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반도
원자력 발전소 밀집한 경북
경주시·한수원 안전대책 진단
본지는 지진으로 인해 원전 등 각종 위기 앞에 선 경주가 앞으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짚어봤다.
일정 규모 내진설계·자동정지 시스템 등
원전시설 체계적 대응책은 갖춰져
경주 활성단층 지진연구 완료하고
규모 이상 지진시 주민 안전조치 마련
투명한 정보공유·주민소통·신뢰향상 시급
□ 지진 안전지대 아닌 한반도, 위기의 경주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오후 7시 44분께 규모 5.1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한 시간가량 뒤에는 규모 5.8의 강진이 이어져 곳곳에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다. 이후 현재까지도 인근에서 550여 회 이상 여진이 관측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그동안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지내온 우리나라 역시 방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으로 판단된다.
□ 지진이 불러온 원전에 대한 우려
지난 지진의 영향으로 가장 뜨거워진 이슈거리는 바로 경주와 인근 지역에 밀집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여부다.
특히 고준위인 `사용 후 핵연료`를 다량 임시보관하고 있는 경주 월성원전의 경우 오는 2019년 전국 원전 가운데 가장 먼저 임시저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으로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 후보지에서 경주지역을 제외하기로 결정, 현재 국회에서 관련 법률 제정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대로 원전 내에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한 추가 건식저장시설은 계속 건설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환경분야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9·12 지진과 관련해 노후 원전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등을 더욱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원전이 밀집해 있는 부산과 울산, 경주, 울진 등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에 건설 승인을 받은 신고리 5, 6호기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규모 6.5~7.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 돼 있다.
원전은 지진가속도 0.2g(리히터규모 6.5수준·신고리3호기는 0.3g)로 내진설계를 했으며,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토대로 원전 시설과 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고의 내진성능을 강화하는 등 지진 안전성을 보완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지진감시 능력을 높여 일정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될 경우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는 지진 자동정지시스템도 구축했다. 또한 한수원은 국내 원전은 지진 발생 시 3단계의 대응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규모가 2~3 정도가 넘으면 중앙제어실에서 지진 자동경보가 발령되고 주요 설비 등 발전소 등을 점검한다. 지진이 내진설계(0.2g)의 50%인 0.1g(규모 6.0 수준) 이상이면 원전을 수동정지하게 돼 있다. 90%(0.18g·규모 6.4) 수준이면 원전은 자동으로 안전정지된다.
실제로 지난해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한수원은 지진에 따른 A급 비상을 월성본부 당일 오후 8시, 본사 8시20분, 고리본부 8시34분에 잇따라 발령했다.
사상 첫 A급 비상에 대부분 직원이 복귀했고 매뉴얼에 따른 대응시스템이 가동된 것. 지난 지진은 지진가속도 기준 0.1g를 넘지 않았지만, 지진 파동을 분석한 응답스펙트럼 값이 기준치를 넘어 정지에 따른 준비 및 후속조치를 취한 뒤 정밀 안전점검을 위해 월성1·2·3·4호기가 당일 밤 11시56분부터 수동정지됐다.
이처럼 지역의 원전 시설은 현재 내진설계나 재난대응 조치, 안전설비 등에서는 현재 체계적인 대응책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원전 안전성에 대한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은 최악의 상황 발생 시 벌어질 파급력 때문.
아울러 아직 국내에서 활성단층 등 지진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우려에 대해 기폭제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관련부처 합동으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경주 지역을 포함한 동남권 주변을 오는 2020년까지 우선 조사하고, 전국의 주요 단층에 대한 조사 역시 단계적으로 완료할 전망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국 및 경주를 중심으로 한 주요 단층 분포 및 지반 속도구조 모델 등을 장기적으로 파악하고 종합적인 후속 대책으로 연결해 시행해야 한다.
이에 원전 운영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유와 주민과의 소통, 대피 매뉴얼 등을 구체화해 원전과 상생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진도 6.5 이상의 지진에 대한 대책도 사실상 전무한 것 역시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다. 현재 설계기준 규모 6.5~7.0을 넘어서는 초과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원전 폭발 등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물론 지진 이후 이와 관련된 법이 조금씩 바뀌고는 있으나 이미 건설된 원전에는 적용이 어려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또 원자력 시설과 관련해 민·관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향상시키는 노력도 무엇보다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경주/황성호기자 hs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