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5년부터 국내에 도입될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두고 정부와 철강업계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는 강행 방침인 반면 철강업계는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시기상조한 제도라며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경쟁국은 도입철회… 추진강행 재고해야

온실가스 배출량 너무 많아 큰 비용 부담

포스코 등 개별적으로는 준비 작업 한창

관계자들에 따르면 철강업계가 이처럼 새 제도에 민감한 것은 전 산업분야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게 바로 철강업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제를 도입하면 철강업종의 국제적 가격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종 배출량은 2007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8천600만t에 달한다. 전체 산업계 중 온실가스 배출량 1위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증가해 2020년이면 121억3천50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철강업계도 나름대로는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주요 경쟁국(G20)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이뤄진 후 국내에 도입해도 늦지않다는 입장에만은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와 달리 주요 철강 경쟁국들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철회하거나 보류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우리만 무리하게 도입을 강행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EU 27개국, 뉴질랜드, 스위스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 등은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대만, 칠레 등은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별로 연간 배출량을 할당해 놓고 그 이상을 배출할 때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사들여 상쇄토록 하고, 기준보다 적게 배출할 경우 남은 배출량을 팔아 수입으로 삼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 도입을 주도하는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는 오는 202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2013~2015년에는 할당량 중 90%를 무상, 10%를 유상(경매)으로 한 뒤 점차 높여 2020년이 되면 100% 유상화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철강업계는 그렇게 할 경우 할당량의 상당 부분 배출량을 밖에서 사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종 특성상 스스로 배정량만큼 감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화학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지난 18일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배출권 거래제 시행 의지를 다시한번 밝혔다.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유연한 제도 적용을 통해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달성하자는 게 환경부의 기본 입장이다.

그에 따라 배출권 거래제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보고 발빠르게 순응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현대·기아차 경우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전 사업장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을 실시하고 울산, 아산, 전주공장의 감축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SK에너지는 이미 2007년부터 구축해 온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체계를 울산 인천 등 전 공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2013년까지 5조4천억원을 투입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08년 대비 50%까지 감축키로 했다. LG전자는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는 `그린 2020` 구상을 지난해 4월 발표했었다.

철강업계 또한 자체적으로는 다양한 저탄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2월 세계 철강업계에서는 최초로 `탄소보고서`까지 발간했다. 거래제 도입에 대비해 2008년 우루과이에 5천500만달러를 들여 2만㏊의 조림지를 매입했고, 2013년까지 1만9천㏊를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이는 연간 2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확보하는 일로 평가된다. 현대제철은 사원 가구당 1.8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해 10년 동안 1천800t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한편 지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면 전력부문 발전에서만 최대 27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일반기업들도 최대 36조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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