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7층 건물 목욕탕서 화재… 80여명 사상
다중시설 참사 반복에 총체적 안전점검 헛구호 드러나
40년 노후건물, 4층 이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도 없어
백화점·아파트로 인허가도 문제… 당국 진상파악 나서

19일 오전 7시 11분께 대구시 중구 포정동 7층짜리 주상복합건물 4층 사우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나 2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4층 남자목욕탕 발화추정지점에서 합동감식반원들이 화재 원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언제까지 같은 유형의 안전사고 걱정을 해야 하나”

다수의 인명피해를 낸 밀양 요양병원과 제천 목욕탕 참사, 서울 종로 고시원화재 사건 등 다중이용시설의 후진국형 참사가 19일 대구에서 또다시 재현되자 나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와 소방당국, 대구시와 구청 등 지자체의 소방관련 안전점검 다짐이 사고가 날때마다 목소리만 요란했지, 생색내기 헛구호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관련기사 4면>

19일 아침 대구 중구 포정동 대보사우나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20여분만에 불길이 잡혔으나 순식간에 2명이 질식해 숨지고 80여명이 부상했다. 질식환자가 많아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지난 2017년 12월 제천 화재 참사로 29명이 사상자를 낸 후 정부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여전히 현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중이용시설 대형 참사가 반복되면서 국가의 안전시스템이 작동불능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불이 난 대보사우나 건물은 지은지 40년이 지난 낡은 건물로 화재 안전에 취약한데도 스프링클러 및 비상벨이 작동하지 않았다. 대보상가는 지난 1980년에 지어진 주상복합 건물로 스프링클러가 3층까지만 설치되어 있고 사우나가 자리한 4층 위로는 법상 설치대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완대책이 하루빨리 적용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준공 이후 추가적인 증축이나 개축 신고는 없었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식당, 찜질방, 목욕탕, 무도장 등 상가로 쓰이고 5~7층은 아파트 107세대가 거주하는 주거 시설이어서 불길을 빨리 잡지 못했으면 아침 잠에서 미처 깨어나지 못한 주민들이 큰 피해를 당할 뻔했다는 점에서 소방불안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

대구소방 관계자는 “40년 전 구조 그대로인 점을 감안할 때 건물 자체가 낡고 내부 소방시설 등도 미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보상가는 최근 3년 간 2차례 소방 안전 점검을 실시해 문제점을 지적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7년 1월 소방관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는 소방특별조사를 받았고 올해에도 조사가 예정된 상태였다.

소방 관계자는 “감지기 선로 단선, 경종 발신기 이상 등 불량 건이 확인돼 소방에서 조치 명령을 내렸고 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가 난 주상복합 건물 주민들은 “지난해 7월 해당 건물에서 업체를 통해 실시한 자체 안전 점검에서 여러 건의 지적 사항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스프링클러의 의무설치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건물은 지상 1∼3층까지만 설치됐고 불이 난 4층 사우나 시설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의무설치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상벨 역시 불완전한 상태였다. 모든 주민들에게 들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한 주민은 “이웃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옥상으로 대피했다”며 “아파트에서 안내방송 등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불과 연기가 위쪽으로 번지면서 상가 이용객은 물론 상가 위층 아파트 입주민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인허가도 문제가 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대보사우나가 목욕장업 등이 가능한 ‘근린생활시설’이 아닌 백화점·아파트로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은 이날 “해당 사우나는 건축물 용도를 ‘근린생활시설(목욕장 등)’로 변경하지 않았다”면서 “다중이용업소인 목욕탕이 백화점·아파트로 허가 받음에 따라 소방시설의 설치 및 유지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사우나 화재 사고의 명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수사본부는 윤종진 대구 중부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한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개 팀과 중부경찰서 형사 3개 팀 등 53명으로 구성됐다. 중구청도 사고 건물이 1980년대에 지은 노후 건물인 데다 간이 벽이 많이 설치돼 구조기술사와 함께 건물 긴급 안전진단을 하기로 했다.

/심상선기자 antiph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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