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작가가 만난 ‘이 한 사람’
김태연 포항시동물보호센터장

김태연 포항시동물보호센터장의 가족.

민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란 조항이 신설된 개정안은 국회에 머물러 있다. 그러므로 누구나 돈만 지불하면 원하는 동물을 살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버릴 수 있다. 구매자를 보호하기 위한 매매계약서에는 동물의 기본 정보와 건강에 관한 사항을 적도록 하지만 구매자의 사육 능력이나 사육환경에 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 반려동물 인구에 비례해서 유기동물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이다.

겨울비가 장맛비처럼 내리던 저녁. 어둠이 내린 시골길을 더듬어 포항시동물보호센터를 찾았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구조되었다는 강아지가 유리 부스 안에서 부산스럽게 오가며 끙끙 앓았다.

직원의 말로는 사람의 손을 많이 탄 모양인데 도대체 어떤 사연으로 버려졌을까. 김태연 센터장과 만난 사무실은 어린 강아지들을 보호하는 집중실과 문 하나로 통하는 위치했다. 김 센터장과 인터뷰하는 내내 낯선 곳에서 첫날을 맞은 강아지들의 불안한 짖음이 이어졌다.

 

현재 130여 마리 개와 10여 마리 고양이 보호 관리
새 주인 찾아주기 위해 센터에 전국 첫 스튜디오
예쁘게 사진 찍어 올리면 확실히 입양률도 높아

올해부터 반려동물 더이상 키우기 어려운 경우
동물보호센터서 인수해 보호할 법적 근거 생겨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파양 받아주진 않아

식용견 사육 금지 등 동물권 증진 이해관계 첨예
보다 적극적 대화와 논의로 사회적 합의 이뤄야
입양 이후 동물 근황 알릴 강제 의무 조치도 필요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시혜를 베푸는 일이 아냐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생태계를 공유하는 것은
어쩌면 지구에 사는 존재로 당연한 의무 아닐까

-포항시동물보호센터에는 어떤 동물들이 생활하나.

△현재 130여 마리의 개와 10여 마리의 고양이를 보호한다. 지난 11월에만 63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12마리가 원래 주인을 찾았고, 39마리는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건강상의 이유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폐사한 개체가 25마리이다. 개와 고양이 외에 토끼나, 햄스터, 염소나 앵무새도 구조한 적이 있다. 야생 동물의 경우, 건강상의 문제가 없으면 방사하고 나머지는 경상북도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인계해 치료하거나 야생 적응 훈련 등을 받도록 한다. 다섯 명의 직원이 돌아가면서 구조와 보호, 방문자 응대까지 한다.

-주된 유기 장소는 어디인가.

△우리 센터에서는 연간 천여 마리를 구조해서 보호한다. 대부분 도심 지역에서 발견되며, 드물게 센터 앞에 묶어두고 가는 경우도 있다. 봄과 여름철에 구조하는 수가 늘어나는 편이다. 유기가 많아서라기보다 그 시기에 번식하는 길고양이나 들개가 많은 영향인 듯하다.

-유기동물의 구조 과정과 보호 시스템은 어떠한가.

△센터나 관공서를 통해 신고가 들어오면 구조 담당자가 현장으로 출동한다. 동물의 안전 확보를 위해 포획 틀이나 구조물을 설치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개와 고양이고 그중에서도 개의 비중이 월등하다. 입소한 동물은 전염병이나 기생충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1주일 정도 대기실에서 지낸다. 그러면서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을 통해 주인을 찾는 공고를 열흘간 올린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기본적인 건강 관리를 하며 사진도 예쁘게 찍는다. 고양이도 동일한 공고 과정을 거친 뒤에 고양이 전용 보호동에서 지낸다.

-주인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하나. 안락사를 시키는 기준이 있는지.

△주인을 찾지 못해서 삼사년 씩 센터에서 지내는 아이들도 있다. 건강상의 문제로 자연사하는 경우도 있고 불가피하게 안락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해를 끼칠 때이다. 전염병에 걸렸거나 고령으로 정상 생활이 힘들 때도 안타깝지만 안락사를 선택한다.

-포항시동물보호센터는 강아지 사진을 잘 찍기로 유명하다고 들었다.

△센터에서 구조하는 동물의 60% 정도가 입양된다. 많을 때는 한 달에 50마리가 넘는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사진 한 장으로 첫 인상을 결정한다. 사진을 예쁘게 찍어 올리면 확실히 입양률이 높다. 센터 한 쪽을 스튜디오처럼 꾸며서 강아지들을 촬영한 지 3년 정도 됐다. 지금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많이 따라하지만 첫 시작이 포항이다. 서울에서 취재해 갔을 정도로 유명하다. 현재 입양 업무 다수는 포항시산림조합 숲마을에 위치한 ‘포항시유기동물입양센터’로 옮겼다. 포항시동물보호센터는 구조와 보호 업무를 위주로 한다.

입양을 원하신다면 도심에서 더 가까운 포항시유기동물입양센터를 찾아달라.

