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집회 이모저모
성주군 자체구성 인력으로
군민 겹겹 보호·외부차단
김항곤 군수·배재만 의장
삭발식 후 정부 강력 규탄
여당에선 이완영 의원만 참여

▲ 서울역 광장 한쪽에서는 보수단체 등이 사드 찬성 집회를 열고 있다.

경북 성주군민들의 사드(THA 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철회 상경집회가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평화적인 시위로 마무리되면서 사드반대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가 확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황교안 국무총리의 15일 성주 방문 당시 황 총리가 군민의 거센 항의 속에 군청에 발이 묶인 것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막고자 주최 측은 외부인 개입을 차단할 겹겹의 조처를 했다.

오전 9시 성주에서 떠난 버스 50여대에 나눠 타고 오후 1시30분께 서울역 광장에 도착한 성주군민들은 군민임을 알리는 비표격인 파란 리본과 함께 자신의 거주지와 성명이 적힌 목걸이 명찰을 차는 등 사전조치가 치밀했다. 또 군민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250명의 질서유지 인력이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과 집회에 참석한 성주군민 사이에 1열로 자리를 잡고 군민과 외지인 사이의 접촉을 막았다.

집회장 주변 경찰 배치에 항의하는 한 시민이 욕설과 함께 분위기를 소란스럽게 하자 질서유지 인력들은 군민과 기자들에게 “눈길도 주지 말라”며 재빨리 상황을 통제했다.

파란 리본을 달지 못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회원도 집회 현장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전국의 농민도 성주군민의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울역 계단에 서 있기도 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45개 중대 3천730명의 인력을 동원해 집회현장의 질서유지에 만전을 기했다.

 

▲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집회에 참석한 성주군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집회에 참석한 성주군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은 이날 삭발식 도중 내내 고개를 떨군 채 침통한 표정을 지어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김 군수는 삭발식을 마치고 연단을 내려오면서도 투쟁위 관계자들에게 “우리는 사드반대를 국민에게 알리며, 열심히 반대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러 온 것이다. 절대 정치적으로 이용당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같은 분위기 탓인지 집회 현장에는 성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완영(고령·성주·칠곡)의원만 참여해 군민들을 격려했을 뿐 대구경북 국회의원은 일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더민주 박주민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당 최경환 송기석 채이배 의원 등은 집회현장을 찾았다.

 

▲ 집회에 참여한 한 성주군민이 행사 순서 등이 적힌 유인물을 보고 있다.
▲ 집회에 참여한 한 성주군민이 행사 순서 등이 적힌 유인물을 보고 있다.

○… 김항곤 군수와 김안수 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이날도 정부를 강력 비난했다. 김 군수는 “사드기지 예정지 성산포대 근처에는 우리 군 인구 절반인 2만5천명이 살고 550개의 기업이 가동되고 있는 곳이다. 정부는 성주의 심장에 사드를 설치한다면서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투쟁위 김안수 공동위원장은 “정부는 제대로 된 안전성 평가나 현장방문 없이 주민과 법을 무시하면서 성주를 사드 후보지로 발표했다. 이는 소가 들어도 웃을 황당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민들을 지역 이기주의자로 매도하며 색깔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자신의 지역에 오지 않는다고 책임감 없이 말하는 사람들, 그들이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부영 전 국회의원은 연대사에서 “참외 농사를 제쳐놓고 뜨거운 여름철에 서울역 광장까지 상경해야 하는 성주군민의 처지를 생각하니 화가 난다. 정부가 국민의 생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형·박형남기자

    이창형·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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