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 ‘육사오’서 말년병장 천우 연기
코미디 어렵지만 매력적…어설프게 웃기면 안돼

“주연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어느 순간 마음을 내려놨어요. 저는 여러 가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를 하고 싶지 주연을 하고 싶은건 아니거든요. 조연이든 특별출연이든, 스펙트럼 넓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고경표는 육군 23사단 철벽부대에서 조교로 근무하다가 2020년 1월 만기 제대했다. 전역 이후 촬영한 영화들이 최근 한꺼번에 나오고 있다.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박해일 분)의 후배 형사 수완을, 오는 24일 개봉하는 ‘육사오’에서는 말년병장 천우를 연기했다. 26일에는 디제이 우삼 역을 맡은 ‘서울대작전’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고경표는 “전역을 하고 나서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육사오’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날아가버린 로또를 놓고 남북한 군인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본격 코미디 영화다. 천우는 우연히 주운 로또가 1등에 당첨돼 잠시 행복했지만, 당첨금을 일부라도 되찾기 위해 곧 북한 군인들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된다.

비스듬히 드러누워 TV 리모컨을 돌리는 말년병장 천우는 3년 전 고경표의 모습이다.

“전역 이후에 찍은 군대 이야기라서 어렵지 않았어요. 군대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도 없고요. 또래보다 늦게 군대에 갔는데 먼저 다녀온 친구들 얘기보다 편했어요.”

천우는 부대에서 키우는 애완견에 철모를 씌워 함께 보초를 설 만큼 동물을 사랑하는 인물이다. 천우라는 이름은 ‘천 마리 소를 키우는 큰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천우 연기를 위해 소젖 짜는 법도 배웠다.

고경표는 “동물 사랑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지 않느냐”며 “사회 초년생의 순박함과 순수함을 표현하고 싶어 야식을 먹으며 살을 찌웠다”고 말했다.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순수함은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천우의 진심이에요. 로또에 대한 욕심과 집중력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57억 원이 날아간 허탈함을 채울 수 있는 집요함이 천우를 이끌어가는 힘이죠. 그는 “어설프게 웃기면 안된다”며 예능 ‘SNL코리아’에 장진 감독과 함께 출연하며 코미디 감각을 익힌 게 ‘육사오’ 촬영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어릴 때는 코미디 하는 게 싫었어요. 어린 마음에 멋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어느 순간부터 웃음이라는 관객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배우는 작업 결과에 대한 반응을 즉각 받기가 쉽지 않거든요. 코미디는 그래서 어렵지만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