 

김태연 포항시동물보호센터장
김태연 포항시동물보호센터장

-피치 못할 사정으로 파양하기 위해 보호센터를 찾는 사람도 있는지.

△올해부터 입대나 건강상의 이유로 반려동물을 더 이상 키우기 어려운 경우, 지자체의 심사를 거쳐 동물보호센터에서 동물을 인수하여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전까지는 누구에게 부탁하거나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파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궁핍이고, 홀로 사는 노인의 요양원 입소나 사망 등으로 지인들이 센터로 연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물보호센터는 앞서 언급한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라 단지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파양을 받아주는 곳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의 동물보호 시스템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입양 후에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늘 궁금하고 염려스럽다. 현재의 시스템은 구조와 보호에 집중하고 있고 입양 후 동물들의 생사나 복지를 담당하기 어렵다. 입양 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입양자들이 입양 동물의 근황을 시스템에 올리도록 강제하는 조치가 있으면 어떨까 싶다.

-센터장께서도 반려동물을 키우시는지.

△대학생 때 유키라는 하얀색 암컷 페키니즈를 키웠는데 유기견 출신이었다. 처음 키우다 보니 배변 훈련이나 산책 등 어려움이 컸다. 12년 정도 키우다가 병으로 떠나보냈는데, 상실감이 얼마나 컸던지 여전히 마음 한쪽이 아린다. 지금은 열 살 된 고양이를 키운다. 사랑스럽고 위안을 주는 존재지만,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가족이 있어 안타까움도 가진다. 동물을 키우려는 분들은 반드시 미리 확인하길 바란다.

-수의학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길을 의심해 본 적은 없는지.

△수의과대학 6년 동안 그런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학업이 버거운 면도 있었지만 가장 큰 갈등의 순간은 따로 있었다. 본과 3학년에 살아있는 동물을 치료하는 전공수업이 있었다. 그때 관리하던 동물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고 골든타임을 넘겨 안락사시켰다. 과연 이 길을 계속 걷는 게 맞는지, 나 자신이나 동물을 위해서 옳은 선택인지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했다.

-동물권 인식이 확산하면서 개 식용을 비롯해 산천어축제, 소싸움, 승마 체험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는 이슈들이다. 결국 사회적 합의를 거쳐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추구해야 할 가치를 법으로 녹여내야 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식용견 문제의 경우 수십 년간 케케묵은 갈등을 유발하다 올해부터 실질적으로 식용견 사육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식용견 협회 등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소싸움 대회도 학대 요소가 명백하지만 지자체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쉽지 않다. 결국 동물의 복지 증진과 그에 따른 동물권 증진이라는 시대정신을 현실에 투영시키는 것은 일방의 도덕적 우위에만 의지해 실현할 수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논의해야 한다.

-동물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나라도 있다는데 동물권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

△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본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유럽이나 미국과 차이가 있다. 법은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 현재 동물권과 관련한 시대정신은 더 이상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동물의 권리는 차근차근 늘어날 것이고 미국처럼 재산을 상속받는 동물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

-동물권 증진을 요구하는 한편에서는 동물 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동물을 대하는 인식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같다.

△예전과 비교하면 동물을 대하는 태도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마당에 묶어 기르는 시골 개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는 잔반을 주거나 목줄이 짧아서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사료를 먹이고 목줄을 길게 해서 기른다.

반면 일부지만 동물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을 키우는 건 시혜를 베푸는 일이 아니다. 동물과 함께하며 그들과 생태계를 공유하는 것은 어쩌면 지구에 사는 존재로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가 아닐까. 한 번쯤 고민해보길 소망한다.

-동물을 대하는 인식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을까.

△동물권 증진과 관련해서 축산업에는 과연 동물권을 보장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다. 좁은 케이지, 스툴 안에서 알을 낳고 분만하는 양계·양돈농장, 인위적으로 수정시켜서 지속해서 송아지를 낳게 만드는 한우 사육 농장들 모두 시대정신에 비춰봤을 때 분명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의 산업과 동물권 증진의 시대정신이 부딪히는 현시점에서 시대정신만 고집하는 것은 기존 산업 종사자들에게 가혹하다. 해당 산업 자체적으로도 동물권리증진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동물복지농장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법적, 제도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다.

저 역시나 동물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폭넓게 생명으로 존중받고 권리를 보장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본인의 의견만을 고집하는 방식은 동물권 이슈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옳지 않다.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마주하다 보면 동물들이 존중받고 인간과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리라 믿는다. /배은정 작가

김태연 센터장은

포항 흥해에서 태어나 포항고등학교를 다녔고 강원대학교에서 수의학을 공부했다. 포항시청 축산과에서 공중방역 수의사로 근무한 뒤, 경기도 안산시에서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4년여 전, 연로한 부모님과 가까이서 지내고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포항시동물보호센터의 민간위탁 법인인 영일동물플러스 이사장이자 포항시동물보호센터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