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시사‘ 편지 공개…동료 가수·작곡가 “박수칠 때 떠나라는 것이 그의 생각”

나훈아. /예아라 제공
나훈아. /예아라 제공

’가황‘(歌皇) 나훈아가 데뷔 58년 만인 27일 갑작스럽게 은퇴를 시사하면서 가요계 안팎과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나훈아는 이날 소속사를 통해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진리를 따르고자 한다”고 밝히며 마지막 콘서트 일정을 공개했다.

그는 은퇴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사실상 올해 콘서트가 그의 마지막 무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간 대외적인 접촉을 극도로 꺼려온 나훈아는 이날도 편지 외에는 별도 입장을내지 않아 마지막 콘서트의 의미에 대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나훈아와 수십 년의 인연이 있는 동료 가수, 작곡가들은 은퇴를 암시한 발표를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면서도 그간 나훈아가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실행에 옮긴 것 같다고 했다.

나훈아의 은퇴 예고 편지.
나훈아의 은퇴 예고 편지.

나훈아와 친분이 깊은 한 원로 가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연이 매번 솔드아웃(매진) 되지 않냐”며 “직접 공연을 연출하고 음악도 연구하니 새로운 무대를 만드는 데 대한 떨리고 두려운 마음을 얘기하면서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다고 띄엄띄엄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나훈아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도 컸다.그럴 때마다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는데, 말 그대로 박수받을 때 평소에 하던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 같다.자기만의 스타일이 확실하고 고집 있는 사람이니까”라고 말했다.

나훈아와 오랜 인연이 있는 한 원로 작곡가도 “얼굴을 본지는 좀 됐다”면서도 “이전에도 나훈아 씨는 무대에 설 때마다 언제까지 이런 박수가 나올 수 있을까, 박수가 끊이기 전에 내려가야 하는데, 그것이 언제 올 것이냐에 대한 생각을 하면 항상 두렵다고 이야기했다.관객들에게 박수받을 때 좋은 모습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나훈아는 ’무시로‘, ’잡초‘, ’갈무리‘, ’울긴 왜 울어‘, ’임 그리워‘, ’강촌에 살고 싶네‘, ’물레방아 도는데‘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사랑받았다.

부산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시절에 시 교육위원회 개최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어릴 적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여왔다.

나훈아와 인연이 깊은 한 원로 작곡가는 “60년 가까이 한결같이 사랑받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정한 국민 가수이고 진짜 예술인이고 스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나훈아 씨는 훈장도 고사했는데, ’사람 일이 언제 어떻게 될지모르는데 훈장 받고서 좀 잘못해 입에 오르내리면 반납하러 가야 하지 않느냐‘고 웃더라”며 “어딘가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소신이 확실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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