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장애인의 날… 그들의 삶은

#지체장애 3급인 김영효(34·경주 황건동)씨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된다. A자동차 부품공장에 다니는 그의 출근시간은 오전 9시. 그러나 몇 대 없는 장애인 저상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일반인보다 1시간 더 일찍 채비를 마쳐야 한다.

이렇게 힘든 출근을 거쳐, 8시간을 꼬박 일해 받는 그의 월급은 고작 60만원. 고졸 학력에 장애까지 가진 그로선 법으로 정한 최저 임금 기준도 딴 세상 이야기다.

김씨는 “생활 보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주위 장애인 동료들을 보면 일할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저 장애를 가진 것이 죄라면 죄”라고 한숨을 쉬었다.

경북도내 저상버스 22대 불과

고용률은 낮고 실업률은 높아

생존권 확보 꼭 풀어야할 숙제

20일은 31번째 `장애인의 날`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인권은 31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청에 따르면 관내 장애인 수(지난해 12월 기준)는 11만9천814명에 달한다.

경북 전체 인구 268만9천920명의 4.6%으로 우리 이웃 100명 중 4명 이상이 장애인인 셈이다.

하지만 경북지역의 장애인 저상버스는 겨우 22대로 6개 도 중 최하위를 기록한다.

장애인 고용률도 40.9%로 일반인 고용률(58.4%) 보다 무려 17.5%나 낮다. 반면 장애인 실업률은 10.6%로 일반인 실업률 3.3%보다 3배 이상 높다.

◇최저 임금도 못 받아, 빈곤한 장애인들

통계청의 장애인가구 빈곤실태(2009년 기준)를 보면 장애인 65%가 장애로 인해 월평균 약 15만9천원을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

장애인 가구에 더욱 많은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지만 근로 현장에서의 실상은 오히려 반대다.

최저임금법 상 장애인은 입사 시험 외에 별도의 `근로능력평가`를 치를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최저 임금 지급 대상에서 예외 시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 보호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민간 업체는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임의로 정한 별도의 임금지급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결국 대다수 장애인들이 낮은 임금과 높은 가계 지출 부담으로 빈곤에 허덕이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가구의 절대빈곤율(총소득 중 세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은 27.8%로 일반가구 16%에 비해 11.8%나 많다.

◇동정이 아니라 평등 원한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경북장애인교육권연대는 18일 경북도청 앞마당에서 `경북420장애인차별 철폐 투쟁선포식`을 가졌다.

전시행정으로 개최되는 모든 장애인의 날 행사를 거부하고, 실질적인 장애인 권리증진 정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최외철 연대 집행위원장은 “장애인의 날만 되면 지자체와 기업에서 앞다퉈 장애인 행사를 치른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장애인들은 다시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만다”면서 “ 장애인도 직접 세금도 내고 의무를 수행하는 등 떳떳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생존권 확보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창훈·신동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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