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청년CEO를 찾아
프롤로그

지난 연말 한 케이블 채널에서 종영된 드라마 `미생`은 신드롬 열풍까지 불러일으켰다. 방영 당시 미생이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회인들의 현실 상황을 꾸밈없이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극 중 오과장의 옛 회사 선배가 건넨 이 대사는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잘 대변해준다. 이는 직장인, 자영업자 등 누구 할 것 없이 살아가고자 아둥바둥하는 우리네 모습이다. 수없이 도전하고 성공하며 또 실패하는 경험 속에 수많은 `미생`들은 이 순간에도 `완생`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최근에는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할 청년들이 높은 취업의 벽, 비정규직 차별 등 사회의 그늘 속에서 미생처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토익, 해외연수, 봉사활동, 학벌 등 대기업이 정한 틀에 박힌 스펙 전쟁 속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당당하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이끌어가는 중심에 서야 할 것이다. 이에 본지는 과감히 도전하며 `완생`의 꿈을 꾸는 젊은 청년들의 당찬 이야기를 찾아 듣고, 격주 시리즈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첫회에서는 청년들의 창업 현실에 대해 짚어본다.

`고용 없는 성장` 불안한 환경
청년창업 갈수록 주는 추세
실패 두려움이 도전 걸림돌
무턱대고 뛰어들기보다
충분한 준비로 미래 개척해야


□도전하는 청년, 경제성장의 밑거름

요즘 청년들은 누구나 한 번쯤 흔히 일컫는 `신의 직장`이라는 대기업, 금융기관, 외국계회사, 공기업 등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꿔 본 적 있을 것이다. 해마다 약 5~60만명의 대학졸업자가 배출되고 신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자리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음에도 고용이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에 틈새시장을 노리는 창업 열풍도 거세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통계청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전체 창업자 가운데 2030세대의 창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년 연속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9세 이하가 세운 신설법인 비중은 2011년 28.7%, 2012년 28.4%, 2013년 28.2%, 지난해 1~3분기 27.0%로 4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또한 청년층의 신규 창업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기존 창업까지 모두 포함한 20~30대 자영업자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로 본 39세 이하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96만5천명으로 1년 전(100만2천명)보다 3.7%(3만7천명) 감소했다. 청년 자영업자 수가 정점을 찍은 지난 2005년보다 무려 52만8천명(54.7%)이나 줄었다. 사업에 실패해 퇴출당한 청년층이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사례가 그만큼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지난해 3분기까지 전체 창업자 중 베이비붐 세대인 50대의 창업 증가율은 청년창업의 3배를 넘어섰다. 문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한 혁신형 창업보다 은퇴자 중심의 생계형 창업이 급증하며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청년들의 창업이 활기를 띠지 않으면 국가의 산업 경쟁력은 그저 `고인 물`일 뿐이다. 애플·페이스북 같은 혁신적인 기업은 기대조차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탄탄한 도전정신을 갖춘 청년 창업은 국가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실패가 아닌 성공 위한 자산

청년들은 왜 도전하는 것을 망설일 수밖에 없을까. 가장 큰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꼽을 수 있다. 흔히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고들 말한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청년들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신규 창업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뒷받침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하더라도, 창업 후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이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부족하다.

이에 반해 해외에서는 창업 실패에 대해 패배자로 보기보다는 성공을 위한 하나의 자산으로 보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실패를 통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두려움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창업 대출 역시 창업자의 신용이 아닌 `사업 모델`에 근거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창업 실패 후 좌절한 청년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들이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또한 고부가가치 기회추구형 창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적 노력 역시 함께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갈수록 줄고 있는 39세 이하 신설법인

□충분한 사전준비와 정부 지원 활용해야

청년 창업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으나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사전검토를 통해 충분한 준비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제도를 검토해 자금 조달에 도움을 받고,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각 지자체에서도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 놓았으며 이 밖에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중소기업청의 1인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기술보증기금의 자금지원 등 청년창업을 돕는 다양한 제도들이 준비돼 있다.

포항의 경우 시에서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력 등 성장잠재력을 갖춘 청년창업 대상자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오는 5월부터 청년창업 대상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만 20세부터 39세까지의 예비 청년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기술·지식·IT응용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지원한다. 지난해에도 포항대학교, 선린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창업자금, 판로지원 및 지속적인 컨설팅을 통해 55명의 청년 창업에 성공한 바 있다.

이밖에 (재)포항테크노파크가 운영하고 있는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가 아이디어 제품 개발과 창업지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신규 지정받은 포항테크노파크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는 2014년 11월말 기준 매출액 약 20억원, 고용창출 7명 및 신규 창업 2개사 지원 등의 성과를 보였다.

현재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는 청년에만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으며, 창업하고자 하는 이들에 대해 사무공간 지원, 자문위원단 운영, 창업교육 운영 및 사업화를 지원한다. 또한 세무, 회계, 법률 등 전문가 상담 및 교육, 경영지원과외부기관(기업)간 프로젝트 연계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아이디어가 넘치는 청년 창업가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성공한 청년 창업가들의 특징

한편, 성공한 청년 창업가들은 관련 업종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8가지의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공개한 `청년창업가의 성공 DNA를 찾아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창업을 주도하는 청년들은 요식업 중심의 생계형 창업보다는 아이디어, 지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회추구형 창업을 주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실제로 성공한 청년 창업가들은 △자신의 일에 가치를 부여해 공익적 목적이나 신념과 연계해 창업 △즐기는 창업으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특징을 보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창업 지원 정책을 적극 활용하며 △관련 업종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아 창업의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거침없는 추진력 △인적자원의 중요성 인식 △성실·부지런함 등이 성공적인 창업의 중요한 요소였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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