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소방관 2명 목숨 앗아간 참혹한 화마 현장
화재 구조활동 펼치다 고립돼 숨져… 동료 잃은 대원들 침통한 표정
늘 그렇듯 정치인 일제히 재발방지 약속했지만 비극 여전히 반복돼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건축구조기술사와 소방 관계자들이 감식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건물 구조물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문경 소재 육가공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하면서 전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순직한 김수광 소방교(27)와 박수훈 소방사(35)와 다른 2명의 소방관은 공장 안에 고립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어떤 망설임도 없이 쇠 지렛대 등을 들고 현장에 진입했다가 갑자기 불길이 거세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면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순직했다.

사고 당시 4명의 소방관은 공장 3층에서 구조대상자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안에 사람이 있다는 공장 관계자의 말에 불길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도 자신들의 몸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퇴로가 막혔고 두 명의 소방관들은 아슬아슬하게 현장을 탈출했다.

하지만 순직한 소방관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두 명의 소방관을 집어삼킨 공장 건물은 당시 불길이 얼마나 거셌는지를 보여주듯 까맣게 변해있었고, 공장의 뼈대가 됐던 철제 구조물(H빔)은 강한 열기에 녹아 휘어져 있었다. 불길이 꺼진 공장 근처에 가자 매캐한 불냄새와 자욱한 연기가 참혹한 화재 당시 상황을 상기 시켰다.

두 명의 동료를 잃은 소방관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으며, 밤새 화마와 싸운 몸을 컵라면 한 그릇과 김밥 한 줄로 달래고 있었다.

멍하니 음식을 삼키는 그들의 눈에는 슬픔과 분노가 뒤엉켜 있었고, 취재를 위해 현장에 나와 있던 기자들은 그들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현장에서 가장 분주해지는 순간은 정치인들과 기관단체장들의 방문 때.

여·야 정치인들과 높은 분들은 당시 화재상황을 브리핑 받고 잠깐의 위로만 전하는데 그칠 뿐 답답한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1일 문경시의 한 장례식장에 순직 소방관 박수훈(35) 소방사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연합뉴스
1일 문경시의 한 장례식장에 순직 소방관 박수훈(35) 소방사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연합뉴스

사고 현장에서 정치인은 “앞으로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이 같은 사고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고 그들은 다시 현장을 찾아 똑같은 말을 되뇌지 않을까.

지금까지처럼 말이다.

현장의 슬픔은 순직한 소방관들의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유가족의 요구로 아무도 이 슬픔을 깨뜨리지 못했다. 그저 멀리서 들리는 유가족들의 통곡소리와 그 소리에 가슴이 미어터지는 지인들이 내쉬는 조용한 한숨만 들릴 뿐이었다.

화재 현장으로 달려온 정치인과 높은분들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조문하기 위해 이 공간을 찾았지만 그들이 유가족으로부터 들은 얘기와 그들 스스로 한 다짐이 얼마나 이뤄질 지는 모르겠다.

이번 소방관들의 순직이 정말로 고귀한 희생이 되도록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희생이 재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매일매일 자신의 생명을 걸고 화마와 싸우는 모든 소방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발길을 돌렸다. /피현진·강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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