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도 갈등한다

미명의 시간까지 바다에 불을 밝히던

해안 구석 방파제 뒤 온갖 소리들

조개껍데기, 스티로폼, 찢어진 그물

이물은 뭍에 고물은 물에 기댄 채

뭘 골똘히 궁리하는가

저녁 해풍 찰랑이는 파도소리만 새되다

이물 끝에 앉아 있는 바닷새 한 마리

찬 해풍에 깃털을 흩뜨리고

어디로 날아갈 것인가

살아 있는 것들은 갈등한다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2006)

저녁 해풍의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만 듣고 있는 폐선을 보면서 시인 자신도 폐선이 되어 갈등하고 있다. 용도 폐기되어 퇴역한 폐선일지라도 배는 파도를 가르며 대양을 질주하고 싶어 한다. 낡고 험해진 몸이지만 아직은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 시를 읽으며 연로하신 부모님이 자꾸 떠오름은 무슨 까닭일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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