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습관이다.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는 일이. 대학생 때부터 시작된 습관이 삼십여 년 계속되고 있다. 이른 새벽, 배달되는 두 신문을 비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신문읽기는 나를 변화시킨 혁명이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신문을 통해 해결하였고 문제의식도 신문을 통해 키우게 되었다. 공적 권위를 지닌 신문에 기사화된 사실 이면에 무엇이 과연 진실인지, 동일한 사건조차 다르게 해석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했다. 신문읽기 습관은 ‘왜’ 공부를 하려고 하고 어떤 공부가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대학에서 ‘글쓰기’와 ‘토론’과
“인류가 출현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전염병은 앞으로도 인류와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인간의 역사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개변수이자 결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윌리엄 맥닐은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감염성 병원균의 돌연변이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도 안정된 생태계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있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나올 만큼 우리 사회를 무력하게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생태적 위기는 모두에게 무차별적인 듯 보인다. 많은 국
“선거는 드러나지 않는 국민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제도다.”데이비드 트루만은 말했다. 선거는 시민들이 정치의 장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는 통로다. 이제 18세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갖게 되었다.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인정받는 최소한의 정치참여로서 선거권이 주어졌다. 2005년 만19세로 내려진 선거 연령이 다시 14년만에 만18세로 낮아져 21대 총선에서 53만명의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이다. 전체 유권자의 1.2%에 불과하지만 청소년 유권자들이 2020년 한국정치의 미래를 새롭게 여는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현재
“나의 하루하루는 24시간으로 쪼개져 시계의 재깍재깍하는 소리에 먹혀들어가는 그런 하루가 아니었다.”‘월든’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호화로운 가구, 맛있는 요리, 고급 주택 등을 살 돈을 마련하는 데 자신의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월든 호숫가 근처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살았던 소로우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얽매임이 없는 ‘자유’라며, 자신이 숲으로 들어간 이유도 죽음을 맞이했을 때 자신이 헛된 삶을 살았구나 깨닫지 않도록 삶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소로우가 ‘월든’에서 던진 질문을 통해 2019년을
‘운칠기삼(運七氣三)’, ‘운구복일(運九福一)’이라고 한다. 똑같이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나 누군가는 승승장구 앞으로 나아가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하기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며 하는 말이다. 사회적 성공은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실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로버트 H. 프랭크는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라는 책에서 행운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인생의 중대한 성취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크게 성공한 사람 대부분이 행운아”라며 ‘실력주의’라는 신화에 도전한다. 이제 인사평가가 끝나고 인사
“25평 기준으로 4억원 상승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서울 25평 아파트가 평균 12억6천만원으로 지난 2년 반 동안 32%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 1.3%와 비교해 볼 때 아파트 가격이 12배나 뛰었다. 중산층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도 쉽게 마련하기 어려운 아파트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하였다. 내 집 마련이 어려워 좌절하고 있는 서민들의 체감과는 거리가 있는
“뇌는 죽음을 다른 사람의 일로 생각하게 만든다.”‘뉴스위크’에 실린 이스라엘 바르일란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죽음이라는 정보를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관련된 것으로 분류함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의식하지 않도록 한다. 누구나 죽는다는 보편적인 죽음의 문제를 자신만큼은 예외로 인식하는 뇌의 방어기제로, 부고 소식을 접해도 남의 일로 여겨 자신의 마지막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우린 모두 죽는다. 어느 누구도 비껴갈 수는 없다. 문득 죽음의 문제를 자신과 관련지어 생각해보면 성공과 성취만을 좇아온
“글쓰기를 ‘위한’ 교육? 글쓰기를 ‘통한’ 교육?”국립한밭대학교에서 개최된 한국사고와표현학회 전국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박정하 교수가 ‘전환기의 사고와 표현교육’이라는 주제를 풀어가며 던진 질문이다. 대학에서 글쓰기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회 선생님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고 글쓰기 교육을 통해 무엇을 하려는지, 앞으로의 사고와 표현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보도록 화두를 준 셈이다. 글을 쓰며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대학에서 글쓰기 교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대학글쓰기 교육은 글을 잘 쓰기 위한
“계급 아파르트헤이트가 생겨나고 있다”미국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로버트 퍼트넘의 지적이다. 한국 사회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부모들의 재력과 학력, 사회적 네트워크가 아이들에게도 대물림되면서 계급 분리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교육부 특별감사로 적발된 대학 교수들이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건만 봐도 단순히 연구윤리적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논문 공저자로 등재된 이들 자녀 다수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갔거나 해외 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부모의 인맥과 연줄, 특권이 편입학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학
“잠재력은 1도 없으니 ‘잠’과 ‘재력’을 따로 달라.” 학생들 사이에 떠도는 우스개 소리다. 잠재력 개발을 강조하지만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실에 죽비와 같은 말이다.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느라 언제나 잠이 부족하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인 한국에서 학생들은 건물주가 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과정이 교육의 목적일터인데 실상은 거리가 멀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며 선행학습으로 몰아치고,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지배하는 문화에서 학생들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진정
