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 중 유일한 상상 속 동물 ‘청룡’
비와 물 다스리는 수호신으로 여겨져
용의 기운 가득한 교룡득수의 해 희망

신년휘호

동서를 막론하고 교룡은 전설상의 동물로 인류 문화에 등장했으며 그 모양이 청동기에도 사용되었다. 백과사전인 도감 ‘화한삼재도회’에 따르면, 교룡은 눈썹이 있고 뱀과 비슷하며 네 개의 발과 비늘이 있으며 길이가 5m로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비유로는 ‘때를 못 만나 뜻을 이루지 못함’을 뜻한다. ‘교룡득수(蛟龍得水)’는 용이 물을 얻었으니 좋은 기회를 얻는다는 뜻으로, 새해에는 각자가 설계한 삶의 목표가 긍정적인 변화 속에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선정하여 휘호하였다. 2024년 갑진년은 십간(十干)의 오방색을 합친 푸른 용(靑龍)의 해이다. 늘상 오가는 한해지만 새해에는 청룡의 기운을 받아 모든 분이 보람찬 삶의 설계를 꼭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수암 강희룡

ㆍ계명대 교육대학원, 예술대학원 졸
ㆍ계명대 미술대학 외래교수 역임
ㆍ대한민국서예전람회 초대작가, 심사위원
ㆍ한국서가협회 경북지회장 역임
ㆍ포항시서예가협회장 역임
ㆍ개인전 5회
ㆍ저서:‘한묵채근담’

 

신년세화

모락 권정찬

ㆍ전 경북도립대학 교수
ㆍ초대개인전 53회
ㆍ기발현 퍼포먼스 30여 회
ㆍ미국대통령상 금상
ㆍ에너하임시장상
ㆍ저서:‘깨달음의 순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심관 이형수

ㆍ동국대 졸업
ㆍ개인전 15회
ㆍ(사)한국서가협회 수석 부이사장 역임
ㆍ(사)한국서가협회 경북지회 초대지회장 역임
ㆍ(사)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
ㆍ저서:‘영덕대게의 맛 영덕문향의 멋 심관 이형수의 수묵편지’

 

십이지신 중 용신을 형상화한 ‘십이지신도―진신’(1977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십이지신 중 용신을 형상화한 ‘십이지신도―진신’(1977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갑진년 청룡의 해 문화적 상징·의미

‘솟아올라라, 용!’

2024년 갑진년(甲辰年) 용띠 새해가 밝았다. 십이지(十二支)의 다섯 번째 동물인 용은 열두 띠 동물 중 유일한 상상 속 동물이며, 변화무쌍한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존재로서 왕권과 권력, 수신과 풍요를 상징한다. 올해는 ‘청룡의 해’다. 청룡(靑龍)은 동쪽 방위를 지키는 수호신이자 만물이 근원인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이다. 갑진년 새해, 청룡의 청량하고 신성한 기운을 듬뿍 받아 모두 활기차게 비상하시기를 소원한다.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에 큰 영향 미친 상서로운 존재

용은 실존하지 않는 동물인데도 정형화된 형태와 상징성을 가지고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불교에서는 호법의 의미로, 지배층에서는 왕권·권위·입신의 의미로, 피지배층에서는 벽사·기복의 의미로 용을 사용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용을 명예롭고 상서로운 존재로 받아들였다.

우리의 생활과 의식구조에 밀접하게 자리 잡은 용의 흔적은 지금도 산, 폭포, 바위 등의 자연물, 지명, 사찰명에 남아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도 동화책 속의 용, 게임 속 캐릭터, 전설을 표현한 구조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문화에서의 용은 삼국통일 이후 불교가 독자적인 호국 신앙으로 발전하면서 용은 호국룡(護國龍)의 성격을 띄기도 했다.

승천해 가뭄에 단비를 뿌리고 풍요와 복을 주는 존재

용은 낙타·호랑이·사슴·뱀 등 여러 동물이 합성된 상상의 동물이다. 서양에서는 주로 퇴치해야 하는 존재로 나타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상서(祥瑞)롭고 신령한 동물로 인식된다. 우리 민속에서 용은 생명의 근원인 비와 물을 상징한다. 수신(水神)으로서 ‘용신’, ‘용왕’ 등 민속신앙의 대상이 됐고 지역별로 다양한 의례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은 ‘기우제’다. 바닷가 마을에서 지내는 ‘용왕제’, 정초 우물가에서 행해지는 ‘용알뜨기’, 대보름 강가에서 용신에게 제물을 공양하는 ‘어부심’ 등도 있다. 농사를 짓기 위해 용에게 비를 빌었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용에게 풍어(豐漁)와 안녕(安寧)을 빌었다.

