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영, 신곡 `잘가라`로 인기
예능·작곡·광고서도 종횡무진

▲ 예능에서 활약하며 작곡에도 도전한 트로트 가수 홍진영. /뮤직K 제공

장윤정을 잇는 신세대 트로트 가수로 등장한 지 10여 년. 당시 `제2의 장윤정`이 되겠다며 여러 신인이 도전했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홍진영(33)은 어느덧 `갓데리`(데뷔곡 `사랑의 배터리`에서 따온 별명), `홍블리`로 불리는 `대세`가 됐다.

그는 여느 트로트 가수들과 노선을 달리해 아이돌 가수처럼 예능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했다. 처음에는 넘치는 흥과 애교로 인해 `비호감`이란 말도 들었지만 특유의 솔직함과 밝은 에너지를 한결같이 보여주면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예능인으로도 자리 잡았다.

호감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발표한 신곡 `잘가라`는 트로트로는 이례적으로 최대음원사이트 멜론 25위까지 진입하고 각종 트로트 차트 1위를 석권했다. 유명 작곡가 조영수와 작사가 김이나가 협업한 노래로 한번 들으면 `잘가라 나를 잊어라/ 이까짓거 사랑 몇 번은 더 할 테니`란 `뽕끼` 강한 후렴구가 흥얼거려진다. 홍진영 특유의 콧소리와 `꺾는` 창법이 귀에 쏙 박힌다.

잘 나가는 가수답게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진영은 인터뷰를 마치면 바로 지방의 한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위해 이동해야 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피로는 집에서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하면서 푼다”며 대답 하나에 웃음 한번을 섞을 정도로 유쾌한 모습이었다.

“1~2월은 행사 시즌이 아닌데, 작년보다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바쁠 때는 하루 3~4개씩 일정이 있을 때도 있죠. 이 분야는 인기가 계속 이어지는 건 아니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어진 것은 최대한 열심히 하자는 주의예요. 하하하.”

그는 2016년 발표한 `엄지척`이 인기를 얻고, 지난해 출연한 KBS 2TV `언니들의슬램덩크 2`에서 `언니쓰`로 화제가 되면서 지난해 바쁘게 행사 무대를 밟았다. 행사 섭외 1순위로 꼽히는 가수답게 연중행사 사이클과 유형도 잘 꿰고 있었다.

그는 “1월에는 기업 시무식이 있고 2월 중순부터 대학교 OT 시즌이 시작된다”며“3월 말부터는 날이 풀리니 지방 축제들이 이어지고, 5월에는 대학 축제 시즌이다.

요즘은 대학 축제에 아이돌 가수뿐 아니라 힙합, 발라드, 트로트 등 장르별로 가수를 초대해준다.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지방의 계절 축제들이 있고, 겨울에는 스키장과 기업의 송년 행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걸그룹 스완으로 데뷔했다가 팀이 해체한 뒤 트로트로 전향한 터라 누구도 홍진영이 오랜 시간 이 장르를 고수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트로트란 장르가 싫었다”며 “그런데 데뷔하고서 처음 오른 행사에서 관객들이 `사랑의 배터리`를 따라 불러줬다. `트로트도 이런 떼창이 가능하구나` 하고 벅차올랐다. 그때 혼자 감동한 기억을 아직 잊지 못한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데뷔하고서 인터뷰 때마다 `독보적인 장윤정을 `뛰어넘고 싶죠?`란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언니를 뛰어넘기보다 트로트 가수도 폭넓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예능도 하고 다른 가수와 협업도 하며 영역을 넓히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하고 싶은 건 해본다”는 게 신조인 홍진영은 작곡에도 도전해 지난해 4월 개그맨 김영철에게 `따르릉`을, 이달 강호동에게 `복을 발로 차버렸어`를 선물하기도 했다. 모두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을 섞은 일렉 트로트로, 김영철은 `따르릉`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안되나용`까지 발표했다.

홍진영은 “사실 작곡을 틈틈이 했지만 처음 발표된 곡이 `따르릉`이었다”며 “음악을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고 싶었고, 바쁠수록 일에 치이지 않고 뭔가를 더 해보고싶었다. 만들어둔 발라드가 2곡 더 있는데 다른 가수들에게도 곡을 선물하고 싶다. 언젠가는 자작곡을 불러보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작곡뿐 아니라 그는 웬만한 가수들도 찍기 어렵다는 광고까지 섭렵했다. 화장품, 보일러, 치킨, 안마의자, 블랙박스, 한돈, 체인 음식점 등 트로트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다수의 광고를 찍었다.

“제 캐릭터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지치지 않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죠. 앞으로도 `트로트 가수가 이런 것까지 할 수 있어?`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는 오랜 시간 트로트 시장이 침체라는 말에도 “트로트에 여러 장르가 섞일 것이며 이를 통해 트로트가 젊은층에 한층 친근해질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기대했다.

“요즘 예능인이나 배우들이 트로트에 많이 도전하시잖아요. EDM 등 여러 장르가섞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중장년이 듣는 노래라는 거리감이 있었는데 여러 세대에조금 더 친숙해진 느낌이에요. `진영 언니 노래를 들으니 트로트를 어른들의 장르라고 생각한 편견이 깨졌다`는 내용의 댓글을 볼 때 가장 뿌듯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