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어런 앨런 `막스 베버의 오만과 편견` 삼인 刊, 376페이지, 박인용 옮김,1만 5천원

막스 베버(1864~1920)는 사회학의 초석을 다진 거두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통해 자본주의 발전에서 청교도주의가 행한 역할을 탁월하게 밝힌 거장이다.

사회학 방법론과 정치 카리스마에 대한 정교한 논의로 후대 사회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학자이다. 현대사회의 관료제 문제에 대한 냉정한 분석으로 위상이 퇴락한 마르크스를 대신해 오늘날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현대 사회학의 창시자 가운대 한 사람이다.

그러나 가치중립과 학자적 냉정함을 앞세웠던 막스 베버가 실은 오만한 제국주의적 편견을 지녔다고 비판하는 책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신간 `막스 베버의 오만과 편견`은 가치 중립과 학자적인 냉정함을 내세운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가 사실은 오만한 극우 민족주의자였으며 지독한 제국주의적 편견을 가졌음을 밝힌 책이다.

오랜 세월 베버를 연구해 온 사회학자 이자 아일랜드 더블린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키어런 앨런 교수의 저서를 박인용씨가 번역한 이 책은 부제로 `독일의 승리를 꿈꾼 극우 제국주의자`라고 달았다.

저자에 의하면 고매하고 점잖을 것만 같은 베버는 “이 전쟁은 지도의 변화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명예를 위해 수행되어야 한다. 전쟁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독일이 필요로 한 것은 쉽사리 절망에 빠지기 쉬운 수사적 호언장담이 아니라 분명한 전략적 목표”라며 제1차 세계대전을 찬양하고 동양인과 흑인을 덜 떨어진 인종이라고 비웃었으며, 히틀러 못지않게 게르만의 영광을 꿈꾼 제국주의자였다는 것이다. 베버는 아프리카인들에게는 문화가 없으며, 식민지배를 받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봤다.

나아가 베버는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독일제국과 게르만민족의 패권을 내세우는 민족주의자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심지어 준(準)군사 전략가로 중부와 동부 유럽을 독일의 패권 아래 두면서 영국과는 협정을 맺고 벨기에는 볼모로 활용하면서, 주된 적국인 러시아에 대항할 것을 주장했고 ▲패전의 기운이 역력한데도 끊임없는 전국적 게릴라전을 역설했으며 ▲관료제와 자본주의는 영원할 것이며, 우매한 대중은 오직 카리스마적 지도자만이 구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료주의 문제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 대한 비관주의적 전망을, 민족주의적 카리스마에 대한 호소로 돌파하려 한 대목에선, 나치 파시즘과 히틀러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의회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민주주의 제도에 불신을 드러내기도 한 베버는 또한 학문 연구의 궁극적 목표를 “독일의 정치교육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저자는 베버가 말하는 정치교육이란 “독일제국을 이끌어 나갈 사명을 뜻한다”고 지적한다. 정치에 학문이 종속된다고 본 셈이다.

저자는 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의 혁명적 요소를 경시하고 자본주의에 필요한 논리적 지지를 부각시켰다고 보는 등 베버의 학자로서의 위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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