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획취재
철강도시 포항 문화예술도시로 가는 길

▲ 옛 순천중앙파출소 건물을 리모델링한 조강훈 아트스튜디오.

글 싣는 순서

1. 밀라노 예술가들의 성지 ‘토르토나’의 탄생
2. 이탈리아 넘어 세계 최고를 꿈꾸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
3. ‘두마리 토끼 한 번에’ 순천 문화의 거리
4.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에서 가능성을 보다
5. 자생적 문화생태계 구축을 향해 가야할 길

□ ‘도시재생’, ‘문화도시’ 두마리 토끼 한 번에

순천시는 1980년대까지 순천 동천과 봉화산을 중심으로 서쪽지역에 위치한 원도심을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원도심에 자리잡고 있던 법원, 검찰청, 교육청, 세무서 등 공공기관이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동천 동쪽지역의 연향, 조례, 금당, 신대지구에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향동, 행동, 중앙동 일원의 원도심은 재래식의 좁은 골목길, 생활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도심공동화로 이어지면서 거리는 활력을 잃고 말았다.

▲ 2008년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이 시작되면서 제일 먼저 마련된 문화공간인 한옥글방.
▲ 2008년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이 시작되면서 제일 먼저 마련된 문화공간인 한옥글방.

원도심 중심상권에 위치한 상점들은 시설노후화에도 대부분 투자여력이 부족한 영세상인들로 구성돼 재투자가 전무하다시피 하면서 죽은 도시로 변한 반면, 신도심은 각종 의료기관과 대형상가가 형성되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찾고 싶어하는 거리로 바뀌었다. 도심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순천시는 칼을 빼들었다. 침체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순천의 문화자원들이 후세에 전해질 수 있도록 보전하는 이른바 ‘도시재생’과 ‘문화도시’조성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이다.

▲ 문화의 거리에 문화예술인의 공방들이 나란히 입주해 있다.
▲ 문화의 거리에 문화예술인의 공방들이 나란히 입주해 있다.

이를 위해 순천시는 지난 2008년 순천 문화의 거리 조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원도심 일부를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면서 문화도시 만들기 사업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2009년에는 당시 국토해양부가 추진한 ‘살고싶은 도시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총 30억원의 예산를 확보했다. 순천시는 사업 선정을 바탕으로 향동, 행동, 중앙동 등 원도심 일원 14만7천㎡에 문화의 거리를 본격 조성했다.

우선 향동 삼성생명 빌딩에서 금곡사거리 구간 보도블럭 및 가로등 교체, 간판정비사업, 냉각탑 리모델링, 가로화단 조성 등 거리 경관을 개선했다. 또 아름다운가게∼호남사거리간 130m 구간에는 부읍성곽 이미지 재현, 성돌배치, 잔디블럭, 화강석포장, 수목식재 등 문화광장 조성과 함께 매산고등학교 앞 공터를 주차장으로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특히 문화의 거리 내 입주한 문화예술인 육성 및 지원, 각종 문화공연 운영, 문화시설·예술공방 연계한 테마스토리텔링 코스개발 등 문화예술거리가 지니는 본질적 요소를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 문화의 거리 내에 입주한 작업실의 오후. 이곳은 예술품 제작공간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 문화의 거리 내에 입주한 작업실의 오후. 이곳은 예술품 제작공간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 주민 돌아오고 유동인구 늘어나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추진한 ‘살고싶은 도시 만들기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순천시는 또다른 사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 공모한 도시재생 선도지역 사업에 ‘자연의 씨줄과 문화의 날줄로 엮어내는 천가지로(天街地路)’라는 주제로 응모해 당당히 선정되며 무려 2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순천시는 도시재생 사업이 원도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생태·문화·역사가 통합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으로 이 사업에 응모했다. 확보된 예산을 바탕으로 대부분 단독주택으로 이뤄진 노후주택은 집수리사업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통해 창호와 단열재를 모두 친환경 자재로 바꿨고, 전등도 LED로 교체했다.

▲ 몰락한 원도심을 문화예술지구로 재생한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는 순천 문화의 거리 전경.
▲ 몰락한 원도심을 문화예술지구로 재생한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는 순천 문화의 거리 전경.

