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주실, 보건학 박사학위 받는다

1993년 그는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의사로부터 “1년밖에 살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7년이 흐른 2010년 그는 건강을 회복한 것은 물론, 환갑을 훌쩍 넘긴 예순여섯의 나이로 박사학위를 받게됐다.

배우 이주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19일 원광대 학위수여식에서 `통합예술치료가 탈북청소년의 외상 후 자아정체성, 자아존중감, 자기통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지난 17일 밤 전화로 만난 이주실은 인자하고 따뜻한 할머니의 목소리로 `인간승리`의 시간을 회고했다.

“학위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그때그때 채워야겠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제 별명이 `호기심 천국`이에요. 궁금한 게 있으면 조금씩 책을 들여다보면서 원하는 학문이나 학과를 찾아다녔어요.”

그는 그야말로 만학도다. 지난 2001년 쉰일곱의 나이에 음성 꽃동네가 세운 꽃동네 현도사회 복지대신입생 특차모집에 `사회공헌자` 자격으로 응시, 영어와 논술 등 과목으로 구성된 대학별고사와 면접시험을 거쳐 합격했다.

2005년 졸업한 후에는 같은 대학 대학원 임상사회사업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이어갔고 마침내 박사까지 됐다.

“원래는 62학번이에요. 국제대 가정학과를 다녔죠. 그런데 4학년 첫학기 때 데뷔를 한 이후 학업을 병행하지 못해 졸업을 못했어요. 그러다 아프고나서 공기 좋은 지방에 가 있게 되면서 다시 공부를 하게됐죠.”

병원으로부터 희망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던 그는 병원 선고 `1년`이 `8년`이 되던 해에 대학에 입학하고, `12년`이 되던 해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모든 활동에 무리가 안될 만큼 건강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완치`라는 단어를 아껴요. 그런데 제가 지금껏 잘살고 있으니 건강을 되찾은 거죠. 이제는 제 나이에 맞게 드문드문 잔병치레를 하는 것 말고는 건강합니다.”

그러나 젊은이에게도 박사과정은 버겁다. 항암치료는 그의 몸을 쇠약하게 했는데, 공부를 하면서 한쪽 눈과 귀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게됐다. 또 앞니 끝 부분이 부서지기도 했다.

공부만 하기도 벅찬데 그는 연기를 병행했다. 지난해 8월부터 SBS TV 주말극 `천만번 사랑해`에서 주인공 은님(이수경 분)의 외할머니 역으로 출연 중이다.

“드라마 출연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책값도 필요하고 해서 하게 됐어요. 촬영장에도 노트북을 갖고 다니며 제 촬영이 아닐 때는 몰래몰래 한쪽에서 두드렸어요.”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는데 고학력의 능력있는 우리 친구들이 뒷방 노인네로 전락해있는 게 짠합니다. 그런 친구들이 `잉여인간` 취급받는 게 안타까워요. 전 친구들에게 근력이 남아있는 한 능력을 어디가서 공짜로라도 쓰라고 해요. 전 앞으로도 제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찾아서 공부를 할 겁니다. 그러면서 할머니로서 소외된 청소년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요. 물론 연기도 계속 하고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