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2016년 정치기상도

▲ 올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박심(朴心) 마케팅`(박근혜 대통령을 선거에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DB

2016년 병신년(丙申年), 원숭이띠의 해인 올해 정국은 4.13총선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올해 총선은 박근혜 정부 4년차이자 본격적인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시점에 치러져 여야 정치권이 새로운 권력구도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때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현역 교체바람이 얼마나 실현될 지도 관심사다. 19대 국회가 정쟁 속에 파행이 상시화되는 바람에 법안 가결률이 31.6%로 역대 최저를 기록, 정치권 물갈이 폭이 커야한다는 여론이 강해 현역 교체바람도 그 어느 때보다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이후 비례대표를 포함해 초선 비율을 기준으로 교체된 현역의원은 제16대 40.7%(초선 111명), 제17대 62.9%(188명), 제18대 44.8%(134명), 제19대 49.4%(148명)로 꾸준히 증가했다. 탄핵 열풍으로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일었던 17대 국회를 제외해도 최근 총선에서는 거의 절반 가까이 새로운 얼굴로 교체됐고, 그 비율도 차츰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은 여권대로 친박 대 비박의 권력쟁투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공천 룰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한창이고, 야권은 야권대로 문재인 대표에 반발한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시끄럽다. 이후 무소속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과 맞물린 야권의 통합신당 창당 움직임이 구체화되면 야권의 판도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친박 대 비박 공천경쟁, 최경환 전 부총리 총선 조율 관심집중
통합선거구·포항·대구 수성갑 등 여의도 입성 한판승부 볼만
“지역 경제발전 위한 일꾼을 뽑아야 중앙정치 벗어날 수 있어”

◇경북, 선거구 축소 및 친박진출 여부 관건

경북지역 총선은 선거구 획정에 따라 2개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이 확실시돼 조정될 선거구의 공천경쟁 결과가 핫이슈다. 그리고 나머지 선거구의 경우에는 현역의원을 제치고 얼마나 많은 정치신인이 새롭게 정치권에 진입할 것이냐가 관전포인트다.

우선 선거구획정 협상결과 2개 선거구가 하나의 선거구로 합쳐질것으로 보이는 군위·의성·청송지역구의 친박계 김재원 의원과 상주 지역구의 김종태 의원, 그리고 문경·예천지역구 이한성 의원과 영주지역구 장윤석 의원의 공천향배가 초미의 관심사다. 두 의원의 지역구가 각각 하나의 선거구로 합쳐짐에 따라 두 지역구 현역의원들은 공천경쟁을 통해 죽느냐 사느냐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은 상황이어서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인구가 더 많은 지역구를 가진 의원이 유리한 경선룰을 감안하면 김재원 의원과 이한성 의원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리고 지역에 얼마나 많은 정치신인이 진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선 3선의원인 최경환 전 부총리가 지난 연말 부총리에서 물러나 지역구의원으로 복귀함에 따라 친박 좌장으로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4선에 도전하는 최 전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해온 진박(진짜 친박)으로서 `친박 대 비박간 파워게임`이 될 총선 전반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경북 제일의 도시인 포항지역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친이계의원으로서 5선에 도전하는 이병석(포항북구)전 부의장에게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고, 재선에 도전하는 포항 남구의 박명재 의원에게는 김정재 전 서울시의원이 도전장을 내고 있다. 또 당초 대구 북구갑(권은희 의원)에 출마할 예정이었던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지난 달 24일 돌연 김무성 당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강석호 의원의 지역구인 영양·영덕·봉화·울진 선거구에 출마하겠다며 도전장을 냈다. 전광삼 전 춘추관장은 “고향인 울진 군민들의 출마요청이 많았다”고 출마지 이전 배경을 밝혔으나 친박 대 비박구도로 몰아갈 의도가 내포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밖에 심학봉 의원의 사퇴로 현역의원이 공석이 된 구미갑 지역구에는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을 비롯, 백성태 (전)국가정보원 국가정보대학원장, 채동익 (전)구미시 경제통상국장, 황희덕 (현)보스톤 치과원장 등 4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총선 출마채비를 하고 있다.

◇대구, 친박 대 비박(친유승민계)의 싸움 촉각

오는 4월 총선에서는 대구가 폭풍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총선공천을 앞두고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親朴)계와 비주류인 친(親)유승민 성향 의원들 간에 전운(戰雲)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연말 잇따라 `진실한 사람`을 거론하면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통한 `현역 물갈이론`을 시사해왔기에 더욱 그렇다. 이제 박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게 된 3선의 유승민 의원이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에도 불구하고 공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를 포함한 측근 의원들까지 한 묶음으로 서슬 퍼런 `박심`의 희생양이 될지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있다.

