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 명 사상자 낸 대구 도심 사우나 화재
남성 손님 2명 사망… 부상자 중 3명은 전신에 2~3도 화상 입어
아파트 주민도 대거 연기 흡입… 발화지점은 ‘계단 배전반’ 추정

19일 오전 7시 11분께 대구시 중구 포정동 7층짜리 주상복합건물 4층 사우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나 2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에서 화재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자칫하면 대형참사로 번질뻔했다.

19일 오전 7시 11분께 대구 중구 포정동의 대보사우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사우나에 있던 손님 2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연기를 마셔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파티마병원 등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3명은 온몸에 2∼3도 화상을 입어 부상 정도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는 사우나 손님이었던 A씨(64·포항시)와 B씨(73·대구 중구)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4층의 대보사우나에는 20여 명의 손님과 종업원이 있었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목욕탕 밖 복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연기가 탕 내부로 스며들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손님들은 대부분 얼굴에 수건 등을 감고 건물 밖이나 옥상으로 대피했으나 남성 손님 2명은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대보상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서모(70)씨는 “오전 6시 50분께 밖에서 ‘불이야’라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4층 비상문으로 한 사람이 나와 신고하라고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또 해당 건물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비상벨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와보니 연기가 자욱했다”고 말했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등 장비 52대와 소방관 145명을 현장에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오전 7시 15분께 진화에 들어갔으며, 20분 후인 오전 7시 30분 초기진압을 완료했다.

불은 ‘사우나 남탕 입구 구두 닦는 곳’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우나 남탕 입구 구두 닦는 곳 근처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

반면 소방당국은 사우나가 있는 건물 4층 계단 배전반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찰과 소방당국은 건물 관계자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초기 진화에도 사상자가 늘어난 것은 화재에 의한 연기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구 소방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들이 연기를 들이마셔서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또 불이 난 대보상가는 3층까지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으며, 건물 4층부터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3층까지 설치돼 있던 스프링클러는 정상적으로 작동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건물은 아니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김부겸 행안부장관은 대구시와 대구소방안전본부로부터 화재 수습 상황을 보고받고, “유가족과 피해자 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김 장관은 “이번 화재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화재의 철저한 원인 조사와 함께 사상자 별 일대일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신속히 수습하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대구시 차원에서 중앙 정부에 요청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요청하겠다”면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거쳐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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