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내민 촉들은 바깥을 향해

기세 좋게 뻗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제 살을 관통하여, 자신을 명중시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모여들고 있는 가지들

자신의 몸 속에 과녁을 갖고 산다

살아갈수록 중심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동심원, 나이테를 품고 산다

가장 먼 목표물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하는, 시윗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산길 위에서

`호랑이 발자국`(2002)

생명있는 거의 모든 것은 바깥을 향해 뻗어가려는 욕망이나 본성 곧 원심력을 가진 것은 아닐까. 그것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아귀다툼을 하며 자기의 영역을 넓혀가고자 하는 것이다. 거친 세월의 풍상을 이겨낸 나무의 나이테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시인은 복잡한 인환의 거리를 떠나 오붓한 산길을 걸으며 화살나무의 끝을 바라보며 이런 것을 깨닫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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