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거래업체 피해 1천억대 이를 듯
해외 4개국 11개 법인에 국내 21개 사업장 거느린 중견기업
원청업체 횡포·최저가낙찰제로 자금난, 동종업계도 위기감

▲ 포항에 본사를 두고 35년간 철강구조물 사업을 중심으로 국내 건설도급 5위인 (주)유아산업이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거래업체의 연쇄부도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소재 유아산업의 철골자재보관소. /이용선기자

(주)유아산업의 부도 사태 이후 지역 철구조물제작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연 매출 2천억원대, 동종업계 국내 랭킹 5위인 유아산업이 쓰러진데는 공사수행능력보다는 최저가만을 앞세운 대기업 원청업체들의 횡포에다, 적자공사지만 낙찰이라도 받아야만 한다는 업계의 울며겨자먹기식 시장환경 때문이란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유아산업, 왜 쓰러졌나

유아산업은 지난 21일 기업은행에 만기도래한 어음 16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이 업체의 총 부채규모는 금융권과 하도급업체 외상공사 등 총 1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91년 설립된 유아산업은 유아건설 등 법인에 본사가 위치한 포항공장(6만5천219㎡)과 충북 괴산군에 괴산공장(5만9천198㎡)을 가동중이다. 광양 자원화변전소 신설 1차 공사(강구조물), 포스코 1열연 능력증강 1~4차 공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발전소 플랜트공사까지 수행했다. 경부고속철도 부산역사 증축공사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제2연구동 현장 철골공사, 창동민자역사 신축공사 등 다수의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또 1997년부터 베트남 및 필리핀을 시작으로 해외건설사업에 진출했으며, 최근 UAE지사를 설립, 원자력발전소 설치공사를 진행하는 등 해외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 4개국에 11개소의 법인, 국내 21개소의 사업장을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창업주인 박재현 회장은 70년대 포항제철 초기 중앙정비공장에서 기능공으로 일했던 포스코 건설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존경하는 인물로 고 박태준 포스코 회장을 들며, 35년여 동안 기능공으로써 장인정신을 신봉한다고 했다. 포항시 장학회에 장학금을 쾌척하는 등 지역사회에서도 남다른 봉사를 해왔다.

하지만 이 회사는 국내 건설경기 불황에 따른 수요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원청공사 건건마다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업계의 원천적인 한계 상황을 피해갈 수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동종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최저가입찰제도의 올가미를 스스로 뒤집어쓴 결과이며 이같은 문제는 향후 어느 업체가 언제 먼저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 업계의 올가미?

유아산업의 부도를 접한 동종업계는 최저가낙찰제의 폐해가 제도적으로 개선되지않고서는 유사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목소리다.

업계에 따르면, 철구조물 제작 공사는 대부분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고 있다. 대기업 원청사로서는 최소한의 공사비를 투입하고서도 소정의 공사를 완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울 게 없다. 최저가 입찰을 통해 공사를 수주받은 업체에 대해 선급금 보증, 계약보증 등 각종 보증서를 청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설령 시공업체가 부도를 내더라도 원청사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입장. 원청으로서는 시공업체의 공사수행능력을 평가하기 보다는 가장 낮은 가격으로 공사를 하겠다는 업체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아쉬울 점이 없다는 것이다.

철구조물제작공사업의 경우 최근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건설경기 호황시 적은 자본금으로 회사를 설립하더라도 덩치가 큰 공사 일부만 수주받아도 호시절을 구가했던 업체들로서는 최근 건설경기가 급랭하면서 수주물량 자체가 없는 상황이 되자 적자를 감수하고서도 공사부터 낙찰받자는 식이다. 장비와 인건 비 등 최소한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자공사라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사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금융권에서 땜질식으로 보충하고, 나아가 사채까지 끌어쓰는 형국이다. 결국 문어발식으로 벌여놓은 공사현장 어느 한곳에서라도 문제가 생기면 감당할 수 없는 자금난을 겪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항에만도 철구조물제작업체가 100여개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제살 제 뜯어먹기식 저가공사가 만연하면서 당장 내일 어느 업체가 도산할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포항서만 수천억 연쇄도산 우려

유아산업과 직간접적인 거래관계에 있는 업체는 100여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철구조물제작업 특성상 공구, 페인트 및 자재납품에서부터 제작, 운송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구멍가게까지 연루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주력 하청업체 몇곳은 10억원대가 넘는 부도사태가 예견되고 있으며, 나머지 영세 공구상 등은 회복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유아산업이 회생절차를 거칠지도 미지수다. 철구조물제작업체의 자산이라고는 부동산이 전부인데, 대부분 담보물로 제공된 경우가 허다하고, 특히 유사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상황이어서 회생 기대치가 그만큼 있느냐 여부를 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아산업의 경우 나름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국내외 기 수주한 물량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생절차를 거치지않을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기때문이다.

/이창형·고세리기자

    이창형·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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