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오천 삼광시장~냉천 구간 현재 토지보상 중
아파트 주민 6명 반대 청원에 상인 등 찬성 진정서
`노후건물 붕괴위험 vs 낙후지역 발전에 도움` 맞서

▲ `냉천(해병로) 도시계획도로` 예정 부지의 동쪽 입구인 포항시 오천읍 구정리 삼광시장.

포항시 남구에 수십년 동안 미집행되던 도시계획도로 개설이 추진되자 주민들의 찬반 여론이 점화되고 있다. 도로 인프라 확보를 통한 정주여건 개선이 기대되는 가운데 도로계획이 폐지될 경우 부지와 맞물린 대규모 아파트 건축사업이 가장 큰 혜택을 입을 예정이어서 이 지역 여론의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일은 지난 2일 오천읍 구정리 삼광시장 입구부터 냉천을 가로지르는 도로 인근의 J아파트 주민 6명이 포항시에 도시계획도로의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후 도로 개설을 찬성하는 인근 시장상인과 주민 300여명이 12일 시에 진정서를 제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포항시에 따르면 J아파트가 건축되기 이전인 지난 1979년 계획된 이 도로는 폭 8m, 길이 320m, 왕복2차로 규모로서 현재 토지 보상이 진행되고 있다.

△반대, “아파트 관통 도로 위험”

22일 J아파트 주민 이원자(66·여)씨는 도시계획도로가 개설되면 생활 여건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며 절대 반대의사를 밝혔다.

도로가 아파트 동과 동 사이를 가로지를 예정으로 분진과 소음은 물론 1987년에 만들어진 노후 건물의 붕괴 위험도 우려된다는 것. 더구나 아파트 입주민 대부분이 노인들로 사고 위험도 크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사람이 사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계획기간이 얼마가 됐건 상황에 맞춰 변경하는 것이 현명한 행정 아니냐”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온다고 하니 시장상인들이 도로가 나길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인 문다호(67)씨는 “상식적으로 아파트 동과 동 사이에 도로가 개설되는 것이 말이 안된다”며 “조금만 돌아가면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왜 굳이 추진하려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찬성, “낙후지역 발전에 필요”

인근 삼광시장 상인 등 주민들은 34년 전부터 숙원사업인 해당 구간 도로 개설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로가 개설돼야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방로를 확보할 수 있어 시장과 인근 노후주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

주민 C씨(61)는 “삼광시장을 처음 오는 사람들은 시장 입구도 잘 찾지 못한다”면서 “사람으로 따지면 혈관과 같은 도로가 생기면 시장활성화는 물론 낙후된 곳의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갑작스런 J아파트 주민들의 반대의사에 이해관계가 있는 다른 세력이 있다는 의혹 마저 제기하고 있다. 이일우 마을이장은 “J아파트는 진입도로개설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고, 입주민들도 이 사실을 알고 들어온 것으로 안다”며 “이제 와서 청원서를 제출하고 반대하는 것을 보니 다른 이해관계 측의 입김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불매운동” 운운도

지난 20일 삼광시장상인회 회원에게 인근에 추진 중인 대단위 S아파트 조합원으로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회원에 따르면 이 남성은 “시장이 도로 폐지를 막고 있어 아파트 공사가 늦춰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도로개설과 관련해 포항시에 진정서를 넣는 등 계속 나서면 조합원들을 동원해 삼광시장 불매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회원은 “도로 개설로 문제가 발생하는 J아파트 주민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항의전화가 와서 황당했다”며 “아파트 인근에 도로가 생기면 좋을 것 같은데 왜 막으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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