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피해 우미골 옆 쌍용·우방 주민들
삼킬 듯한 불길에 5시간 소방호스로 맞서
일부는 양동이·찜통까지 들고나와 동분서주

▲ 지난 9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과 우창동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야산에 둘러싸인 아파트단지는 주민들의 발 빠른 대처가 큰 피해를 막았다. 화재 발생 당시 용흥동 우방타운 주민들이 인접 야산에 물을 뿌리려고 힘을 합쳐 소방호스를 연결하고 있고(오른쪽) 일부 주민들은 양동이 등으로 물을 담아 나르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지난 9일 포항 도심을 불바다로 만든 위급한 상황에서도 시민 의식은 빛을 발했다. 우리 동네를 지키겠다는 시민들의 용감하고 자발적인 시민의식이 자칫 아파트까지 옮겨붙을 대형 화재를 막아낸 것이다.

용흥동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거대한 불덩이로 번졌고 불꽃은 주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며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옮겨 붙었다.

곳곳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산불이 난 지역 주변의 주민들은 내 집 네 집 할 것 없이 단체로 불에 탈 위기에 놓이자 너나 할 것 없이 진화작업에 나섰다.

<관련기사 3·4·7면> 28채가 불에 탄 우미골과 바로 맞닿은 쌍용아파트의 경비원 서정식씨는 이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강풍과 함께 거대한 불길이 내 집 앞을 덮칠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불 끄는 데 나선 것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것이다.

서 씨는 이날 오후 3시50분께 먼 산에서 불이 번지는 것을 봤다. 불과 5분 뒤 불덩어리 3개가 아파트 인근 야산과 104동 화단 등으로 날아들었고 순식간에 3곳에서 불이 났다.

여기저기서 대피 방송이 나오면서 몸부터 피해야 할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주민들은 아파트 내에 있던 소방호스 20여 개를 꺼내 자체 진화를 시작했다. 소방차가 오기도 전에 주민 대부분이 뛰쳐나와 불을 끄는 데 온 힘을 다했고 여기에는 인근 주택 주민들도 힘을 보탰다. 주민들은 오후 8시30분께까지 힘을 합쳤고, 불은 결국 잦아들었다.

진화에 동참했다가 경미한 화상을 입은 서정식 씨는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주민들이 힘을 합쳐 소방호스를 들고 불을 끄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며 “자기 자신만 생각했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텐데 주민들의 활약이 그야말로 빛이 났다”고 말했다.

아파트 인근 주택에 살고 있는 박모(49·여) 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나서서 불을 끄는 것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일대가 다 불바다로 변할 뻔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아파트 주민들과 보이지 않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진 것 같다”고 했다.

발화지점인 탑산 건너편 용흥동 우방타운 주민들의 활약도 빛났다.

산불이 나자마자 아파트 입구에 위치한 113동 바로 앞 정원으로 옮겨 붙은 것. 순식간에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주민들은 포근한 주말 대낮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데다 연신 울리는 대피방송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오로지 불이 아파트로 번지는 것만 막자는 생각에 너 나 없이 진화에 나섰다.

주민들은 물 호수와 바가지 할 것 없이 불을 끌 수 있는 장비면 뭐든 들고 나왔고 이들의 활약에 아파트로 옮겨 붙은 불은 113동의 조경시설만 태우고 더는 번지지는 않다.

인근 고층 한라아파트 주민 김영순(47) 씨는 “인근 상가에서 일을 하는데 4시쯤 퇴근하니 아파트 바로 앞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면서 “대피 방송에도 아랑곳 않고 사람들이 뛰쳐나와 여기저기서 구해 온 물로 불을 끄느라 한바탕 난리였다”고 말했다.

한라파크맨션에 사는 이영숙(60)씨도 “불이 난 시간에 300여m 떨어진 목욕탕에서 사우나를 하고는 차량이 통제돼 집까지 겨우 갔다”면서 “집 근처에 도착하니 주민들이 떼를 지어 불을 끄고 있더라. 위급한 상황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승희·윤경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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