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발지진 규명 빼곤 진전 없이
지질·지반구조 파악 미흡 상황
지진 계측기에만 의존이 전부
지열발전소 복구도 각기 이견
불안 잠재울 장기 대책 세워야

‘본말전도(本末顚倒)’

포항지열발전소 처리를 둘러싼 상황들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원인규명도 없이 해법부터 내놓고 있어 일처리에 앞과 뒤의 순서가 뒤바뀐 채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 직후부터 문제의 촉발처인 포항지열발전소 폐쇄와 관련한 주장이 중구난방을 이루고 있다. 지열발전 지열정 처리를 두고 ‘물을 배출해야 한다’와 ‘땅을 되메워야 한다’, ‘가만히 두는 것이 최선’ 등 주장이 뚜렷한 조사와 근거도 없이 나오면서 이론상 논란으로 겉돌고 있다. <관련기사 4면>

정부도 포항지역의 민심동향과 관련한 사태의 추이를 파악하는 데에만 그치고, 포항지열발전과 관련한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 성윤모 산업자원부 장관은 촉발지진으로 결론난 지 5일 후인 지난 25일 지열발전소 현장을 둘러보는 자리에서 “안전을 확보하면서 조속한 원상복구가 이루어질수 있도록 복구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복구작업 쪽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지시라는 것이 포항지역의 여론이다. 언제 또다른 지진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정부가 현재 포항지역의 땅속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고 있다.

지난 20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는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소의 연관성’에 대한 분석이었을 뿐, 포항지진 이후 포항지역 지반의 상태나 향후 변화에 대한 예측, 대안 제시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동조사연구단장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대한지질학회 회장)이 이날 발표장에서 “우리 조사단은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소의 연관성에 대한 지진 원인 조사를 했다”며 “(향후)발전소 처리는 우리 일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말한 것이 같은 맥락이다.

포항지진 이후 포항지역 지질구조나 지반 조사는 현재까지 진행된 바가 없어 땅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객관적인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또다른 지진 가능성 등 불안감을 안고 있는 포항시민들의 요구다. 유발지진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한 고려대학교 이진한 교수 역시 “지진이 발생한 곳은 이미 내부 모든 구조가 틀어져 버린 상태기 때문에 물을 빼내서도, 넣어서도 안 된다”고 밝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포항지열발전소에 설치한 총 22개의 지진계측기가 포항지진의 영향을 추적하고 있는 조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이마저도 지난 2017년 11월 장순흥 한동대학교 총장이 위원장으로 있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원전 인근 지진 분석과 관련한 연구를 위해 포항지열발전소 인근에 설치해 둔 것이다. 하지만, 발생할 수 있는 미소지진을 감지하는 역할을 할 뿐, 땅속 지질구조의 변화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질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으로 포항에서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대답을 아무도 하지 못한다는 뜻이자, 무엇보다 먼저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선행돼야 하는 까닭이다. 땅 밑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 어떠한 대책을 세우더라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역의 한 지질전문 학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하구조가 어떻게 됐는지 먼저 알아야 앞으로 대책을 세울 수 있다”며 “정부가 먼저 지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반 조사가 필요한 또다른 이유에는 물론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에 시민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에 있다. 장성동 이모씨(59)는 “자칫 지열발전소 공사 현장을 잘못 다뤄 또다른 일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항지진이 인공지진으로 판명나면서 지열발전을 추진한 학자와 사업체, 정부 등 책임소재가 정리돼 가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포항시민들은 아직 또 다른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질구조 변화나 지반 상황에 대한 근거 있는 조사가 나와야 이같은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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