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세계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 핵심인 IP(지식재산권) 확장에 주요 가요 기획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K팝 기획사들이 가장 확실한 IP 확장 수단인 신인 발굴에 공을 들이면서 올해 NCT 도쿄와 베이비몬스터 등 대형 신인이 줄이어 데뷔를 예고하고 있다.또한 메타버스(가상세계) 기술의 발달로 가상 가수도 경쟁적으로 팬들을 찾고 있다.

◇ 올해 기대주 잇따라 나온다…SM·YG 새 걸그룹 예고

19일 가요계에 따르면 각 기획사는 IP 확장의 차원에서 올해 신인 기대주를 잇따라 공개한다.

우선 하이브는 가수 겸 프로듀서 지코가 이끄는 산하 레이블 KOZ 소속 신인 보이그룹을 연내 선보인다.

지코는 지난해 11월 회사 설명회에서 “하이브는 다양한 레이블이 모인 공동체다보니 필요한 부분을 자문할 환경이 조성됐다”며 “내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시너지를 내도록 일할 수 있다.대중과 팬덤 양 사이드에서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는음악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SM은 올해 NCT의 일본 팀인 NCT 도쿄를 비롯해 신인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데뷔시킨다.

신인 걸그룹은 이성수 현 공동대표이사, 보이그룹은 탁영준 현 공동대표이사가 각각 프로젝트 리더를 맡았다.SM은 특히 최근 팬들을 모니터링 요원으로 위촉해 신인 걸그룹 후보 연습생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YG는 글로벌 슈퍼스타로 부상한 블랙핑크의 후배 걸그룹 베이비몬스터 데뷔를 목전에 두고 있다.이를 위해 설립자인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3년 6개월 만에 복귀하는 등 YG는 이 프로젝트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특히 올해 블랙핑크와의 7년계약 기간이 끝나 재계약을 논의해야 하는 한다는 점에서 이 신인 걸그룹의 무게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YG는 이미 공개된 루카, 파리타, 아사, 아현, 하람, 로라, 치키타 일곱 예비 멤버를 대상으로 마지막 공개 평가를 진행해 최종 멤버를 추려낼 방침이다.

이 밖에 에이티즈의 소속사 KQ도 신인 그룹 싸이커스를 이달 30일 내놓는다.

◇ K팝 위기 진단한 BTS의 아버지…돌파구는 신인 통한 IP 확장

내로라하는 기획사들이 이처럼 신인 데뷔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끊임없이 IP를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최근 한 달간 업계를 뒤흔든 SM 인수전 역시 H.O.T.에서 에스파에 이르는 방대한 SM IP를 확보하기 위한 하이브와 ‘IT 공룡’ 카카오의 다툼 차원에서 해석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아버지로 불리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 15일 관훈포럼에서 “미국 등 주류 시장에서 K팝의 성장률이 최근 둔화하고 있다”며 “한류 인기가 꾸준할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 동남아시아에서도 K팝은 최근 역성장 추세를 보인다.동남아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한 음반 수출 성장률은 지난해 전년 대비 -30%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속해 세계를 뒤흔들 슈퍼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역시 훌륭한 플랫폼을 갖추고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 이 플랫폼에 태울 IP가 절실했다는 평가다.하이브와 카카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업체에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IP 확장 수단은 바로 신인 데뷔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어느 회사든 간에 현재 소속된 아티스트가 영원하지는 않다.팬들의 소비 주기도 빨라져서 신인 준비가 꼭 필요하다”며 “회사 성장을 위해서는 IP 확장이 필수인데, 기존 아티스트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신인을 성공적으로 데뷔시키면 다양한 2차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에스파는 신인 때부터 다양한 메타버스 세계관 영상으로 팬들을 끌어모았고, 르세라핌은 세계관을 다른 웹툰·웹소설 ‘크림슨 하트’(Crimson Heart)를 선보이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지털 모바일 환경에 따른 다매체 시대의 도래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며 “가요계뿐만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글로벌 OTT도 콘텐츠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하는 만큼 K팝도 세계적인 흐름에 참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인 데뷔로) IP를 확보하면 K팝 외에도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 캐릭터 사업 등 매우 많은 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고 파생 콘텐츠로 수익을 다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현실 세계 넘어서는 K팝…신인 가상 가수 잇따라

신인 확보 경쟁은 비단 현실 세계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카카오엔터는 넷마블에프앤씨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올해 1월 가상 아이돌 그룹 ‘메이브’(MAVE:)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엔터는 특히 가상 인간이 먼저 제작된 후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합류해 음원을 내는 일반적인 업계 관행과 달리 처음부터 메이브 프로젝트에 참여해 신인 아이돌을 데뷔시키듯 준비했다.메이브 멤버들은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한국어는 물론 영어, 불어, 인도네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도 학습했다.

이들은 여느 아이돌 그룹처럼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SM도 올해 에스파 세계관 속 조력자 캐릭터 ‘나이비스’를 가상 가수로 데뷔시킬계획을 갖고 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가상 아이돌은 활동에 시공간적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K팝 팬들에게 확장된 콘텐츠와 즐길 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며 “웹툰, 웹소설, 영화 같은 콘텐츠 IP 뿐만 아니라 게임과 메타버스 등 가상 공간으로도 활동 범위를 자연스레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