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아 `그냥 사랑하는 사이`서 열연
120대 1 경쟁 뚫고 첫 주연 꿰차
“행운아?… 수년간 문 두드렸죠”

▲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 출연한 배우 원진아가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첫 주연 자리를 거머쥔 배우 원진아(27)는 “사실 정말 오래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JTBC 월화극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 치열한 오디션 경쟁을 뚫고 주연 하문수로 첫 드라마에 도전했던 그를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냥 문수다워서 뽑았다”고 했던 PD의 말처럼 그는 문수와 많이 닮아있었다.

“여운이 가시질 않아요. 처음에는 겁도 많이 났는데 점점 욕심이 나더라고요. 제작진과 배우 모두 처음에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서 호평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 사람이라도 트렌드를 의식했다면 집중력이 흩어졌을 거예요. 억지스러운 장면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는 “부산에 줄곧 갇혀서 촬영했던 게 드라마가 처음이었던 제게는 몰입하기 좋은 환경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원진아는 자신이 문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제가 120명 중에 연기를 제일 잘해서 된 건 아니다”라며 “PD님께서 생각했던 문수의 결을 제게서 본 것 같다. 저도 문수도 장녀라서 웬만하면 힘든 내색을 잘 하지 않는 부분이 닮기도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수와 달리 굉장히 외향적이라는 그녀는 “마지막 촬영 즈음에는 매번 눈물이 날 만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문수가 자꾸 우니까 저도 가라앉더라고요. 진심으로 문수가 그만 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좀 즐거워졌으면 좋겠다고….”

그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는 엔딩을 꼽으며 “노을이 지면서 문수와 강두(이준호 분)가 서로 쳐다보는데, 제게도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고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살지 알 수 없기에 짠했다”고 설명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참사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원진아는 “처음에는 참사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찾아볼까 했지만 남의 아픔을 참고해 표현하는 게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본에만 집중했다”며 “드라마를 찍고 나서 `남의 아픔을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겠다`고 또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혜성처럼 나타나 주연이 된 그를 `행운아`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제 스물일곱이면 이른 시작은 아니다. 실제로 원진아는 수년간 문을 두드려왔다고 강조했다.

“연극영화과 입시도 실패했고, 회사 생활도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미련이 남아서 무작정 상경했어요.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과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죠. 그런데 어느 날 독립영화 오디션 기회가 왔고, 그걸 계기로 계속 기회가 왔어요. 그렇게 몇 년을 언저리에서 머물다 또 기회가 왔네요.”

그는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막연하게 잘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선배님들을 보니 어떤 기술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가슴으로 연기하시더라.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