특히 지난 달 19일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새누리당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박심`을 극명하게 드러내보여 관심을 끌었다. 개소식에는 홍문종 의원을 비롯해 조원진 원내 수석부대표, 이장우 대변인 등이 대구를 직접 찾았다. 이재만 전 구청장은 이날 작심한 듯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겠다”며 유 의원과의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홍문종 의원은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는 대통령과 일할 사람은 이재만 (후보)이다. 그가 진실한 사람이란 것을 여러분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고, 조원진 원내 수석부대표는 아예 유승민 의원을 염두에 둔 듯 “박 대통령을 잘 도우라는 대구 시민의 천명을 따르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류인 친박과 비주류인 친유승민 성향 의원들의 충돌양상은 대구 전 지역구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과 가까운 대구 현역 의원들 대부분이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박계 후보들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 김상훈(서구) 의원에게는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종진(달성) 의원에게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친유승민`으로 분류되는 류성걸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구갑)에 출마할 예정이었던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최근 출마지 이전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고 57회 동기인 류성걸 의원과 맞붙은 데 대해 경북고 동문들이 집단으로 `출마지 이전`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내는 등 만류 움직임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밖에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수성갑에서는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한판 대결을 벌리게 됐다. 대구 정치1번지로 불리는 대구수성갑에서 새누리당 대권행보를 염두에 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야권 중진인 김부겸 전 의원이 펼칠 절체절명의 진검승부는 4.13총선 TK지역 최대 핫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TK정치, 새 지평이 필요하다

TK지역 총선기상도는 대체적으로 친박 대 비박간의 파워게임 양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이래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5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TK정치가 이제는 새로운 지평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있다. 이에 대한 정치평론가와 교수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TK지역에서 자라고, TK지역 발전에 대한 애정과 참신한 비전을 가진 유능한 정치신인을 많이 발굴해 키워야 TK정치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래는 TK정치의 새지평을 말하는 교수·정치평론가의 견해를 요약했다.

△배한동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TK지역에는 막대기만 세워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것은 어떤 형태로든 불식돼야 한다. 지역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은 부끄러운 현상이다. 야당이지만 대구지역에서 김부겸 의원 같은 사람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지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총선에서 대구·경북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야당의원이 한사람도 당선되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 대구가 전국적으로 섬이 된 것처럼 새누리당 아성이 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광주 전남지역에서 여당의원을 한 사람 배출했다는 사실에 비춰봐도 이는 부끄러운 현상이다. 특정인을 지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문제다. 이런 부분은 이번에 꼭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형락 정치평론가=TK지역, 특히 대구는 박근혜 정치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힘을 길러야 한다. 중앙정치에 귀속되면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인정을 안해준다. 독자적인 정치를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키즈나 진박의 진출보다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는 사람들, 대구를 부르짖는 사람들, 대구를 위해서 대구의 경제 대구의 주체성 대구의 독립성이 화두가 돼야 한다. 지역 인재를 키워야한다. 정치꾼은 안된다. 정치꾼이 대구를 망쳐왔다. 이번 총선에는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을 지역인재라고 해야하고, 그런 인재를 지지해야 한다. 바람직한 인재는 지역을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나를 봐야한다. 대구사람 특성과 대구역사를 검토하고, 대구비전과 아이디어를 만들고 실현시킬 수 있는 인재를 정치인재로 키워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놀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탈정치화가 TK의 숙제다. 취업률 실업률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돼있고, 대구를 어떻게 회생시킬 것인가를 말해야 하는데, 진박·가박·월박 등을 얘기한다. 지역을 무시하고 정치놀음 권력놀음에 빠진 사람들이 설치고 있어서 걱정이다. 이래선 안된다. 이제 대구경제나 시민을 보고 한숨지어야지 용비어천가는 그만 불러야 한다. 이번에는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아야 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대구·경북이 권력의 산실이란 자긍심은 있지만 현실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그 결과 전국에서 가장 낮은 GRDP를 기록하는 등 지역의 낙후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이후 TK가 정권의 중심이 된다는 보장이 없는 데, 이제라도 TK지역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능력있는 정치인을 선별하고 키워야 한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까지는 나라전체를 개발하는 해였다고 본다면 대한민국 전체를 함께 견인할 수 밖에 없는 맏형의 입장으로 상대적으로 (권력에서) 소외된 지역에 나눠주다보니 자기 챙길 것을 못 챙긴 게 사실이다. 맏형으로서의 사명감때문에 실속을 못 챙겼다는 얘기다. 또 권력의 핵심이 이 지역에 있다보니 뒷받침하는 정치인의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가져왔다. 그래서 권력의 정점에서 물러나는 순간에는 아무 것도 못챙기고 우왕좌왕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때는 IMF 이후 정부로서 정치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오히려 정치권도 각자도생하는 양상이 됐다. 차기 대권주자나 정치인, 고위관료들중에 지역출신들이 타 지역에 비해 훨씬 적어지게 됐다. 이제라도 TK에서도 인물을 키워야한다. 유권자도 인물을 골라내고 키워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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