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고 기발한 착상 `번득`

▲ 영화 `럭키`

“완전 아사리판이네!”

배우 황정민이 영화 `아수라`의 시나리오를 읽은 뒤 내뱉은 말이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김성수 감독은 원래 이 영화에 `반성`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영화제작사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가 “누아르 영화인데 뭘 반성하느냐”며 차라리 `지옥`으로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 씨가 내뱉은 `아사리판`이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어 결국 `아수라`로 제목을 정했다”면서 “아수라라는 뜻과 영화 내용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수라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혼란의 세계인 아수라도에 머무는 귀신을 일컫는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광기 혹은 광란(Madness)의 의미를 담은 `Asura: The City of Madness`다.

영화 제목은 흥행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작자나 감독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짓는다. 개봉 직전에 제목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개봉한 `범죄의 여왕`(이요섭 감독)의 원래 제목은 `원수`였다.

극 중 아들 익수(김대현)가 엄마 미경(박지영)을 너무 힘들게 해서 원수라고 붙인 것이다. 그러다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별명이 `범죄의 여왕`인 걸 우연히 알게 돼 이를 차용했다는 후문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은 `엑스레이 작전`이라는 제목으로 내걸릴 뻔했다. 엑스레이 작전은 연합군의 인천 상륙을 지원하고자 해군 첩보부대가 인천지역의 북한군 동향을 수집한 작전이다.

 

▲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
▲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

그러나 `전쟁 영화가 아니라 병원 이미지가 난다`는 지적을 받고 방향을 틀었다. 상륙작전이 진행된 당일인 `9.15`도 제목 후보군에 올랐지만,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이유로 결국 가장 익숙한 `인천상륙작전`으로 낙점했다.

배우 유해진이 원톱을 맡은 영화 `럭키`(이계벽 감독)는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이 원작이다. 잘 나가던 킬러가 기억을 잃고 무명 배우와 인생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영화다. 원래 제목은 `키 오브 라이프`였다가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제안한 `럭키`로 바꿨다.

`럭키`의 영어 제목은 `Lucky`가 아니라 `Luck, Key`이다. 행운이라는 의미의 `Luck`과 열쇠를 뜻하는 `Key`의 합성어다. 열쇠 때문에 행운을 얻게 된 점을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의 ○○`라는 형식의 제목도 한국영화에 많이 등장한다. `범죄의 여왕`, `최악의 하루`, `그림자들의 섬`, `할머니의 먼 집`, `우주의 크리스마스` 등이 그 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