장 깊은 삼막골 계곡.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울릉도에서 계곡 가장 깊은 삼막골 계곡.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울릉도는 비단 성인봉뿐 아니라 주위 곳곳에 많은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울릉도의 산은 오를 때마다 비경이 비슷해 보이나 실제는 다르다. 특히 겨울 산행은 더욱 그렇다.

 울릉도는 겨울철이면 설국으로 변한다. 설국을 떠올리면 어김없이 고립과 애환을 이야기하지만 언젠가 분명히 큰 관광자원과 산업자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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