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빨리 벗어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빠른 경제 회복세를 이끈 힘은 대체로 기업들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대부분 큰 폭의 수출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달리 우리 기업들은 비교적 선전했다. 저금리, 저유가와 함께 이른바 환율효과 등 호재 덕분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기업들의 비상한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기대하기 힘들었던 성과다. 60년 만에 맞은 백(白)호랑이의 해라는 올해는 호랑이의 기상으로 경제 회복세가 더욱 가속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요 기업들은 4일 시무식에서 창조와 스피드 경영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과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 등을 다짐하면서 경인년 호랑이해를 힘차게 출발했다. 기업들은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위기를 기회로 삼아나가자`,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고 인재도 확보하자`, `혹독한 변화와 경쟁이 기다리고 있지만, 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갖자`라며 올해 글로벌 시장의 거센 경쟁을 뚫고 새로운 성장신화를 창조하자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대체로 지난해보다 올해 세계경제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갖가지 불안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원화가치·금리·유가 등의 3저 현상에 따른 시너지 효과의 덕을 톡톡히 봤지만, 올해는 원화 가치 상승(환율하락)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상승 등 3고 현상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잠식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경우, 자국 정부의 자금 지원에 힘입어 기사회생한 외국 주요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역습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만큼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수출 주도 업종의 하나인 조선업은 장기 불황에 더욱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요 대기업이 올해 공세적인 경영을 표방한다 하더라도 세계경제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림자가 완전히 걷히지 않고, 전망도 극히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투자 확대에 선뜻 나서기는 어려우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기업들로서는 투자를 소홀히 하면 중장기적으로 자체 성장 기반을 다지기 어렵고 나라 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해 고용 문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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