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신객원 논설위원로타리 공공이미지 코디네이터
대서(大暑)의 노기(怒氣)가 이글거린 7월이 어느 사이 물러가고 8월이다.

올 여름은 장마 뒤 폭우가 중부지방을 휩쓰는 등 날씨 변화의 기세가 매섭긴 했으나 입추(8일) 말복(13일) 처서(23일)가 이 달에 다 들어있으니 올 여름 더위도 이 며칠이 고비일 것 같다.

땀을 많이 흘리고 피로 누적도가 짙은 삼복은 사계절 가운데 양기(陽氣)를 가장 손상시키는 시기다. 이럴 땐 잘 먹는 것이 체력을 유지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양기를 소진시키는 염천을 잘 건너려면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

배불리 먹으라는 것이 아니다. 패스트푸드보다는 되도록 영양가 높은 자연식을 먹어 체력안배에 소홀함이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세대 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즐겼던 삼복 보양(補陽)음식은 보신탕, 삼계탕, 민어회, 장어국 등이다. 서울` 북한 지역 요리법과는 큰 차이가 난 경상도 전통 보신탕은 여름철 영양보충을 위해 즐겨 먹던 이름난 보양식이다.

마땅히 우리 손으로 이어 받아야할 탕(개장)은 거의 사라졌다. 조리방법이 많이 변질되긴 했었지만 여름 삼복을 나는 음식으로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껍질을 불에 태워 화근 내가 살짝 풍기게 한 이 요리는 1970년대 중반까지 경주, 안동, 예천 등 향토음식이 끈질기게 버틴 지역에서는 간혹 맛볼 수 있었다.

이런 집은 삼복에도 하루 한 마리만 장만하기 때문에 늦게 가면 자리 차지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반나절 넘게 달려온 미식가들은 점심 저녁을 해결하고 돌아갔을 만큼 유별난 맛 집이자 가장 한국적인 보양식이었다.

개는 주인을 구한 의견(義犬)이다. 경주 내남면 개무덤 등 개무덤의 사연으로 보면 인간과 가장 가까우며 살아서도 인간을 지키고 죽어서도 인간을 지키는 고마운 순환(循環)체다.

다음은 삼계탕이다. 전국에서 꼭 같은 조리법으로 만든 지금의 삼계탕과는 달리 보신탕에 익숙하지 않았던 여성과 어린이가 즐겨 찾았던 닭 국수가 있었다. 토막을 친 닭고기를 푹 고아 낸 국물에다 면발이 씹히는 국수를 말은 닭 국수는 별미중의 별미였으나 경상도 어느 지방에서도 지금은 맛볼 수 없다.

학교공부로 더위에 지친 손자 손녀의 체력보충을 위해서 찹쌀 죽이나 닭 옹밥을 만들어주는 할머니를 간간이 볼 수 있을 뿐이다. 닭 국수는 조선총독부 기관지에 실릴 만큼 여름 보양식으로 명성을 떨친 보양식이자 별미였다. 장어국은 남해안 사람들이 즐겨 먹는 보양식이어서 경상도 지방에는 조금 생소하다. 비린내를 동반한 물 냄새로 인해 거부감이 있지만 얼마 전 통영에서 있었던 아시아, 아프리카 빈민 돕기 기부 권유 강연을 마치고 한 음식점에서 먹은 장어국은 뼈를 푹 고아 만든 국물에다 장어를 통째로 넣어 끓였지만 양념을 잘해서인지 처음 먹어도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민어회는 더위에도 탈이 나지 않는 고급 회다. 목포 여수 등 서남해안에서 잘 잡히니까 그쪽 사람들이 즐겨 먹을 수밖에 없다.

문화읽기에 기고한 최선옥시인의 글을 보면 직장인이 하지 말아야 할 습관으로 몇 가지를 꼽았다. 술 마시면서 담배피우기,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폭식하기, 원푸드 다이어트하기, 점심 때 라면 먹기, 스트레스 쌓일 때 먹는 것으로 풀기 등을 들었다.

이런 습관은 자칫 평생 따라 다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체력소모가 극심한 여름이 그만큼 더 위험하다. 정의든 출세 지향적 삶이든 사회생활자체가 먹고 살기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삼복의 무더위도 피해나가는 방법을 알면 인생살이가 더 즐겁지 않을까. 삶의 질을 올리는 식습관 갖기는 매사가 복잡하고 고통스런 현대를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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