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어원적으로 디아스포라(Diaspora)는 그리스어 전치사 dia(영어로 over)와 동사 spero(영어로 to sow)에서 유래했다. 이산(離散), `흩어진 사람들`이란 뜻을 지닌 디아스포라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전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관습을 지키는 유대인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고국을 떠나 살고 있는 백성`을 지칭하는 데 쓰이고 있는 이 용어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재일한국인, 재중조선족, 재러고려인뿐만 아니라 탈북자, 이주노동자, 국외 입양자까지도 디아스포라에 포함시킬 수 있다. 또 `코리안 디아스포라`라고 하면 보통 구한말이후 해외로 이주한 `재외한국인`을 말한다.

디아스포라의 입장에서 `자아와 세계`를 탐구한 예술에는 `디아스포라의 시선`이 녹아 있다. `자기정체성 탐구`와 결부된 이 시선은 `부유하는 삶의 형상화`로 나타나기도 하고, `시원(始原)으로의 회귀본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포항시립미술관에서 `디아스포라의 시선`으로 포획한 예술가로는 포항 출신 재일교포 화가인 손아유를 꼽을 수 있다. 작년에 재일교포 컬렉터이자 광주시립미술관명예관장인 하정웅 선생께서 기증한 작품 1천점으로 꾸민 `Diaspora 손아유의 추상세계`전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누렸던 기억이 난다.

올해에도 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6월29일까지 `디아스포라의 시선`으로 `하정웅 컬렉션 특선전-기도의 미술`을 연다. 전시개막식축사에서 하정웅 선생은 서투른 한국어지만 분명하게 당신의 정체성과 겹쳐지는 이우환의 작품을 언급하며 포항시민들이 그의 작품을 맘껏 향유하기를 소망했다. 그리고 당신의 컬렉션 첫 출발이 전화황의 `미륵보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전국시도립미술관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인 `하정웅 컬렉션 특선전`이 문화·예술교류를 통한 동서화합의 물꼬를 트는 `의미 있는 담론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흩뿌릴 것 같은 지난 3일 오후 4시, 전시개막식에 참석했다. 포항시립미술관 운영위원으로서의 의무감보다는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우환과 전화황의 작품들과 월북무용가 최승희의 사진들을 만난다는 설렘이 앞섰다. 디아스포라 하정웅과 이우환의 인연 혹은 관계가 이우환의 작품 `대화`에 응축되어 있지 않나, 생각해 보기도 하고, 하정웅의 삶에서 `시원으로의 회귀본능`을 일깨우며 위로와 치유가 되었던 게 전화황의 작품들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하정웅 선생이 왜 그렇게 최승희의 존재증명에 열정적으로 매달렸는가를 `빛을 구하는 사람`과 `야외무용`을 통해 해석해 보기도 했다. 월북한 최승희가 그렇게 간구했던 `빛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야외애서 두 팔을 벌린 채 지상에서 하늘로 대도약을 시도하는 것을 어떻게 `디아스포라의 시선`으로 맥락화해서 해석할 수 있을까? 아무도 없는 전시실에서 최승희와 단둘이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나만의 개성적 예술세계가 잘 드러난 `보살춤`과 고리키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조선의 어머니`가 공존하는 그것이야말로 `내 삶의 디아스포라와 민족분단`을 잘 반영하고 있지 않나요?”

통일이 화두가 된 이 시대에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의 긴밀한 연계망으로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동서화합과 남남통합을 우선적으로 구축해 나갔으면 좋겠다. 또 이 8개의 미술관을 거점으로 해서 남북 간 문화·예술 교류 작업도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종국에는 이 미술관들이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화·예술 네트워크` 거점이 됐으면 한다.

러시아에 있는 고려인만 보더라도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강인한 생명력과 근면함으로 살아남아 경제적으로 성공한 이들도 많고, 주류사회로 진출한 이들도 많다. 박근혜정부가 미래통일한국의 문화·예술·경제·외교정책에 `코리안 디아스포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상시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그것이 `미래통일한국의 기반이자 통일이후의 큰 경쟁력`이 될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