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공자가 제시한 사람을 관찰하는 방법은, 먼저 그 행위를 보고, 다음은 어떤 동기에서 그런 행위를 했는지를 살펴보고, 진정으로 기꺼운 마음에서 한 행위인지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사람이 어찌 자신의 속마음을 숨길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하지만 드러난 행위 이외에 그 동기가 무엇인지 진심으로 측은지심이나 즐거워서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늘 남의 행위에 대해 의심하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것이 위선자가 선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경우일 것이다. 사람들이 그 이면을 다 들여다보고 있는데도 그럴듯하게 궤변으로 포장해서 남의 이목을 속이려 드는 행위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하게 되고 분노까지 느끼게 된다. 특히 공인의 경우에는 국민들은 더욱 화가 치밀게 된다. 예컨대 2017년 7월 봉사활동을 위해 청주 수해 현장을 찾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황제 장화 논란이다. 당시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한 청와대 오찬에 불참하는 대신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수해현장을 찾았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준비된 장화를 신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장화를 신은 게 아니라 관계자가 허리를 숙여 신겨줬다. 봉사활동 시간도 45분 늦게 현장에 도착해서 실제 작업한 시간은 약 1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이날 자신의 봉사활동을 페이스북에 ‘오랜만에 해 보는 삽질이라 서툴렀지만 흡족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실제 피해를 당한 주민들에게는 봉사로서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민폐만 끼친 것이다.

올해 장마는 유난히도 길고 국지적으로 폭우가 쏟아져 그 피해가 엄청나다. 정의당 대표 심상정 의원이 경기도 안성의 한 수해현장에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허나 수해복구를 도왔다기엔 옷차림과 신발이 누가 보아도 너무 깨끗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정의당에서는 심 대표가 보여주기식 봉사를 한 게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긴급복구 현장에 실질적 도움이 못되면서 민폐만 끼친 예견된 결과가 입증된 것이다. 또한 청와대가 ‘문의가 많아 알려드린다.’며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수해 복구 현장 봉사활동 사진을 여러 장 올렸다. 이 사진을 두고 여당 인사들이 김 여사 ‘예찬경쟁’에 나섰다. 정청래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그 어떤 퍼스트레이디보다 자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썼으며, 민주당 8·29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한 노웅래 의원이 김 여사와 2017년 허리케인 하비의 상륙으로 멜라니아 여사가 하이힐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등장한 재난패션을 비교하며 ‘클래스가 다르다’는 찬사를 보냈다. 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도 김 여사의 ‘진짜 봉사’라고 칭찬했고,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는 ‘진정성과 순수함을 느끼게 된다며 측은지심을 구비한 분에게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어떤 이들이 청와대에 김 여사 봉사를 문의해서 사진을 올렸는지 모르지만 눈치 살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런 얄팍한 아부성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행위에 국민들은 혀를 내두른다. 봉사는 음덕(陰德)의 일종이다. 누구라도 봉사활동을 여러 통로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 이익을 취하려 한다면 이미 ‘봉사’로서의 가치는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