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6·4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참된 의미가 드러났다고 하기에는 뭔가 좀 어색하다. 왜냐하면 `박근혜 정부 심판하기` 대(對) `박근혜 정부 구하기`라는 구도로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들 중 하나는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대약진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된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13곳에서나 당선됐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최종승자는 여(與)도 야(野)도 아니고 공동 공약을 내건 진보성향 교육감들이라고들 한다.

진보 진영에서는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뤄낸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후보들이 난립해 표가 분산된 게 교육감 선거승패를 가른 주된 이유라고들 하는데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기존 교육 체계와 환경에 대한 불신과 불안, 경쟁 위주의 교육과 고교 서열화·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 등이 투표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향후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공동 공약인 무상 급식 확대나 자사고 폐지 등이 교육부와의 갈등을 넘어 7·30 재보선 판을 흔드는 핫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기존의 역사 교육에 대한 입장 차이로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대안적 역사교과서` 발행을 들고 나온다면, 중앙 정부와 지방 교육청 간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또 다시 한국사회에 역사교과서 논쟁이 일어날테고, 여·야 대권 후보들 간에도 전선(戰線)이 구축되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우려들을 잠재우기 위해선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무엇보다 `합리적이고 실력 있는 진보`, `사람사랑을 실천하는 진보`, `깨끗한 진보`로 교육현장에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 또한 교육정책의 지속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늘 명심하며 사안 별로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또 다른 `절반의 성공`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들 중 다른 하나는 `낀 세대-40대의 역할`이다. 20·30 세대와 60대 이상 고령층 세대의 `세대 간 표 대결` 양상으로 치러진 6·4 지방 선거에서 `낀 세대-40대`가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행사했고, 견고한 지역주의의 벽에도 균열을 가했다. 서울에서 40대 66.0%가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고, 인천·경기에서도 각각 60.5%와 63.9%가 새정치연합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새누리당의 텃밭이라는 부산과 대구에서도 40대로부터 야당 후보들이 각각 64.7%, 55.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남 또한 40대 47.9%가 새정치연합 김경수 후보를 찍어,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의 47.3%보다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다. 충청권과 호남권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울산, 경북, 제주 3곳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40대 표심이 왜 이렇게 야당에게 쏠렸을까? 세월호 참사의 여파에다 경제성장 둔화, 전세가격 급등, 고용 불안,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등으로 불만을 표출한 걸로 분석된다. 여기서 우리는 40대 가장과 앵그리 맘이 시·도지사를 뽑는 17곳 중 14곳에서 야당에 투표했다는 사실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들 다수가 진보 성향 교육감에게도 투표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은 이제 큰 틀에서의 재검토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따라서 교육부총리 인선에서 다수의 진보성향 교육감들을 상대로 유연하게 일을 처리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널리 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는 40대 가장과 `앵그리 맘`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면서 지난 대선의 주요 이슈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나아가서 `그래도 다시 한 번` 믿어보자고 기회를 부여해준 국민들에게 깊이 감사해야 하고, 각종 국정과제들을 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국민들에게 끝까지 겸손하게 처신해야한다. 그것이 당장 국무총리·교육부총리 인사와 청와대 개편에서 나타나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각오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에 전심전력하는 정부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