건국 신화부터 속담까지 민속문화 속 용의 상징

한국의 용에 대한 최초 기록은 주몽, 박혁거세 등 건국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용왕도·농기(農旗) 등 그림에는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형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얼음이 갈라진 모습을 ‘용의 짓’으로 보고 그해 풍흉을 점쳤으며, 뜻한 바를 모두 이뤘을 때 ‘용이 여의주를 얻은 격’이라고 하는 등 용 관련 풍속과 속담도 다양하다.

용이 깃든 물건으로 액을 물리치고, 재복(財福)과 출세를 바라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용의 신령스러운 능력을 가까이 두고자 했다. 복식·건축·그림·도자기·가구 등 여러 분야에서 용 문양을 폭넓게 사용했다. 지붕에 용마루, 기와에는 용두(龍頭)를 장식해 화재 예방과 벽사의 뜻을 담았다. 정초에는 용호(龍虎) 그림과 문자를 대문에 붙여 재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했으며, 농기에 용 그림을 그려 풍요를 희망했다. 또한 문방사우(文房四友)나 문자도(文字圖)에 용 문양을 넣어 출세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입신출세’의 뜻을 지닌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는 격려와 응원의 의미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인간의 이해를 넘는 신비의 상징

문학에서 용에 대한 신비는 주로 판타지 작품 속에서 나타나 인간과는 애증 관계를 묘사한다. 최근 들어 드래곤 캐스트·미르 등의 게임에서 드래곤은 중요한 아이템으로 표현되고 있다. 절대적 무기인 갑옷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드래곤들을 물리치고 비늘을 얻어야 한다. 과거 광야에서 용과 싸우던 기사들이 이제는 게임의 환상 속에서 드래곤과 맞서고 성장해가는 것이다.

용은 왕을 상징한다

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경외의 대상이다. 동양에서는 국가 또는 왕과 동일시하는 동시에 용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변고가 있을 징조로 보았다. 신화 속의 수신(水神)인 용은 혼인을 통해 국조(國祖), 군주, 씨족조(氏族祖) 등 귀인의 어버이다. 석탈해는 용성국 왕과 적녀국 왕녀 간의 소생이고, 고려 태조 왕건은 작제건과 용녀의 소생인 용건의 아들이다. 백제 무왕(武王)인 서동은 어머니가 과부로 서울 남지변에 살던 중에 그 연못의 지룡과 교통하여 출생하였고, 후백제 시조 견훤은 광주 북촌의 부잣집 딸이 구렁이와 교혼하여 낳았다. 창녕 조씨의 시조 조계룡은 용의 후예라고 하는 씨족의 시조 신화로서 나타난다.

천후(天候) 다스림이 절대적인 농경 문화권에서 군왕과 용은 자연스럽게 결합된다.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 임금의 덕을 용덕(龍德), 그 지위를 용위(龍位)라고 하였고, 임금이 앉는 자리를 용상(龍床)·용좌(龍座), 임금이 입는 의복을 용의(龍依)·용포(龍袍), 임금이 타는 수레를 용가(龍駕)·용거(龍車), 임금이 타는 배를 용선(龍船)이라고 했다. 심지어 임금이 흘리는 눈물을 용루(龍淚)라고 불렀다.

용꿈-태몽으로서 최고의 꿈

‘용꿈을 꾸고 자식을 얻으면 훌륭하게 된다’는 말처럼 한국인은 용꿈을 장차 크게 이름을 떨칠 자식을 낳게 될 꿈으로 여긴다. ‘용을 타고 하늘을 나는 등용(登龍)의 꿈’은 승진하고 벼슬에 오르는 꿈으로 해석된다.

개천에서 용 난다

용은 큰못·큰물·깊은 물에서 산다. 또한 아무리 좋은 못이라도 두 마리의 용은 같이 살 수 없다. 용이 활동할 수 있는 큰물에서 용이 나듯이, 인간사의 모든 일도 여건이 잘 조성돼야 성취할 수 있다. 개천이나 시궁창·흙탕물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빈천한 가정에서도 노력에 따라 때로 걸출한 인물이 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용이 하늘에 가려면 여의주·물·비·바람·구름이 필요하듯이 사람이 출세하려고 한다거나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면 주위 여건이 맞아야 한다. 여의주를 잃은 용, 물을 잃고 땅 위에 나온 용, 낚시에 걸린 용은 무능한 존재, 세도를 잃은 사람, 재물을 밝히다가 망신을 당한 사람에 비유된다. 그래서 용도 물 밖에 나오면 개미가 덤빈다.

지렁이도 용꿈을 꿀 수 있다. 못난 미꾸라지도 오래 정진하면 용이 될 수 있듯이 빈천한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도 오랫동안 끈질기게 노력하면 출세할 수 있다. 자유자재로 조화를 부리는 용도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에는 오르지 못한다. 현대의 모든 이들도 무슨 일이나 큰일을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미리 만들고 고리를 풀어야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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