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3집 `사람의 마음` 발매… 오늘부터 대구 등 전국투어

2008년 싱글 `싸구려 커피`로 폭발적 인기를 끌던 시절부터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따르는 물음 하나가 있었다. 출발은 분명히 인디였는데, 현재의 위치는 과연 어디냐는 것.

그동안 물음의 대답은 `애매하다`거나 `무엇을 지향한다`였지만, 이번 3집 앨범을 기점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인디나 메이저의 분류와 무관한 `고유한 좌표의 록밴드`로….

최근 정규 3집 `사람의 마음`을 발매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멤버들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인디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우리 밴드만의 좌표로 가고자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컬 장기하는 “히트 공식대로 가기보다 그저 장기하와 얼굴들 다운 음악을 하려고 한다”면서 “우리는 인디 밴드의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고, 메인스트림 가수의 요건에도 맞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5일 무려 3년4개월 만에 발표한 새 앨범도 이와 같은 자기 규정과 잘 어울린다.

복잡한 리듬이나 응용적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로큰롤 사운드의 기본에 충실한 음반이다. 특히 장기하가 전 곡을 만들었지만 멤버들이 편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밴드`의 형태가 보다 단단해졌다.

`양평이 형`으로 익숙한 기타의 하세가와 요헤이는 이에 대해 “멤버 누가 빠져도 완전히 다른 형태의 앨범이 됐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면 앞으로 나쁜 결과는 나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했다.

요헤이는 “비틀스의 `리볼버` 느낌을 염두에 두고 앨범 작업을 했다”며 “록이면서도 밴드적인 사운드를 살리려 했다. 사이키델릭도 있고, 하드록도 있고, 발라드도있으면서 멤버 여섯이 함께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완성도에 만족한다”고 뿌듯해했다.

음악적인 변화뿐 아니라 가사의 변화도 눈에 띈다. 그동안은 일상의 단면을 잔잔하게 그렸다면 이번에는 마음의 단면, 나아가 생각의 단면을 강렬하게 그린 느낌이다.

“아주 직관적이고 단순한 로큰롤 음악을 하고픈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사의 양이 평균적으로 줄었어요. 사실 이번 음반에는 가사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많은 설명을 하기보다 누구나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마음 상태를 제시하려 했어요.”(장기하)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등장해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끌었던 것이 어제 같은데어느새 7년차 밴드다. 지난 시간의 변화를 묻자 장기하는 “밴드 음악에는 척박한 토양이지 않나. 물론 우리는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7년차에 들어서니 책임감도 느낀다”면서 “우리가 가는 길을 뒤에서 후배들이 지켜본다는 생각도 한다”고 고백했다.

건반의 이종민도 “가끔 저희를 부러워하고, 나아가 롤모델로 삼는다는 후배들을만난다. 그럴 때면 내가 어려서 정말 좋아하던 밴드의 위치에 섰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조금 더 `개인적으로` 변한 지점을 묻자 기타의 이민기는 수줍은 표정으로 “원래 앞에 나서기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밴드를 하면서 변했다. 처음에는 무대 액션도 없이 기타만 쳤는데 요즘에는 흥이 나서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면서 미소지었다.

밴드는 앨범 발매를 기념해 이달 23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전주, 부산을 순회하는 전국 투어를 실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