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영, MBC `애정만만세` 씩씩한 이혼녀 강재미로 활약

“서른을 넘어서면서 배우가 정말 좋은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더불어 많은 것에서 편안해졌어요.”

뽀글이 파마머리에 뿔테 안경을 끼고 감정을 솔직하게 내지르던 푼수 아줌마는 극중에서도 변신한 지 오래지만 배우를 실제로 만나보니 그의 연기가 진짜로 `연기`였음을 느끼게 됐다.

긴머리, 분장 전 화장기 없는 뽀얀 얼굴에 또렷하면서도 간결한 이목구비의 이보영(32)은 차분하고 참했다. MBC 주말극 `애정만만세`에서 주인공 강재미 역을 맡은 그를 최근 여의도 MBC 세트장에서 만났다.

“20대 때 이 역할을 하라고 했으면 못했을 거예요. 그땐 이것 아니면 저것, 이런식으로 뭐든 명확하게 구분했거든요. 또 맡은 캐릭터에 대해 `왜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라는 의문이 들면 연기를 못했어요. 그런데 30대가 되니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고, 인간이란 늘 실수를 하며, 남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자기가 생각하는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강재미를 이해하며 연기하고 있어요.”

지난 7월 시작해 현재 시청률 17~18%를 기록하며 순항 중인 `애정만만세`에서 강재미는 남편 정수(진이한 분)의 배신으로 하루아침에 이혼당하지만 씩씩하게 일어나 혼자 힘으로 세상을 헤쳐나가려 한다. 그를 배신한 전남편은 모두가 재미의 짝으로는 많이 기운다고 생각했지만 재미는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택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특히 여자들은 주변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 남자에 꽂힐 수 있어요. 실제로 그런 친구를 보기도 했고요. 여자들이 사랑에 `몰빵`을 잘해요. 그래서 재미 같은 상황도 벌어지는 거고요.”

드라마는 그런 재미에게 `보상`으로 미혼의 `훈남` 변호사 동우(이태성)를 새로운 사랑으로 짝지어줬다.

“판타지죠.(웃음) 하지만 재미한테 애가 없으니 아주 허무맹랑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다만 드라마에서는 훈남 총각이 이혼 후 바로 나타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언제 나타날지 기약이 없다는 게 좀….(웃음)”

지난해 KBS `부자의 탄생`에서는 다섯 살 어린 지현우와 호흡을 맞춘 그는 이번에는 여섯 살 어린 이태성과 짝을 이루고 있다.

“처음에는 연하남이라고 해서 마냥 좋았죠. 같이 나이가 어려지는 느낌이 들잖아요.(웃음) 그런데 예전에는 내가 연상의 상대 남자 배우들을 `오빠`로 의지했다면 이제는 내가 후배들의 `누나`가 되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돼요.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아요.”

연하남 상대역의 등장은 데뷔 10년의 세월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살짝 눈 감았다가 뜨니까 10년이 훌쩍 지나간 것 같아요.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렀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잘 온 것 같아요. 20대 땐 나도 모르게 날이 서고 까칠한 부분이 있었어요. 새침한 부분도 있었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편안해졌어요. 모든 게 서른을 고비로 달라진 것 같아요.”

그는 “다만 지금 아는 것을 20대 후반에 알았다면 삶이 얼마나 더 풍요로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싶다”라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 들고 그 안에서 나이도 빨리 먹는 것 같은 두려움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지금이 제가 꿈꿔온 30대는 맞는 것 같고 20대 때보다는 30대가 더 좋은 것 같아요. 다만 30대를 좀 더 길게 천천히 보내고 싶어요. 사람들은 내가 나이에 맞게 행동하기를 바랄 텐데 그러다 보면 계속해서 더 어른스러워져야 하잖아요. 그런 점이 좀 싫어요.”

주로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보여줘 왔지만 도도함을 가미한 코믹 연기도 한편으로 발전시켜온 그는 “그간 발랄한 역할도 해왔는데 사람들이 기억하는 내 이미지는 늘 차분한 것 같다. `애정만만세` 끝나도 초반의 활발했던 모습보다는 후반부의 모습이 더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