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윤시내가 사라졌다’서 투톱 주연
“윤시내와 연기 비현실적 느낌”
“데뷔작 ‘몸값’… 로또처럼 행운”

이주영. /블루라벨픽쳐스 제공
요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역주행하는 14분짜리 단편영화가 있다.

이충현 감독이 2015년 연출한 ‘몸값’에서 주연을 맡았던 이주영은 성매매 여고생 연기를 능청스럽게 펼쳤다. 막판에는 가발을 벗어던지고 이야기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 반전을 선보였다.

이후 7년 동안 독립영화계에서 몸값을 높여온 이주영은 다음달 8일 개봉하는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 ‘관종 유튜버’ 장하다 역으로 영화를 이끈다.

30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데뷔작 ‘몸값’에 대해 “로또처럼 행운이었다”고 했다. 이주영은 모델 활동을 하다가 ‘몸값’ 이후 배우로 전향했다.

“처음 영화를 찍을 땐 연기가 그렇게 어려운 건지도 몰랐어요. 제 안좋은 모습만 보이고, 영화 전체가 보이지도 않았어요. 나중에 보고 ‘나쁘지 않게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아직도 만나는 사람들이 ‘몸값’ 얘기를 꼭 해요. 그 뒤로 계속 좋은 작품들을 만났어요.”

이주영은 이후 ‘독전’(2018)에서 농아남매 여동생 역으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에서 전략기획실 사원 송소라 역으로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는 투톱 주연을 맡았다. 이주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중 있는 역할을 하기는 처음이었다”며 “장하다를 사람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곧 사명감이 됐다”고 말했다.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인터넷 방송에 몰두하는 딸 장하다와 윤시내에 인생의 전부를 걸어버린 엄마 신순이(오민애 분)의 로드무비다. 윤시내 모창가수 ‘연시내’로 살아온 엄마는 윤시내의 갑작스러운 실종에 절망하며 그를 찾아나선다. 딸은 엄마의 절박함을 이용해 인터넷 방송에서 관심을 끌려고 엄마의 여정에 동행한다.

장하다는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캐릭터다. 인터넷 방송을 위해 엄마를 조롱거리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철부지 장하다가 필요로 한 관심은 별풍선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이었음을 관객은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이주영은 그런 장하다가 안쓰러웠다고 했다.

“평범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는 게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어요. 엄마와 시간을 보내면서 왜 그녀가 그렇게 관심을 받고자 하는지 납득할 수 있었어요.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자신이 윤시내보다 뒷전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았던 거죠.”

장하다는 윤시내를 병원 계단에서 만나 대화하면서 엄마를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다. 현실의 전설적 가수 윤시내가 등장하는 장면은 판타지 같은 느낌을 준다.

이주영은 윤시내를 알지 못하고 자란 세대다. 아버지는 윤시내가 ‘초특급’이라고 했다.

이주영은 “윤시내 선생님과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윤시내가 누군지 아빠한테 여쭤볼 정도였어요. 공연 영상을 보니 그 시대에 너무 파격적이고 도전적이어서, 한국의 레이디 가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는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로 시작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끝난다. “진짜와 가짜, 관심과 무관심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엄마는 이미테이션 가수로 살아가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윤시내를 사랑하면서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기준이 뭘까 생각했어요.”

이주영은 “그동안 톡톡 튀는 캐릭터를 맡았지만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는 상실감을 표현하거나, 밑바닥에서 사람들이 외면하고 싫어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