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오늘 상하이에서 양국정상이 체결한 협정이 유럽의 대 러시아 제재 분위기에 영향을 줄까요?”, “협정이 주로 경제적 성격을 띠고 있긴 하지만, 이번 방문은 광범위한 지정학적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세계 속에서 힘의 중심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은 러시아의 입장을 우호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로시스카야 가제타`의 예브게니 셰스타코프가 묻고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교수인 세르게이 루쟈닌이 대답한 인터뷰의 일부내용이다. 협정이 주로 경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건,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의 가스프롬과 중국의 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가 체결한 계약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여겨진다. 러시아는 2018년부터 30년 동안 매년 380억㎥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러·중 양측은 가스 공급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평균 가스 공급가인 1천㎥당 380달러보다 상당히 낮은 1천㎥당 350달러 선이나 그보다 조금 높은 선에서 합의를 보았다고 전해진다. 10년 이상 끌어오던 가스 가격협상이 전격적으로 타결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러·중은 가스를 매개로 양국 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하면서 미·일 견제에 공동전선을 펴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공동전선을 통해 `세계 속에서 힘의 중심을 강화해 나가고자 하는 두 나라`는 이미 동중국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인 `해상협력-2014`를 실시하면서 양국 간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과시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게 힘을 실어주는 한편으로, 러시아와 공동으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과 일본의 재무장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한편 지난 23일 `러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푸틴은 중국과의 천연가스 공급계약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국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와 관련된 인프라 망 개발은 러시아 극동지역, 동시베리아·서시베리아 지역, 유럽 지역을 연결하는 교각 역할을 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서 푸틴은 중국과의 30년간 가스공급 계약체결로 러시아가 아시아에서 강력한 동맹국을 보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을 통해 푸틴은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시그널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이러한 국제정세 하에서 `한반도 통일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대한민국호는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러·중의 합동군사훈련 구역이 우리정부가 작년 12월 새로 확대 선포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의 이어도 남쪽 일부를 침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공식별구역 안에서 실탄발사 훈련까지 하는데 사전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렇게 러·중이 동중국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의 이어도 남쪽 일부를 침범하고 있고, 미·일은 반중(反中) 성격을 띠는 `아시아판 나토(NATO)`를 구축할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 대한민국호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통일을 위해서는 미·일의 도움과 러·중의 양해를 동시에 구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4월16일 이후부터 대한민국호의 내·외부적 상황을 돌파해 나가는 방법에 대한 글을 찾아서 읽곤 한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어떤 새로운 해법으로 명운을 건 승부수를 띄워야 할까, 하는 생각도 가끔씩 한다.

`4월16일 이후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박 대통령이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책임총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권한과 책임은 나눠가지면 어떨까? 그리고 박 대통령은 외교·통일·국방에 더 전념하면 어떨까? `한반도 통일의 꿈`을 중심으로 박대통령의 동선이 모아지면 어떨까? 대한민국호가 이런 기회를 다시 잡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기에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