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그라운드 /포스텍 제공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과 백신개발 경쟁을 겪으며 바이오헬스 산업은 글로벌 핵심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 규모는 3대 주력 산업인 조선, 반도체, 자동차의 3.4배로 지난 2020년 13.8조 달러 규모가 2026년에는 19.7조 달러, 즉 1경9천7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가전략관점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에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도록 교육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 추진계획’을 발표해 “지역의 의대 신설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항시는 수년 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과 스마트병원 건립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시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의사과학자 양성 관계부처 장관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국회에서 ‘연구중심의대 설립 국회 정책 토론회’를, 7월에는 포스코국제관에서 ‘바이오보국(報國)을 위한 바이오산업 미래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실시한 의대 설립 촉구 범시민 서명운동이 보름여 만에 20만 명을 돌파하면서 조기에 목표를 달성, 의대 설립을 향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열망을 확인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바이오헬스’ 글로벌 핵심산업 성장

윤 대통령 “의사과학자 양성 속도감 있게 추진” 주문도

포항시, 수년 전부터 간담회·정책토론회 사업 추진 매진

최근 ‘의대 설립 촉구 서명운동’ 조기 달성 등 관심 뜨거워

세계적 수준 연구 교수진·전주기적 산업화 인프라 강점

경북 초광역권 의료 혁신거점, 대한민국 新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 /포항시 제공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 /포항시 제공

△ 의사과학자 양성을 통한 국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의사과학자란 진료와 연구를 동시에 하는 과학자이자 중개연구자로서, 융복합기술 연구, 신약 개발 등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전문인력이다. 노벨상 생리의학 부문 역대 수상자 총 227명 가운데 절반 이상(119명)이 의사과학자 출신이며 미국 보건·의료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국립보건원의(NIH) 감독관 69%가 의사과학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코로나 백신 개발 경쟁에서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와도 벌어진 기술 격차는 ‘의사과학자’ 차이가 결정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미국 모더나, 독일 바이오엔테크 등 세계 상위 10대 제약 최고기술책임자(CTO)의 70%가 의사과학자다.

포항시는 미국 주요 의학전문대학원의 사례를 분석해 연구중심의대의 교육과정을 8년 기본 구조로 정했다. 기존의 기초 의학과 임상의학 중심의 전통적인 의학교육에서 벗어나 의학 교육에 공학 원리를 통합한 새로운 의학 교육 커리큘럼이다. 형태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입학생 1·2학년은 MD(의무 석사 과정)로 기초의학과 임상이론, 의료 인문학 등 임상실습 전 교육을 받는다. 3~6학년은 PhD(박사과정)로 각 전공별 필수 과목을 배운다. 7·8학년은 MD(의무 석사 과정)로 핵심임상실습과 학생인턴십, 의료 인문학, 연구심화 등 임상실습교육을 이수한다. 졸업 후 2년은 필수로 연구에 참여하게 되며 그 후 창업 시 2년 간 지원 받을 수 있다.

연구중심의대가 설립되면 포항과 경북도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큰 경제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가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로 10년 내 세계 10위권 진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의료기기 수입의존도가 지난 2018년 대비 62.8% 경감될 것으로 보이며, 오는 2027년에는 의약품 수출 규모 160억 달성이 예상된다. 또 포항시는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 구축과 강소연구개발특구 육성, 스타트업 전주기 글로벌 성장 지원에 나서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바이오산업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열악한 지방의료 개선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의 新모델 제시

