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하리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4년

2017년 수능이 지난 23일 끝이 났다.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수능을 마무리한 수험생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원칙적으로 고3 학생들은 수능 이후에도 정상 등교한다.

이는 학교가 정한 학사일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학교에 나가도 마땅한 수업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고3들이 더이상 내신이나 출결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수시에 합격하거나 논술, 면접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 결석하는 경우가 많다.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고3들의 정상적인 학교생활도 사실상 끝이 난 것이다.

이를 대변이라도 하는 듯, 학교는 수능 후 학사일정이나 학생관리에 무관심하다.

학교 및 지자체가 여러 대책이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는 있으나, 수능 후 풀어진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

학생들은 갑자기 여유로워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어려움을 겪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험생을 끌어들이는 상술에 노출되는 등 무분별한 소비와 유흥에 빠지기 쉽다.

많은 고3들은 인생의 한 번뿐인 수능을 위해 최선을 다해 몰두했고, 수능이 끝난 학생들은 고생한 지난 시간을 보상받길 원하는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수능`은 인생을 결정 짓는 데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생각은 수능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한 번의 실수나 부족함이 평생을 불행하게 하고, 한 번의 호과(好果)가 평생을 행복하게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수능성적 발표 이후, 자신의 성적을 비관한 수험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능을 여러 번 응시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그럴 수 있다면, 학생들의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이번 포항 지진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도 장점을 가진다.

올해 수능은 하루 앞두고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인해 `1주일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천만다행으로 큰 문제없이 진행되었지만, 이것이 끝이라 볼 수는 없다.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는 천재지변에 대한 앞으로의 대책은 여전히 `연기`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특히,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지는 입시제도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른 날 다른 기회에 재시험을 치르면 그만이다.

물론 지금 당장 수능을 바꾸기에는 문제점이 많다. 절대평가나 문제은행 식으로 바꾸면 수능의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고, 이를 대신하기 위해 지금도 복잡한 수시 전형을 더욱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기회를 자주 제공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지진으로 인해 한번뿐인 시험의 문제점이 제대로 드러난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입시제도에 대한 총체적인 논의를 할 좋은 기회이다.

기계적인 문제풀이만을 요구하는 줄세우기식 수능은 현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이미 여러 차례 들어왔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박도순 명예교수도 올봄 방영된 `SBS스페셜-대2병 학교를 묻다`에서, 대학들은 수능에 깊이 의존하기보다 자체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이제는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수능이라는 하나의 제도에 맞춰 학생들이 재단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학생들의 무궁한 가능성을 포용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여러 번의 수능 기회를 제공하고, 수시전형에 있어서도 대학별로 차별화된 선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수능 한 번에 인생이 달라지는, 수능이 끝나면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그 결과에 목숨을 거는 비정상적인 행태에서 아이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본지 `대학생 논단` 코너에서는 대구·경북 지역 대학생들의 사회, 문화, 정치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200자 원고지 9.5매의 글을 이메일(hjyun@kbmaeil.com)로 사진과 함께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