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수능 이모저모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경북 봉화(석포)의 수은주가 영하 4.3℃까지 떨어지는 수능 한파 속에서도 고사장마다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학부모, 후배들의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올해도 여전히 고사장을 잘못 찾거나 늦잠을 잔 수험생들의 수송작전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취준생·공시생 친구들의 열띤 응원

○…수능 한파가 기승을 부린 14일 포항 영일고등학교 앞은 추위를 날려버릴 만한 열띤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같은 학교 친구가 수험장 입구로 들어설 때마다 초콜릿을 건네며 응원하던 유성여고 김미진(18) 학생은 “곧바로 취업을 준비하거나 공무원을 준비해서 수능을 안치는 친구들끼리 마음을 모아 수능응원전을 펼치기로 했다”면서 “날씨가 추워서 친구들이 더 많이 떨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험장 입실완료시간을 20여분 앞두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수험생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하기도 했다.

도시락 때문에 늦어진 고사장길

○…포항 대동고등학교에서는 ‘교내’ 긴급 수송 작전이 펼쳐졌다. 도시락을 두고 와 집으로 돌아갔다 오느라 시간이 지체됐던 학생이 입실 10여분을 앞두고 정문에 도착한 것. 하지만 대동고는 정문에서부터 오르막길이 길게 100여m 이어져 고사장까지 학생이 도착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이었고, 기지를 발휘한 고사장 관계자는 정문에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학생을 태우고 부랴부랴 고사장으로 출발했다.

수험표 놓고 온 다급한 상황도

○…포항 이동고등학교에서는 한 여학생이 교문 앞에서 다급한 모습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엄마, 엄마”를 계속 외쳐대는 여학생 앞으로 얼마 후 어머니로 보이는 한 여성이 마구 달려왔다. 릴레이 주자가 바통을 넘겨받듯 어머니로부터 수험표를 받은 여학생은 이내 고사장으로 달려 입실에 성공했다.

“제자들아 사랑한다” 스승의 격려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선생님들의 응원도 눈에 띄었다. 포항 장성고등학교를 비롯한 각 고사장에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제자들의 마지막 수험길을 응원했다. 강민구(37) 오천고등학교 화학 교사는 “마음으로 모든 수험생들을 응원한다”며 “수험장에서 다들 긴장 안하고 잘해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웅기(60) 포항고등학교 영어 교사도 “날씨가 대단히 춥지만 애들이 힘내서 평소 실력을 발휘하길 바란다”며 “최대한의 성과를 내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수험표 든 가방이 바뀌었어요”

○…대구에서는 수험생이 수험표와 도시락이 든 가방을 다른 가방과 바꿔 들고 가거나, 고사장을 잘못 찾는 일이 발생했다. ‘애가 가방을 잘못 들고 갔다’는 학부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대구 달성군 유가면 한 아파트에서 상인고등학교까지 30여㎞의 거리를 신속히 이동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담당 교사에게 가방을 무사히 전달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동대구역 열차 도착 시각이 오전 8시 31분이다”며 다급하게 대구수능본부로 연락해 동대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대구 경찰은 이날 고사장 주변 및 주요 교차로에 경력 156명을 배치하고, 시험장 수송 등 모두 41건의 수험생 편의를 제공했다.

북 치고 장구 치고… 집회 ‘눈살’

○…우리공화당이 수능일인 14일 구미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져 시민들의 빈축을 샀다. 우리공화당과 지지자 1천여 명(경찰집계)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구미시청 앞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102돌 기념과 장세용 구미시장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대형 엠프 등을 동원해 장세용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지우기를 하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또 북과 장구를 치며 시위 분위기를 북돋우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구미시청과 가장 가까운 시험장인 금오고등학교에는 소음이 전달되지 않았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