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이래 최악의 흉어라는
지난해 11월 위판액도 38억
올핸 11억 그쳐 30%도 안 돼
中어선, 北 수역서 쌍끌이 등
오징어 씨 말라 어민들 파탄
정부에 생계 보장 대책 촉구

▲ 오징어 성어기지만 울릉수협위판장에는 오징어가 없이 한산하기만 하다. 육지 어선 한 척이 잡아 온 오징어를 손질하고 있다, 울릉/김두한 기자

“울릉도·독도근해 오징어가 아예 씨가 말랐습니다.”

2일 오전 7시30분에 울릉도 저동항에 입항한 부산선적 만장호(29t·선장 박종운)는 선원 14명이 밤새도록 잡은 오징어가 고작 160급(1급은 20마리)이었다. 박 선장은 “부산근해에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동해로 올라왔지만 동해에도 오징어가 없어 전날 죽변항을 출발, 울릉도 근해에서 밤샘조업해 160급 잡았다”며 “예년 같으면 못잡아도 700~1천급은 잡았는데 동해 전역에 오징어가 없다”고 말했다. 만장호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오징어 성어기(盛漁期)이지만 울릉도 어선들이 아예 조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일부 어선이 혹시나 하고 조업에 나서지만 오징어가 잡히지 않자 밤에 들어와 버리고만다. 이때문에 울릉도 오징어 90%를 위판하는 저동항 울릉수협위판장의 아침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울릉도 어선은 90% 이상 오징어 조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오징어가 잡히지 않으면 바로 주민들은 생계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울릉도 어선은 3척이 조업에 나섰지만 겨우 10급 정도 잡는데 그쳤다. 울릉도 선적 오징어잡이 어선은 모두 200여 척에 이르지만 대부분 항구에 발이 묶여 있다. 울릉 선적 강룡호(44t·채낚기어업·선원 12명)는 지난 24일 구룡포항을 출발, 나흘동안 12명의 선원이 잡은 오징어 대 79급, 소 11급 등 모두 90급을 지난 달 29일 울릉수협 위판장에 넘겼다. 이 배 선장은 “유류대는 물론 선원 인건비도 안된다. 울릉도, 독도는 물론 동해안 오징어가 씨가 마른 것같다”고 말했다. 오징어가 안잡히자 오도가도 못하고 울릉도 저동항 정박중인 육지어선만 수십척에 이른다. 오징어 어선 일성호(9.77t) 선주 겸 선장인 이종만(64·울릉읍)씨는 “오징어가 없는데 어떻게 출어를 하나, 오징어 씨가 마른 것같다”고 말했다.

지난 달 28일 울릉수협에 위판된 오징어는 모두 780급(1급 20마리)에 금액은 4천140만원. 지난해 같은 날 6천748급, 3억 4천515만 원과 비교하면 오징어 어획량은 11.5%, 금액으로는 11.6%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날 오징어 위판에는 울릉수협소속 어선은 잡은게 없어 단 한척도 참가하지 못했다. 울릉도 개항 이래 오징어가 가장 잡히지 않았다는 지난해 11월 말까지 울릉수협에 위판된 오징어는 8만 9천275급, 금액 54억 5천568만 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 어획량 6만 1천907급, 금액 35억 7천909만 원이다. 거의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성어기인 11월이 더 심하다. 올해 11월의 경우 울릉수협에 위판된 오징어 어획량 1만 5천307급, 금액 10억 9천67만 원이다. 울릉수협위판 이래 가장 흉어라던 지난해 같은 기간 어획량 6만 1천717급, 금액 38억 5천860만원 비해 4분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11월 울릉수협에 위판된 어획량은 대부분이 강원도 속초, 주문, 후포, 포항 구룡포, 부산 소속 대형어선들이 며칠간 울릉도와 독도 근해에서 잡은 것이다. 울릉도 어선들의 위판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김영복 울릉수협 판매과장은 “울릉도 어선 오징어 위판은 기억이 까마득하다”며 “조업에 나선 어선이 거의 없다. 이러다가 울릉수협은 물론 상인 등 울릉도 주종 수산업인 오징어 어업이 끝나는 것이 아닌지 두렵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울릉도 저동항 울릉수협위판장에는 속초 등 육지 어선들이 며칠씩 조업해 가끔 입항하지만, 척당 많아야 10여급. 하루에 1~2척의 육지 어선들이 입항하기 때문에 어선이 입항하면 중매인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룬다.

이처럼 성어기에도 오징어가 잡히지 않자 울릉도 어민들이 정부차원의 대책을 요구 나섰다. 오징어 채낚기 어업인의 생계 파탄은 정부의 무대응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영환(60) 전국 채낚기실무자 울릉어업인총연합회장은 “정부가 오징어잡이 어업인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어선들은 무차별 쌍끌이 조업으로 남하하는 오징어 어군을 10년 넘게 싹쓸이해 산란 어군까지 남획했다”며 “이에 따라 어자원 고갈로 오징어 어장이 황폐화됐고 이제는 오징어잡이를 쉬어야 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태를 우려해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북한 수역어장을 우리나라가 확보해 식량자원의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고 수없이 건의한 점을 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없었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북한어업권판매금지)가 발효 중인데도 중국어선이 동해안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회유성인 오징어가 대화퇴에서 남하하면 북한 수역에서 그물로 잡기 때문에 산란하는 오징어까지 잡아 씨를 말리고 있다. 그나마 남하하는 어군을 우리나라 트롤어선이 불법으로 또다시 싹쓸이 동해에서 오징어가 사라지는 위기가 닥쳤다는 것이 어민들의 주장이다.

김해수(59) 오징어채낚기 어선 광명호선주는 “30년 가까이 오징어를 잡고 있는데 올해같은 경우는 처음 본다”며 “오징어씨가 마른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오징어 전업(專業) 지역 어업인의 생계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다.

울릉/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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