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호평 속 비판도…웨이브도 ‘국가수사본부’ 공개“
저널리즘 영역 들어선 OTT 콘텐츠 대상 가이드라인 등 논의 시작해야”

범죄를 다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잇따라 방송되면서 속 시원한 폭로라는 호평과 함께적나라한 범죄 묘사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달 넷플릭스는 사이비 종교 교주의 악행을 고발하는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웨이브는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강력계 형사들의 수사 과정을 그린 ‘국가수사본부’를 순차 공개하고 있다.

‘나는 신이다’는 ‘PD 수첩’을 만들었던 조성현 MBC PD가, ‘국가수사본부’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만든 배정훈 SBS PD가 연출했다.지상파의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을 만든 PD들이 OTT에 내놓은 다큐는 주제 선택부터 연출법까지 TV와는 다른 문법을 택했다.

‘나는 신이다’는 JMS 총재 정명석의 수위 높은 발언을 담은 녹취 음성으로 시작한다.이는 성폭행 피해자 메이플이 직접 녹음한 것으로 성적인 내용이 묵음 처리되지 않은 채 여과 없이 나와 충격을 줬다.

여성 JMS 신도들이 나체로 목욕탕에 있는 영상도 얼굴만 가린 채 신체 부위가 모자이크 없이 나오고, 동일한 영상이 여러 번 반복돼 재생된다.아가동산 피해자인죽은 최낙귀 군의 어머니가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양쪽 뺨을 세차게 여러 차례 때리는 모습도 편집 없이 그대로 나온다.

‘나는 신이다’는 그동안 언론이 깊게 다루지 못한 사이비 종교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호평받고 있다.

시청자들은 “진짜 적나라하게 만들었다.”, “공영방송도 힘들던 소재를 다룬 넷플릭스 응원한다”, “MBC가 제작하고 왜 넷플릭스로 틀 수밖에 없는지 알 것 같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사회적인 파장도 크다.다큐 공개 이후 검찰총장이 현재 진행 중인 정명석 재판과 관련해 “엄정한 형벌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반 JMS 활동을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큐를 보고 JMS를 탈퇴했다는 글들도 눈에 띈다.

다만, 교주의 악행을 파헤치는 데 집중하다보니 성범죄를 상세하게 묘사하기도 한다.이런 장면을 재연해 보여주는 노골적인 연출 방식이 성범죄 보도 준칙에 위배되는 데다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청소년 시청 불가 등급으로 제한을 두고, JMS를 다룬 1∼3화 도입부에 ‘사실적인 성적 학대 묘사가 있으며, 일부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띄웠다고는 하지만, 실제 벌어진 사건을 보도하는 영역인 만큼 성범죄 보도 준칙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15세 이상 시청 등급인 ‘국가수사본부’ 역시 마찬가지다.강력범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니는 형사들을 현장감 넘치게 조명한다는 호평이 많지만,범죄 현장에 놓인 흉기들이 모자이크 없이 노출된 부분 등은 우려를 사고 있다.

이런 연출 방식이 가능한 것은 OTT 특성상 방송 심의를 받지 않고 오롯이 제작자에게 그 권한과 책임이 쥐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OTT 콘텐츠는 방송법이 아닌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다.지상파 등 보도 채널을 가진 방송사들이 내부적으로 두고 있는 보도 지침도 없다.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명석의 녹취 음성으로 작품을 시작하는 것과 관련해 넷플릭스도 우려를 표명했지만 결국 자기 뜻이 받아들여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저널리즘 영역으로 들어선 OTT 콘텐츠에 대해서는 보도 가이드라인 제정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장석준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범죄에 방법에 대한 재연 등은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며 “범죄 기법을 노출하는 데다 시청자들에게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어 “‘나는 신이다’가 주목받으면서 ‘OTT 저널리즘’이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아직 가이드라인이나 법률적인 규제 등이 쫓아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지상파는 흡연 장면이나 흉기 등을 모자이크하는데 OTT라는 플랫폼만 허용될 수있는지 등 지금은 무방비에 놓인 OTT 콘텐츠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