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나는 W군과 같이 대승사가 있는 사불산 아래 기슭에서 분재목을 찾아 헤맸다. 그 때 휙하고 찬바람이 일었는데 범강장달이 같이 키가 큰 남자들이 나를 노려봤다. 그 때는 전두환 정권이 철권통치를 하던 시절이라 쫓기는 신세가 되어 입산하여 피신연명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강화된 신고의식 때문에 침투한 간첩이 심산에서 잠복할 수도 있었다. 바람같이 나타난 두 괴한을 피하여 달아나지는 않고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따돌렸다. 그 날 잘못되었다면 내 인생 최후의 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이후로 깊은 산에 분재나무를 찾아가는 일이 없게 됐다. 분재를 기르는 것은 까다롭고 유의사항이 많기 때문에 화분을 이용하여 채소를 가꾸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고추, 상추, 배추를 심으면 단촐한 가족인 경우에는 푸성귀를 자급자족할 수 있고 흔히 하는 말로 유기농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집에도 올해 화분에 청양고추를 심어 된장 끓이는데 넣는 고추는 익어가고 있다. 망가진 `송학도`를 빠른 시일안에 건강한 모습을 되찾도록 최선이상의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성이면 하늘도 감동을 시킨다는데 내 미미한 정성이나마 다한다면 이땅에서 제일 멋진 `송학도`를 복원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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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0.10.21 23:20
- 게재일 2010.10.22
- 지면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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