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림 감독 ‘비상선언’ 8월 개봉
“한국사회 재난 겪으며 연출 결심”
작년 칸영화제 초청 작품성 인정
송강호·이병헌·전도연·김남길 등
재난영화에 초호화 캐스팅 ‘눈길’

영화 ‘비상선언’ 제작보고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연합뉴스
영화 ‘비상선언’ 제작보고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연합뉴스

“10년쯤 전에 의뢰가 왔습니다. 설정과 기획은 좋았지만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어요. 10년이 지나는 동안 불행히도 한국사회에 크고 작은 재난이 있었죠. 그 재난들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면서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재림 감독은 20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비상선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특정한 재난이나 사건을 묘사하지는 않았다. 재난을 이겨내는 순간, 재난에 패배한 아픔을 그려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 개봉하는 ‘비상선언’은 테러에 직면한 하와이행 항공기가 무조건 착륙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았다.

송강호가 테러 예고 영상을 제보받고 용의자를 추적하는 베테랑 형사팀장 인호 역을 맡았다. 밀린 업무로 아내와 하와이 여행을 함께 떠나지 못한 그는 사건을 해결하고 기내의 아내도 지켜야 하는 이중의 의무감으로 고군분투한다.

전도연은 시민을 지키기 위한 최적의 방안을 고민하는 국토부 장관 숙희 역을 맡았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으로서 현실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태수는 박해준이 연기한다.

기내에서 원인불명의 탑승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함께 탑승한 인물들의 사연과 감정이 스크린에 담길 예정이다.

이병헌이 연기한 재혁은 비행공포증에도 불구하고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기를 탔다가 절망과 혼란 속에서 상황을 해결하려는 인물이다. 임시완은 행선지를 정하지 않은 채 인천공항을 배회하다가 사고 비행기에 탑승한 의심스러운 인물 진석을 연기한다. 김남길이 부기장 현수, 김소진은 기내 사무장 희진 역을 각각 맡았다.

송강호는 “장르를 떠나 우리가 살면서 알고는 있지만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한 가족과 이웃,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세련되고 어른스럽게 표현한 작품”이라며 “형사로서 사랑하는 가족을 구해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비상선언’ 제작보고회에서 한재림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비상선언’ 제작보고회에서 한재림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병헌은 “재난영화라고 해서 비주얼과 스펙터클만 있는 게 아니고 관객을 생각하게 만드는 스토리가 있다”고 소개했다. 전도연은 “크고 작은 재난을 겪으며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애의 목적’(2005)으로 연출 데뷔한 한재림 감독은 ‘관상’(2013)과 ‘더 킹’(2016)을 잇따라 흥행시켰다. ‘비상선언’은 지난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장르영화로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촬영을 시작한 영화는 완성된 이후에도 개봉이 몇 차례 연기됐다.

한 감독은 “재난에 대해 고민하며 촬영에 들어갔는데, 코로나19로 전 세계인의 재난을 지켜보면서 촬영하게 됐다”며 “서로 노력하고 희생하면서 좀 더 나은 세상이 온 것 같다. 그런 면이 담겨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한 감독은 영화가 신파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배우들의 대사나 상황을 통해 관객이 감정을 느낀다면 신파보다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차별성을 뒀다”고 답했다.

송강호는 전날까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브로커’ 무대인사를 다니다가 새 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그는 “앞으로 ‘비상선언’뿐 아니라 다양하고 풍성한 저력을 느낄 수 있는 한국영화가 많이 소개될 텐데 삶의 양식을 느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