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사업지연, 잡초만 무성한 폐허로 남아
인근 공사장 변사사건 후 주민들 불안감 확산

▲ 지난 13일 인근의 공사장에서 50대 남성의 변사체가 발견된 포항 우현지구 내 초등학교 부지 앞 인도변에 출입문이 파손된 빈 컨테이너박스가 위험스럽게 방치돼 있다.

속보=비탈면 방치 장기화 등 도심 인근의 흉물이 돼온 포항우현도시개발지구<본지 2014면 11월 27일자 4면 등>가 인근 공사장에서 발생한 자살사건을 계기로 주민들의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지고 있다.

16일 오후 우현지구 북측 늘사랑교회와 74m 높이로 비탈면이 완전히 절개돼 노출돼 있는 야산 옆 우현초등학교 부지는 빈 컨테이너박스 몇개와 잡초만 무성한 채 폐허와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대낮임에도 인적이 끊긴 인도에 접한 컨테이너 한개는 출입문이 거의 뜯겨져 나가 무방비로 노출된 채 주민들이 내건 항의현수막이 을시년스러움을 더했다.

건너편에 자리잡은 593가구 규모 삼도뷰엔빌 앞 상가에서 만난 주민들은 최근 근처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화제에 올리며 근심 어린 표정이 역력했다.

박모(45)씨는 “아파트 건너의 절개지도 위험한데 바로 옆에 방치된 학교 부지에 아무런 울타리도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사건까지 발생하자 불안감이 엄청나다”면서 “컨테이너의 출입문도 마음만 먹으면 뜯고 들어갈 만큼 허술해 또 다른 흉악범죄가 없으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3일 대낮에 인근 아파트 경비원이 50대 남성의 사체를 발견한 현장도 공사가 중단된 상태에서 평소 별다른 제지 없이 출입이 가능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컸었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사정을 좀 더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도심에서 불과 10여분 안팎의 거리의 우현지구는 지난 2008년 12월 금호어울림 449세대를 시작으로 2011년 3월 풍림아이원 412가구에 이어 삼도뷰엔빌 593가구 등이 줄줄이 이주했다. 하지만 시공사인 선원건설과 교육청의 갈등 속에 우현초교 개교가 지연되고 비탈면까지 위험지구로 장기간 방치되면서 주거 환경은 극도로 악화돼 왔다.

특히 비탈면 인근은 토목공사 부실로 인해 출입국관리사무소 부근 인도는 일년 내내 침수돼 있어 행인들이 위험한 도로로 통행하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조차 없다. 가로등도 없는데다 불법주차된 대형트럭들의 사각지대로 인해 남성들마저 야간 통행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추가 공사로 11년여동안 지연된 사업을 마무리해야 할 선원건설과 우현1지구조합은 별다른 대책이 없다. 특히 선원 측은 지난 5월 제출하기로 알려졌다가 무산된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대해 여전히 미온적이다.

16일 한 임원은 “최근 회사 대표 교체 후 임원들이 모두 해임되는 등 사정이 매우 어렵다”면서 “지구단위계획 접수는 물론 아파트 건설, 사업 준공 등 모든 계획이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소 대표는 “이강덕 시장만 애를 쓸뿐 포항시가 과연 셉테드(범죄예방도시계획 설계)도시로서 홍보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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