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찌는 듯한 무더위가 밤낮으로 계속되고 있다. 지구의 80%가 넘는 지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학자 마디클 만은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폭염사태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충격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폭염지도만 보더라도 전역이 붉게 표시돼 있다. 폭염이 심할수록 오존 농도도 급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기화된 폭염을 특별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 관련대책을 꼼꼼히 챙겨달라”고 했다. 계속되는 폭염에 ‘긴급폭염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재난에 누가 대가를 치르고 있는가?

폭염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치명적이다.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 판매가 늘어났어도, 전기세 부담으로 장시간 가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뜨거운 열기가 밤에도 식지 않는 옥탑방이나 다닥다닥 밀집해 있는 쪽방, 습기가 가득한 지하방과 같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밖에 없는 빈곤층에게 폭염의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 환자들의 건강도 폭염으로 위협받고 있다. 열사병, 실신, 탈수증, 열 스트레스 등 온열환자가 급증하면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지난 해 보다 3배 늘어났다고 한다.

이제 폭염은 사회적 재난이 되고 있다. 특히 폭염과 사투를 벌어야 하는 극한 직업, 땡볕에서도 야외 작업을 해야만 하는 건설노동 현장의 상황은 심각하다. 콘크리트와 철근에서 나오는 열기로 노동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훨씬 더 높다고 한다. “폭염주의보나 경보가 있을 때는 1시간당 10~15분씩 쉬게 하라”는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 라인’이 있어도, 휴식 기준을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제대로 된 휴게 공간 없이 잠시 숨을 돌리는 게 전부라고 한다. 공사기간에 맞추려면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휴식권은 조항에만 존재할 뿐이다.

폭염은 우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 온난화로 전세계 수백만 명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국제의학전문지인 ‘린셋카운트다운’ 보고서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공중보건에 폭넓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기온상승이 물 부족, 공중보건 약화, 빈곤과 불평등 문제로 확산될 것임을 예측했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은 기후변화의 이상 신호가 분명하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050년까지 평균기온이 3.2℃ 오르면서 한반도 전역이 아열대 기후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폭염으로 받는 고통이 크다. 정부의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폭염에 취약한 계층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재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야외에서 일하는 육체노동자들의 폭염 피해가 가중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사회적 재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삼림재생이 온난화를 억제하는 잠재력이 큰 만큼 숲을 일구고 도시에 그린벨트를 확장해야 한다. 자연을 인간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만 여겨왔던 인간중심적 태도와, 자신만의 편익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자연을 이용하던 생활양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고 상품과 화폐를 얻기 위해 자연의 희생을 당연시했던 대가가 나타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생태계 위기는 미래 세대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고, 생명의 가치, 평등한 삶을 지향하자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에코페미니즘 시각은 “자연속의 모든 생명이 협력과 상호 보살핌, 사랑을 통해 유지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지구는 수많은 생명체가 공존하는 곳임을 자각하고, 환경문제에 생태적 대안을 접목해 상생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제 ‘새로운 세계를 짜야’ 할 시간이다. 폭염 재난이 우리에게 준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