“선생님이 안계셨으면 이 책도 없었습니다.”개강 첫 주 학교를 찾아온 경욱군이 자신이 쓴 책 ‘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를 건네주며 속표지에 이렇게 적었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사표를 내고 고향인 군산으로 내려가 마트를 창업한 경욱군이 카카오 브런치에 썼던 글이다. 365일 문을 닫지 않는 마트에서 바쁜 일상 틈틈이 책을 읽고 고민했던 청춘의 시간이 진솔한 문장에 담겨 있었다. 경욱군은 “글쓰기를 통해 나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주제에 대한 내 의견이 무엇인지
“학내 청소노동자도 엄연한 학교의 구성원이다.”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보도되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 구석에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이 있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에 창문도 없는 벽에 선풍기 한 대만 매달려 있었다. 청소노동자들은 손 선풍기를 목에 걸고 폭염을 견디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실 환경은 서울대학교만의 일은 아니다. 캠퍼스 곳곳에서 수고로운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청소노동자들의 처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공간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보여준다. 로널드 아들
연일 폭염특보가 발령되고 있다. 입추와 말복이 지났는 데도 기세가 여전하다. 최고 기온이 39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도 전국 곳곳에서 ‘반(反)아베’ 시위가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극장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복동’과, ‘봉오동전투’가 항일영화로 받아들여져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영화 ‘김복동’은 본다”는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못 보는 경우 표를 예매하는 ‘영혼보내기’가 진행되고 있다. ‘봉오동전투’는 개봉 4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였고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엔 동참한다” 아베정권에 반대하며 일본 제품을사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상품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7월에 개설된 ‘노노재팬’은 대체재를 제안하는 참여형 사이트다. 일본산을 보이콧하고 일본 여행마저 반납하는 등 ‘안사고 안가는’ 항일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위안부’와 강제징용에 대한 사죄가 없는 상황에서 2019년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제재는 경제침략으로 인식되어 시민들은 ‘NO아베’를 외치고 있다. 한일관계의 갈등의 고리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한일관계가 위기에 처한 배경에는 아베정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함께 가는 사람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도록 우리의 호기심을 다듬기 때문이다.”‘여행의 기술’에서 알랭 드 보통이 말한 것처럼, 스페인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ondragon Team Academy)’에 주목하게 된 것은 학생들과 다녀온 글로벌탐방단 덕분이다. 7월 1일 출발해 10박 11일동안 ‘플랫폼 협동조합’을 주제로 빌바오와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일정이었다.사회적경제의 상징인 몬드라곤 지역은 빌바오에서도 한 참 떨어진 작은 소도시였지만 협동조합의 성공을 통해 전 세계의
“재산을 잘 쓸 줄 알아야 진정한 부자다. 부자가 되는 것은 단지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니라 돈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안다는 의미였다.”시어도어 젤딘은 ‘우리 삶을 가치 있고 위대하게 만드는 28가지 질문’이라는 부제가 달린 ‘인생의 발견’에서 “돈이 인간을 선한 삶으로 이끌어주지 않으면 무가치하다”는 크세노폰의 말을 인용한다. 돈이 모든 가치를 압도하고 있는 현 시대에 어떻게 돈을 의미 있게 쓰는지를 보여준 두 분이 있다. 세계 1위 참치기업을 만든 김재철 동원그룹 전회장과 파주출판도시를 만든 이기웅 열화당 대표가 그들
“‘반지하’ 냄새야, 이사 가야 없어져.” 영화 ‘기생충’에서 주목한 말이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계급을 상징하는 장치들로 넘친다. 그 중에 하나가 ‘냄새’다. ‘기생충’은 와이파이도 잘 안터지는 반지하에 살고 있는 기우네가 고액 과외를 시작으로 박사장네 저택에 미술치료사, 기사, 가사도우미로 합류하며 펼쳐지는 계층간의 대비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냄새’는 불평등한 계층구조의 단면을 암시한다. ‘향기’가 아니라 ‘냄새’의 발신자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반지하 방에 잠깐 들어오는
“21세기 문맹자는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learn)하지 않고 폐기(un-learn)하지 않고 재학습(re-learn)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이다. 그는 한국교육에 대해 경고했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을 배우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I(IoT), C(Cloud), B(Big Data), M(Mobile)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지식을 주입하고 정답을 암기하게 하는 현실이다. 이처럼 입시공부에 매달리다 대학에 입학
“같은 시대, 같은 아픔을 겪었다면, 그리고 민주화의 열망을 함께 품고 살아왔다면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2019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대통령 연설의 한 대목이다. 북한군 특수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는 말부터 “종북좌파들이 5·18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세금을 축내고 있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희생자를 모독하는 발언이 쏟아지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해 씁쓸하다”고 했다. 1980년 5·18 광주를 떠올리며 드는 생각, 39년의 세월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
자유한국당이 장외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염치없고 뻔뻔한 정부를 두고 볼 수 없다”며 전국 투어에 나섰다. ‘독재 타도’와 ‘헌법 수호’를 외치며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삭발하고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열변을 토한다. 국회선진화법의 일환인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지정하며 벌어진 여야대결 정국이 점입가경이다. “다이너마이트로 청와대를 폭파시키자”는 주장마저 등장한 상황이다. 현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야당 시절 민주당이 했었던 말들이다. “규탄의 언어는 유사해도 해결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