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변호인단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두고 사상누각이라며 폄하했다. 즉 검찰이 조사해 최순실 일당을 기소하고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 한 것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기초가 부실한 수사결과라는 것이다. 사상누각이니 공중누각이니 하는 말은 원래 토대가 약하거나 토대가 없는 일과 사물 또는 근거 없는 생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근거 없이 생각만 크고 비현실적인 공상에 사로잡혀서 현실은 돌아보지 않고, 자기의 능력과 역량도 모른 채 터무니없이 큰 꿈만 꾸고 있는 것은 허황된 욕망에서 오는 사상누각인 것이다.

이 사상누각은 원래 공중누각에서 유래됐다. 공중누각 우화가 기록된 책은 불교 경전의 하나인 `백유경`에 나오는 비유에서 유래한다. 이 경전의 원래 이름은 `백구비유경`으로서 인도의 승려 상가세나가 저술한 것인데 중국에는 남조의 제나라 때 들어왔다. 비유를 담은 이야기 98편으로 사람들에게 불교의 진리와 세상살이의 슬기를 깨우쳐 준 경이다.

백유경의 기록에 옛날 어리석은 부호가 다른 부잣집에 갔다가 3층으로 된 높고 화려한 누각을 보고서 몹시 탐이 났다. 자기도 재산이 그만 못지않은데 어째서 지금까지 이런 누각을 지을 생각을 못 했을까 안타까워하다 즉시 목수를 불러서 삼층 누각을 지을 수 있는지 물었다. 목수가 저 집도 내가 지은 것이라 하자, 자기에게도 저런 누각을 지어달라고 청하였다. 목수는 청을 받아들여 일층부터 짓기 시작하자 어리석은 부자는 왜 자기가 부탁한 3층 누각을 짓지 않고 1층부터 짓는가? 의심해 물었다. 목수가 아래층을 지어야 2층을 올리고 2층을 지어야 3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해도 부자는 아래 두 층은 필요 없고 맨 위의 3층 누각만 필요하다고 고집했다.

일과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 과정과 결과, 목적과 수단이 있다. 무슨 일이든 시작부터 정당한 과정을 거치고 올바른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그런데 흔히들 남이 이룬 화려한 결과에만 취해 그것을 선망하고 탐을 낸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들인 수많은 시간과 노력의 과정을 보지 못한 채 결과만 부러워하고 탐을 내는 것은 바탕과 토대가 되는 일층과 이층은 버리고 맨 위 삼층 누각만 바라보는 이 어리석은 부자와 다를 바 없다.

조선조 중종 때 박영(1471-1540)선생은 송당문집 `공중누각기`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안락선생은 낙양에 살았는데 공중누각을 짓고 스스로 무명공이라고 호를 붙였다. 공이 이 누각을 짓기 시작한 것은 모든 것이 혼돈으로 있던 태초로서 궁극의 하나가 나뉘던 때이다. (중략) 우뚝하게 높고도 높아 하늘, 땅과 함께 서서 틈이 없으니 누가 누각과 공이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임을 알랴! 아! 사통오달하는 오묘한 경지를 정이천이 아니면 누가 이름 붙일 수 있겠는가.` 여기서 안락 선생은 북송의 유학자 소옹의 호이다. 소옹의 학문이 스케일이 굉장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경지를 넘나들지만, 실은 현실적 토대와 근거가 없는 공중누각이나 마찬가지라고 소옹의 학문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19대 대권주자들 역시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국가경영의 비전은 없고 정쟁으로 이전투구하고 있다. 정책토론이기 보다 색깔론이 나오고 `보수니 진보니`, `적이니, 주적이니`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며 서로를 헐뜯는 유치한 입씨름을 TV를 통해 지켜보았다. 이런 행태와 마구잡이식 공약은 결국 사상누각과 같아 지켜지지 못하며 그 대가는 국민들이 치러야 한다.

5월 9일 있을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유권자의 냉철하고 현명한 선택만이 대통령의 주어진 임기 동안 그나마 속앓이를 덜 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