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소금
26일 정규 6집 ‘히어 위 고’ 발매
“우리 음악은 건강한 자연식 같아”

그룹 빛과소금의 박성식(왼쪽부터), 장기호. /사운드트리 제공

“음반을 만들고 활동한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빛과소금’ 우리 아직 살아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장기호)

1990년대 한국 퓨전 재즈의 시작을 알렸던 그룹 ‘빛과소금’이 오랜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온다.

‘샴푸의 요정’을 시작으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떠난뒤’, ‘오래된 친구’ 등의 곡으로 세대를 넘나들며 사랑받았던 그들이 새 음반을 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26년이다.

빛과소금은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데뷔 30주년을 맞은 2020년에 새 음반을 발표하려 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정이 늦춰졌다”며 미안함을 먼저 전했다.

그동안 각자 음악 작업을 하면서 공연을 하기도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하며 강단에 서다 보니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녹음은 작년 여름에야 마쳤다.

박성식은 “이번 앨범에 담긴 이야기도 기존 음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음악적인 색채가 크게 변하지 않은데다 조금 여유가 생긴 만큼 조금 더 편안하게 들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26일 발매되는 정규 6집의 제목은 ‘히어 위 고’(Here We Go)다.

음반에는 ‘블루 스카이’(Blue Sky), ‘오늘까지만’ 등 총 10곡이 담겼다.

타이틀곡 중 하나인 ‘블루 스카이’는 빛과소금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노래다. 팬데믹 상황에서 느낀 답답함을 뒤로 하고 이제는 푸른 하늘에서 마음껏 날자고 노래하는 이 곡은 영어와 한국어 버전 두 가지가 수록됐다.

장기호는 “능력만 된다면 중국어 버전으로도 부르고 싶었다”며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B급 감성’을 살린 뮤직비디오도 찍었는데 빛과소금 최초의 공식 뮤직비디오”라고 강조했다.

기존 음반과 차이가 있다면 ‘따로 또 같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빛과소금 정규 6집 음반. /사운드트리 제공
빛과소금 정규 6집 음반. /사운드트리 제공

장기호는 “각자 자신이 만든 곡을 책임지고 프로듀싱하다 보니 (전작과 비교해) 각자의 색깔이 두드러진다”며 “각자의 음악 세계를 자유롭게 쌓아가면서도 빛과소금 특유의 색깔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수록곡 중 한 곡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박성식은 ‘어느 곡 하나 빼놓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대표곡 중 하나인 ‘비처럼 음악처럼’을 언급하며 “그 음악이 24살 청년 박성식의 언어와 문장이었다면 이번 6집의 음악은 노년기에 접어든 경험 많은 어른의 언어와 문장”이라고 답했다.

어느덧 60대에 접어든 두 멤버는 ‘빛과소금’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 팬들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기호는 “환갑의 나이에도 우리 두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역시 팬들”이라며 “예전처럼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못하더라도 틈날 때마다 부지런히 (음악 작업 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차세대 K팝 대표 그룹 중 하나로 꼽히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2020년 ‘샴푸의 요정’을 리메이크한 뒤에는 ‘원곡자가 누구냐’, ‘이런 곡이 있었냐’며 빛과소금을 찾아보는 해외 팬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시대를 아우르며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는 빛과소금 음악의 힘은 무엇일까.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자연식 음악이에요. 영양소를 응축시킨 비타민 알약이 아니라 각종 영양소가 듬뿍 들어있는 과일과 신선한 채소 같은 음악이라고 하고 싶어요. 자연식만큼 속 편하고 건강한 건 없으니깐요.” (박성식)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온 두 사람은 동료보다는 가족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장기호는 “서로 치고받기도 했지만, 우리 둘이 함께 연주하면서 무대에 오르는 게 그 무엇보다 가장 재미있다”고 했고, 박성식은 “50년 넘은 친구인데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하냐”며 웃었다.

빛과소금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음악 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기회가 된다면 10집, 아니 그 이상까지 같이 작업해야죠. 저희 둘 다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해서 40주년, 50주년 기념 음반도 만들고 팬들 모시고 공연하고 싶습니다.” (박성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