지방은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심각한 지역의료 불균형 문제를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북은 의료 최대 취약지다. 인구 천명당 의사 수는 2022년 7월 기준 서울 3.45명, 대전 2.63명, 대구·광주 2.62명 등이나 경북은 1.39명으로 최하위다. 우리나라에 상급종합병원이 45개가 있지만 경북에는 하나도 없다. 입원환자사망률과 치료가능사망률은 전국 최고 수치를 보인다. 의사과학자를 양성하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포항시에 따르면 의사과학자 양성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국민의 86%, 이 중 80%가 의사과학자 양성 의과대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포항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피츠버그시 성공사례에 착안, 바이오 산업 에코시스템을 도입해 균형 발전의 첫걸음을 놓는다는 계획이다. 피츠버그시는 철강 도시에서 4차 산업도시 전환에 성공했다. 피츠버그시는 현재 생활 과학을 비롯한 에너지, 로봇 등 8개 주요 산업을 기반으로 대학을 활용한 기술 개발 R&D(연구개발)·기업 및 대학, 병원, 연구소 등과 연계한 에코시스템을 구축했다. 포항시도 과학과 공학을 기반으로 한 의학교육 표준모델 정립으로 바이오 헬스 산업을 선도하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해 국가 바이오 헬스 R&D 거점으로 도약, 대한민국 바이오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포항과 경북이 기업과 의료 인프라를 연계해 에코 시스템 구축으로 지방 발전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연구중심의대와 스마트병원 건립으로 경북 ‘초(超)광역권’ 의료 혁신거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포항의 연구중심의대와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안동 백신생산단지가 연계되기 때문이다. 시는 지역 주도의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균형발전 성공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중심의대 학생들에게 지역 연구소를 통한 일자리 보장과 벤처창업 자금 등 안정적인 진로 지원을 하면서 졸업 후에도 대구경북에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새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3·4대 방사광가속기                                                                                                             /포스텍 제공
3·4대 방사광가속기 /포스텍 제공

△바이오보국(報國)을 위한 포항시의 차별성

포항시는 연구중심의대와 스마트 병원 설립을 위해 수년 전부터 많은 준비를 해 왔다. 시는 바이오헬스 케어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우수한 연구 교수진을 확보했다. 특히 포스텍은 바이오 분야에 우수한 연구 인력을 갖추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바이오헬스 분야 상위 10% 논문 비율 국내 1위, 최근 5년간 바이오·의료분야 기술이전 수익 118억원을 달성했다.

포항시는 전주기적 산업화 인프라를 갖췄다. 연구는 포항가속기연구소,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미래 IT융합연구원 등에서 할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한 셀트리온은 포항가속기연구소가 보유한 기기와 같은 방사광가속기(PLS-II)를 활용해 COVID-19(코로나19) 치료제와 COVID-단백질의 결합 구조를 0.27nm 수준으로 규명하는 성과를 냈다. 연구 단계에서 개발한 기술의 사업화는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생명공학연구센터, 의료기기혁신센터,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 등에서 이뤄진다. 극저온전자현미경은 2017년 노벨화학상과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활용됐다. 앞으로 포항시에서도 세포막단백질연구소에서 보유한 극저온전자현미경을 세포막단백질 구조기반 신약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기술상용화는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강소연구개발특구와 연계하면 된다. 안동에 소재한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은 2023년 11월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를 개소하고 백신산업화 촉진을 위한 전략적 기업 육성·지원을 약속했다. 이렇게 포항은 교육인력과 연구 인프라, 시스템 확보로 의대 정원 확보 시 민간 자본을 통한 신속한 의대 설립과 효율적 운영이 가능한 구조다.

지역 의료와 협력 체계 구축도 마쳤다. 지난 2022년 10월 포항시는 경북도, 포스텍, 포항시 6개 주요 종합병원과 ‘포스텍 연구중심의대 및 병원설립’ 업무 협약을 맺고 지역 내 대형병원과 연구병원-임상병원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또 빅데이터 활용 연구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공유 범위를 확대하고 기존 병원 전문분야 및 노하우를 활용한 전공의 과정 고도화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 최초로 지역 의료계와 협력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포항시는 ‘3대 특성화 분야’에 매진할 뜻을 품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반 정밀의학으로 ‘예측의학’에 나선다. 이로써 개인별 맞춤형 생체주기 분석과 진단, 첨단 맞춤형 의료기기·스마트 의료기기·최첨단 영상 진단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맞춤형 신약 개발’로 방사광가속기 및 극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해 구조 기반 신약 개발과 식물 기반 그린 백신 개발을 꾀한다. ‘재생의학’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재생의학을 위해 3D 바이오 프린팅을 기반으로 한 생체 모방 기술과 인공장기 개발, 줄기세포 재생 치료제 개발에 힘쓴다. 또 생체융합기술, 스마트 바이오·의료용 나노소재 개발도 추진한다.

이강덕 시장은 “기존 의사과학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연구력 강화를 위해 연구중심의대 설립은 국가적·시대적 요구 사항”이라며 “급성장 하는 AI 등 첨단 기술과 공학 기반 헬스케어 시장 선점을 위해서도 연구중심의대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최대의 바이오·생명과학 클러스터인 보스턴 클러스터를 검토해 포항을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로 만들 것”이라며 “의사과학자양성과 스마트병원 설립 등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이 발전하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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