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삭발
정치인의 삭발
  • 등록일 2019.09.23 19:59
  • 게재일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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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룡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우리 민족은 머리카락을 중요하게 여기고 가꾸는 풍속이 있다. 조선조말의 개화기 상황을 보면 머리카락에 부여된 의미가 어떠했는가는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895년(고종32년)에 내려진 단발령(斷髮令)은 조선 사회에 일대 혼란을 불러왔다. 남녀를 불문하고 머리카락을 기르고 가꾸는 것이 효(孝)의 근본이라고 여기고 있던 사상 속에서 그것을 잘라버리라는 국가적인 주문은 백성들의 분노를 샀다. 이 시기 최익현(1833∼1906)은 ‘내 머리는 잘라도 이 머리카락은 자르지 못한다(吾頭可斷 此髮不可斷)’라며 저항하다 투옥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의 효에 대한 사상은 유가(儒家) 13경전 중 하나인 공자가 제자인 증자에게 전한 효도에 관한 논설 내용을 훗날 제자들이 편저한 ‘효경, 개종명의장(孝經, 開宗明義章)’에 기록된 ‘우리 몸의 머리카락 하나 살갗 한 점도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니 감히 훼손하거나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곧 효의 시작이니라’ 라는 사상 때문에 인체구성 요소를 매우 소중히 여겼다.

불가의 삭발은 출가 수행인의 모습으로 세속인과 다름을 나타내며 세속적 번뇌의 단절을 의미한다. 불가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 일컬으며 세속적 욕망의 상징으로 보기 때문에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삭발을 통하여 자신의 수행일상을 점검하며 출가자의 청정의지를 표현한다.

또한 고대 인도에서는 아이가 첫 걸음마를 뗄 때, 병에 걸리지 말라는 뜻으로 귓불을 뚫었으며 아이가 브라만의 자녀일 경우 세살이 되면 ‘추다카라나’라는 삭발의식을 치렀다. 아프리카 성년의식인 할례에서도 나타난다. 할례를 받은 상처가 한두 주일 후 치유되면 삭발을 한다. 이 머리가 다시 자란 후에야 비로소 ‘전사(모란)’가 된다.

저자 잭 캔필드의 ‘내 영혼의 닭고기 ’라는 책 내용처럼 뇌종양의 치료로 항생제에 의해 머리가 다 빠진 15세의 친구를 위해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삭발을 하는 아름다운 삭발도 있다. 삭발은 심리학적으로 사람들을 통솔하는데도 이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 민족이 유태민족을 지배하기 위해 머리를 깎이고 화장실을 남녀공동으로 사용하게 하였던 것도 개인의 개성을 없애고 동물적인 본능만 살아있게 하기 위함이다. 각 나라마다 군대에서 군복을 입고 머리를 자르는 경우와, 교도소에서 범죄자들에게 삭발시키고 죄수복으로 입히는 것도 개개인의 개성을 없애므로써 조직이나 단체의 목표달성을 위해 일사불란한 통솔력에 따르게 하는 행위인 것이다. 요즘 한국정치는 ‘삭발정국’이다. 지난 16일 조국 법무부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며 사상 초유의 제1야당 황교안 대표의 삭발이 도화선이 됐다. 황 대표의 삭발 이후 매일 현역 국회의원 10명을 비롯해 원외 인사들까지 포함하면 삭발 동참 인원은 20명 이상이다. 황 대표의 삭발은 흔들리던 그의 리더십을 막았지만 삭발에 동참한 현역이나 원외 인사들은 내년 총선 공천과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선 중진의원이나 퇴출돼야 할 이들이 하는 삭발은 향후 당 쇄신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본연의 메시지보다 삭발이란 그 수단 자체만 남아버리고, 아무리 삭발해도 머리털은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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