정돈되지 않은 도로는 차 없는 거리를 신설해 보행자들의 편의를 도모했고 거리 곳곳을 아름다운 벽화와 정원, 바닥분수 등으로 꾸몄다. 원도심의 빈 상가는 문화예술인을 위한 창작스튜디오, 전시실, 예술학교로 운영하며 전문예술인이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입주를 희망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 상가 임차료를 연간 400만원 한도로 최대 3년간 지원했다.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은 우수한 성과로 이어졌다. 순천시에 따르면 사업 초기인 지난 2010년 20곳에 불과했던 문화의 거리 내 문화예술업종 점포수는 지난 2017년 기준 77곳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2009년 당시 문화의 거리 주변 빈집은 190개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10여개로 줄었으며 유동인구는 2015년 10월 1만여명에서 지난해 10월 2만5천여명으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주민들이 참여한 마을협동조합 등 사회적기업 30여개가 생겼고 일자리도 150개 가까이 늘어났다. 옛 순천중앙파출소 건물을 리모델링한 ‘조강훈 아트스튜디오’와 순천 출신 한복명인 김혜순 디자이너의 작품이 전시된 ‘김혜순 한복스튜디오’등은 문화의 거리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 순천 문화재 달빛야행에 참가한 시민들이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 순천 문화재 달빛야행에 참가한 시민들이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 순천 대표축제, 문화재 달빛야행

문화의 거리가 순천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거리로 성장하면서 이곳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순천 문화재 달빛야행은 순천부읍성 재생사업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 문화유산과 주변 문화콘텐츠를 하나로 묶어 달빛아래 문화재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로 마련됐다. 올해도 지난 8월 3일부터 5일까지 ‘순천가(順天歌)와 함께 하는 풍류기행’이라는 주제로 행사가 열려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순천문화재 야행에서는 선암사 승선교 조형물을 설치해 순천가의 한 대목에 언급된 승선교의 가치 복원 및 지난 6월 말 유네스코 세계유산 선암사 등재에 대한 축하 의미를 부여했다.

축제 개막행사에서는 승평지 편찬 400주년을 기념해 순천시민 400여명이 음악의 선율로 하나되는 합창을 선보였고 24개 읍면동에서 발원한 ‘청수(淸水)’를 모아 화합을 표현하는 합수식이 이어졌다.

▲ 문화의 거리에 입주한 공방에 마련된 전시실.
▲ 문화의 거리에 입주한 공방에 마련된 전시실.

달빛 야행에 참가한 시민, 관광객들은 문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500m이내의 순천향교, 팔마비, 근대문화유산, 기독교 유적 등 14곳의 지역명소를 둘러보며 순천의 아름다운 야경을 즐겼다.

이번 축제는 문화의 거리에 입주한 문화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전에 열린 2차례 행사에 비해 두배 이상의 체험부스를 마련했다. 체험부스는 시민들이 직접 예술품 제작을 체험하고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또한, 혹서기를 대비한 휴게 공간 및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객들의 편의 서비스를 확대해 만족도를 높였다.

무더위를 식혀주기 위해 대형 선풍기를 행사구간에 설치하고, 대형 얼음을 이용해 문화재를 만드는 아이스카빙 체험도 진행됐다.

▲ 문화의 거리 내에 입주한 작업실의 오후. 이곳은 예술품 제작공간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 문화의 거리 내에 입주한 작업실의 오후. 이곳은 예술품 제작공간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 자생적 생태계 조성 목표3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이 10년차를 맞이하면서 순천시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됐다.

문화예술인을 한데 모으고 특화된 거리를 조성하면서 문화의 거리라는 이름에 걸맞는 구색은 갖추게 됐지만 또다른 부작용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일부 양심없는 업자들이 점포 월 임차료를 90% 범위 내로 연간 4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3년간의 임차료 지원이 끝나면 점포를 고스란히 외부로 이동시키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순천시는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례 개정을 통해 올해 1월 1일부터 문화예술인 지원제도를 개편했다.

개편된 지원제도에 따르면 2018년 이전에 임차료 지원금을 신청한 문화예술인들을 제외한 신규 신청자의 경우 소요액 40% 범위 내로 회당 200만원 한도로 연 1회 창작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가파른 월세 상승속도로 인한 시 재정부담을 감소시키고 지원 종료 후에도 문화예술인들이 자생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마련할 방침이다.

▲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문화재 달빛야행 행사를 찾은 방문객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 문화의 거리에서 열린 문화재 달빛야행 행사를 찾은 방문객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확보하게 된 37억5천만원의 사업비는 지역의 특화된 문화자원을 창조적으로 발굴, 활용해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는 작업에 쓰인다.

1년차에는 사업추진을 위한 사업추진체 조직 및 도시의 문화 핵심가치 실현을 위한 프로세스를 구성하고, 2년차부터는 본격적인 시민참여형 문화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업기간 종료 후에는 도시별 사업평가를 통해 지속 관리를 위한 2년간 추가 지원이 가능하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업 중간평가를 통해 문화도시 지정 신청 및 문화도시 인증을 받게 된다.

순천시 관계자는 “순천이 문화도시 사업을 시작한지 어느덧 10년이 지나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제는 새로운 도전보다는 사업진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문화의 거리가 자생적인 생태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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